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보니 낯선 방 안이다
서둘러 옷을 입는데,
호주머니에서 웬 돌 하나가 잡힌다
그 돌에 대해
오래 잠깐 생각한다

- 정병근 시 ‘돌’에서
 


예전에 본 기억이 없는, 그리하여 익숙하지 않은 방에서 의식을 찾은 시인은 서둘러 옷을 갖춰 입는다. 그러다 문득 호주머니에 돌 하나가 들어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돌이 호주머니에 들어오게 된 연유에 대해 생각에 잠긴다.

이 돌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이 돌은 호주머니라는 좁고 검은 공간에 있었던, 눈 떠서 정신을 차리기 전의 자기 자신의 분신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무거운 침묵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혹은 어떤 하나의 의문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호주머니에 들어오게 된 하나의 돌처럼 외따로이 이 세계에 있고, 우리는 돌처럼 견고한 침묵에 싸여 살아가기도 한다. 또한 우리가 이 세계와 생사(生死)에 대해 때때로 갖게 되는 의문은 잘 풀리지 않아서 마치 돌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 시에서의 돌의 은유가 예사롭지 않다.

[불교신문3567호/2020년3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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