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총스님에게 듣는 서원이야기] <13> 아미타불사십팔원(阿彌陀佛四十八願)②
[혜총스님에게 듣는 서원이야기] <13> 아미타불사십팔원(阿彌陀佛四十八願)②
  • 혜총스님 부산 감로사 주지 · 실상문학상 이사장
  • 승인 2020.03.21 1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보살은 어디서 오셨는가’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억겁 일 기억해 고통받지 않고
시방세계 모든 실상 바로 보며
중생 천이통 타심통 얻길 발원
혜총스님
혜총스님

⑤ 숙명통원(宿命通願)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나라의 중생들이 숙명통을 얻어 백 천억 나유타겁의 옛 일들을 알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중생들은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쉽게 잊어버린다. 씻을 수 없는 죄업을 짓고 지독한 고통을 받고 나서 후회하면서도 세월이 흐르면 금세 잊어버리고 같은 죄업을 반복한다.

그렇게 같은 죄업을 반복해서 지으니 고통도 반복된다. 이렇게 기억력이 떨어지는데 하물며 억겁 이전의 과거 일들을 어찌 모두 기억할 수 있겠는가. 억겁 이전의 일들까지 모두 잊지 않고 기억한다면 지금처럼 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고통을 반복해 받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법장비구는 극락세계 중생들이 숙명통을 얻기를 서원했던 것이다. 

⑥ 천안통원(天眼通願)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나라의 중생들이 천안통을 얻어 백 천억 나유타의 모든 세계를 볼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우리 중생들은 눈을 가지고 있어도 눈뜬장님과 마찬가지다. 어느 것이 황금이고 어느 것이 똥인지 분간하지 못한다.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눈을 뜨고도, 눈을 가지고도 물질에 속고, 빛깔에 속는다.

보기는 보는데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시각장애인이다. 뿐만 아니라 아무리 눈이 밝은 사람이라 해도 종이 한 장 너머를 보지 못한다. 하물며 셀 수 없는 우주 법계의 모든 세계를 어찌 볼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극락사람들은 맑고 밝은 혜안(慧眼)을 얻어 시방세계의 모든 실상(實相)을 남김없이 바라보기를 서원했던 것이다. 

⑦ 천이통원(天耳通願)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나라의 중생들이 천이통을 얻어 백 천억 나유타의 많은 부처님들의 설법을 듣고, 그 모두를 간직할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사바세계 중생들은 자기에게 듣기 좋은 달콤한 소리만 들으려고 한다. 조금만 바른 소리를 해도 자기 마음에 거슬리면 듣기 싫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진리에 부합하는 부처님의 원만한 소리가 무시로 들려오는데도 듣기가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귀담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부처님의 설법은 사계절 내내 시공을 초월해 지금도 설해지고 있는데도 우리는 왜 못 듣는가. 부처님의 설법은 득도한 선사들이나 천인들에게만 내리는 게 아니라 무시무종(無始無終)으로 시작도 끝도 없이 내린다. 다만 들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니 들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모든 부처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천이통이 필요하다. 

⑧ 타심통원(他心通願)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나라의 중생들이 타심통을 얻어 백 천억 나유타의 모든 국토에 있는 중생들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사바세계에서는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으니 속고 속인다. 속고 나면 원망이 하늘을 찌르고 복수심에 불타며 슬픔과 분노가 끝없이 밀려온다.

눈을 뜨고도 코를 베이는 세상이 사바세계이다. 그러나 극락세계 사람들은 모두 타심통을 지니고 있어서 서로 서로 어떤 마음을 지니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충돌할 일이 없다. 남에게 허물이 될 생각조차 가질 수가 없다. 
 

삽화=손정은
삽화=손정은

[불교신문3567호/2020년3월21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