불교와 인연이 깊은 고 이이화 전 역사문제연구소장

‘대둔산 암자’에서 ‘한학’을 익혀
젊은 시절 ‘불교시보’ 기자 활동
본지 ‘역사 속의 한국불교’ 연재
한국불교 중흥 과제 제시하기도

지난 3월18일 향년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이이화 전 역사문제연구소장. 불교와 인연이 깊은 그는 “중생제도의 가르침을 세간의 현실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파주 헤이리 서재에서 불교신문과 인터뷰할 당시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지난 3월18일 향년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이이화 전 역사문제연구소장. 불교와 인연이 깊은 그는 “중생제도의 가르침을 세간의 현실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파주 헤이리 서재에서 불교신문과 인터뷰할 당시 모습. ⓒ불교신문

대학 졸업장과 박사학위도 없지만 뛰어난 한학 실력으로 역사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한 원로 역사학자 이이화(李離和) 전 역사문제연구소장이 3월 18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4세.

1937년 대구에서 유학자인 야산 이달(李達) 선생의 넷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불교와 인연이 깊다. 한학을 익힌 곳이 사찰이었으며, 20대에는 <불교시보> 기자로 활약했다. 또한 <이이화의 이야기 한국불교사>와 <이이화의 명승열전>을 펴내기도 했다. 10살이 되는 해에 부친과 함께 대둔산의 한 암자에 머물며 한문을 배웠다. 선친은 학교에 보내는 대신 암자에서 공부하게 했는데, 이때 의상대사의 ‘법성게’도 배웠다.

이이화 전 소장은 생전에 불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소년 시절을 회상하면서 “그 때는 불교가 뭔지 잘 몰랐다”면서 “다만 선친이 저녁만 되면 ‘차분히 앉아 관(觀)하라’는 말을 항상 했다”고 밝힌바 있다. 인터뷰 당시 육성이다. “아버님이 말한 대로 ‘관’하려 했지만 머리에는 잡생각만 가득 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가지에 집중하는 저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게 참선이었음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렇게 저와 불교의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2019년 3월 불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최종화씨가 창간한 <불교시보>에서 기자 생활을 지낸 사실을 회고하면서 “그때 전국 곳곳에 있는 사찰을 정말 많이 다녔다”면서 “탄허, 청담, 석주 스님 등 당대 큰 스님들을 만나 법문을 들으며 스스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민족과 고락을 같이해온 불교를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던 것이다. 하지만 최종화씨는 1957년 4월 월간지 <불교세계> 편집인으로 활약했다. 따라서 그의 기억에 남은 <불교시보>는 <불교세계>일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불교와의 인연은 훗날 <이이화의 이야기 한국불교사>와 <이이화의 명승열전> 등 불교저서를 쓰는 동기가 됐다. 삼국시대부터 현대까지 1700년 역사를 편년체 시간으로 서술한 <이이화의 이야기 한국불교사>는 2002년 불교신문에 연재한 ‘역사 속의 한국불교’를 수정 보완해 펴낸 것이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불교를 비롯한 민족문화의 발전적 계승을 각별히 강조했다. 2010년 12월 불교신문과의 대담에서는 “지난날 문화전통을 모두 계승해야 민족문화를 꽃피운다고 생각하는 고루한 관념도 버려야 한다”면서 “묵은 것과 새 것, 고루한 것과 진취적인 것, 계승과 재창조를 가를 줄 아는 사관의 형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2010년 조계종 교육원이 주최한 불교사포럼에 참석해 ‘한국불교가 지향해야 할 미래의 비전’이란 주제 발표에서 이이화 전 소장은 “한국불교가 고정 관념의 인습을 깨고 부처님 말씀을 시대정신에 맞게 재해석하고 재적용하는 융통성을 가져야 한다”며 “국제적인 인권운동과 세계평화운동에 동참한다면 세계 정신계를 주도하는 종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그는 현대 한국불교의 문제점으로 △전통사찰의 무분별한 불사 △야외 불상 조성으로 인한 재정 낭비 △구시대적인 사찰 재정정책 △생태계를 교란하는 방생 등을 지적하고, △비구니 스님 권익 향상 △포교승 양성 등을 제안하는 등 불교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지난해 <이이화의 이야기 한국불교사>를 펴내면서 당부한 한국불교에 거는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 “한국불교는 고통 받는 민중에게 더 다가가야 할 것이며 빈부격차 등 여러 현실의 모순을 해결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출세간의 산중불교를 존중하되 중생제도의 가르침을 세간의 현실 속에서 찾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한국불교의 화두는 평화와 공존, 인권이 되어야 합니다. 더욱이 통일의 시대를 맞아 남북분단 현실로 인해 끝없는 소모를 낳았던 우리 현실에서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민족통일과 평화운동에 그 역할이 커져야 할 것입니다.” 

이이화 선생은…
1936년 대구 출생. 광주고를 졸업하고 서라벌예술대를 중퇴했다. 민족문화추진회, 서울대 규장각 등에서 근무하고, 역사문제연구소장, <역사비평> 편집인, 서원대 석좌교수,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 고구려역사문화재단 상임공동대표를 역임했다. <한국사이야기>, <인물로 읽는 한국사>, <동학농민전쟁 인물열전>, <허균의 생각>, <이이화의 이야기 한국불교사> 등 100여 권의 저서를 펴냈다. 제15회 단재상(학술부분), 제1회 녹두대상, 제1회 임창순 학술상을 수상하고, 2014년에는 원광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별세후 정부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불교신문3568호/2020년3월25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