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 베어내는 ‘지혜 보검’, '입보리행론' 지혜품
번뇌 베어내는 ‘지혜 보검’, '입보리행론' 지혜품
  • 허정철 기자
  • 승인 2020.03.16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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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티베트 불교 스승
당시 불교 왜곡 바로잡는
반야바라밀 주석서 출간

“자신의 무명을 타파해
붓다 반야삼매 계합하길”

께따까, 정화의 보석

미팜 린포체 지음 / 최로덴 옮김 / 담앤북스
미팜 린포체 지음 / 최로덴 옮김 / 담앤북스

<입보리행론(入菩提行論)>은 보살이 되겠다고 맹세한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로 티베트 불교 전통에서 가장 사랑받던 중요한 문헌 가운데 하나다. 서기 8세기경 인도 샨띠데바 스님이 저술했으며, 영원불변의 착한 마음을 어떻게 만들고 지켜가야 할지에 대한 실천방법을 적어놓았다.

특히 대승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보살행의 당위성과 그 방법을 짧은 경구 형태로 서술해 행복과 불행의 원인과 보리심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모든 고통의 최종적인 원인은 우리들의 무지임을 깨닫게 한다. 불행, 죽음, 괴로움도 일격할 수 있는 최대의 무기는 모든 것은 실체가 없는 것과 같다는 공(空)사상에서 제9장 지혜품(般若波羅蜜)으로 귀결된다.

티베트 불교 모든 종파의 스승들이 경의를 표하는 불서로 100명 이상의 스님들이 <입보리행론>에 대한 각자의 주석서를 펴냈다.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역시 각별한 애정을 보이며 이를 주제로 수없이 강의해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선보인 <께따까, 정화의 보석>은 19세기 티베트 불교의 위대한 학자로 꼽히는 미팜 린포체가 저술한 <입보리행론> 제9장 지혜품에 대한 주석서다. 간결하고 직설적인 언어로 모든 불교이론의 핵심 기반인 샨띠데바의 공성을 해설하고 있다. 그의 설명은 자비의 수행은 물론 업과 윤회와 같은 불교의 다른 중요한 가르침과도 합리적으로 잘 어울린다.

미팜 린포체가 활동할 당시 티베트 불교는 정치·종교적으로 학파별 이기와 반목이 심했던 시기였다. 아무리 오래된 수행적 성과라도 자신의 종파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분파적 이기주의와 정치적 판단을 기반으로 그 가치를 훼손하고 비방하곤 했다.

또한 상대방이 이룬 성취의 장점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순을 들춰내려고 애쓰던 시기였다. 이러한 태도는 티베트 불교 특유의 종학파적 해석 전통에서 특히 두드러졌는데, 이에 미팜 린포체는 이 책을 통해 그 왜곡된 오해를 바로잡고자 했다. 하지만 그의 노력에 대한 기득권의 저항은 생각보다 컸던 만큼, 이 책은 이후 30년에 걸친 종학파적 논쟁의 서막이 됐다.
 

19세기 티베트 불교의 위대한 학자로 꼽히는 미팜 린포체가 저술한 '입보리행론' 제9장 지혜품에 대한 주석서 '께따까, 정화의 보석'이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출간됐다. 사진은 세계 최대 티베트 불교학원인 오명불학원 스님들
19세기 티베트 불교의 위대한 학자로 꼽히는 미팜 린포체가 저술한 '입보리행론' 제9장 지혜품에 대한 주석서 '께따까, 정화의 보석'이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출간됐다. 사진은 세계 최대 티베트 불교학원인 오명불학원 스님들.

근현대 티베트 불교사에 큰 족적을 남긴 미팜 린포체는 티베트 불교 4대 종학파 가운데 닝마파 전통에 속해 있다. 티베트 불교 성립기에 시작한 닝마파는 역사적으로 중국에서 선불교가 발아해 정착하고 꽃피우던 시기, 인도에서 날란다 전통의 대승불교가 만개하던 시기와 맞물려 성장했다.

역사적, 내용적으로 닝마파는 한국불교에서 하나의 전통처럼 여겨져 ‘한 소식(悟道)’의 수행문화와 많이 닮아 있다. 공안을 깨고 철벽을 부수는 기개와 ‘조사의 9년 면벽’ 같은 용맹정진의 성취자 전통까지 유사하다.

이 책의 역자이자 2003년 인도국립박물관연구소에서 ‘깔라짜끄라딴뜨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최로덴 박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구도자의 근기에 맞게 그 유용한 가치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면, 중생의 이익을 위해 출연한 불교는 결국 그 빛을 잃게 될 것”이라며 “끝없는 분파와 이기로 인해 압박과 이율배반이 난무하던 19세기 티베트 불교의 현실은 오늘날 우리의 초상”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입보리행론> 지혜품에 대한 미팜 린포체의 주석이 촉발한 해석적 논쟁은 19세기 티베트 불교의 현실에 던져진 무종학파적 ‘리메(Ri-med, 無山)’ 운동과 궤를 같이 한다.

닝마파의 입장에서 자신의 전통 수행적 가치를 재고한 미팜 린포체의 노력은 결과적으로 티베트 불교의 모든 종학파가 서로 유용하게 공존하기 위한 하나의 거대한 운동이 됐다. 이는 큰 틀에서 불교의 풍부한 정신적 유산을 보존하는 것은 물론, 그 가치를 드러내는 다양한 방편의 길을 인정하고 상생하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평가된다.

최로덴 박사는 “<입보리행론> 지혜품은 대승불교의 정수를 녹여 만든 지혜의 보검으로 날이 선 금강의 칼과 같아 일체의 번뇌와 무지를 모두 벨 수 있다”면서 “인연 있는 이는 누구든 반야바라밀의 지혜 보검을 들고 자신의 무명을 타파해 광대한 붓다의 반야삼매와 계합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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