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인간 이기심이 빚어낸 참사…자연공존이 관건”
“바이러스는 인간 이기심이 빚어낸 참사…자연공존이 관건”
  • 어현경 기자
  • 승인 2020.03.16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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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장

자연에 대한 경외심 갖지 않고
무차별적 개발논리 내세우면
바이러스 역습 계속될 수밖에

정부조직시스템 개편하고
대처 매뉴얼 발굴도 시급해

3월11일 WHO가 코로나19 대유행을 선언한 지금, 세계는 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였다. 우리나라는 지난 2월부터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국민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동참 중이다. 사실 바이러스는 인류를 위협해 왔다. 시간을 거슬러 스페인 독감이 그랬고, 홍콩독감,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또한 마찬가지다. 살아있는 한 공존할 바이러스를 어떻게 봐야 할까. 3월9일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장을 3월9일 서울 고려대 의과대학 본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박 원장은 불자로서 불교가 교육과 의료 방면으로 역할을 더 확대해 국민과 더 가까워질 수 있길 바란다는 희망을 전했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장을 3월9일 서울 고려대 의과대학 본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박 원장은 불자로서 불교가 교육과 의료 방면으로 역할을 더 확대해 국민과 더 가까워질 수 있길 바란다는 희망을 전했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고려대 안암병원은 코로나19 정국 속에서 29번째 확진자를 발견해 대형 감염피해를 막은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환자는 중국 등 해외여행이나 환자접촉 이력이 없어 선별진료소에 들르지 않고 바로 응급실로 왔다. 당직 의사는 CT상 바이러스성 폐렴을 의심해 바로 음압격리실로 이동시켰고, 검사 끝에 확진자로 판명됐다.

그 때만 해도 해외여행을 다녀오지 않고, 환자와 접촉한 경우가 아니면 코로나19 의심대상이 아니었던 터라 당직 의사의 판단은 선견지명이 아닐 수 없었다. 이후 역학조사 결과 29번 환자는 종로구에서 발생한 지역감염 사례로 확인됐다. 고려대 안암병원이 코로나19 확산 패턴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를 잡아낸 것이다.

박 원장은 “당직 의사의 기지로 전염병 트랜드가 바뀌는 시점을 잡아냈다”고 “덕분에 대형 감염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세계가 경색돼 있지만, 박 원장은 너무 낙관적이어서도, 또 공포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인류는 늘 바이러스와 공존했고, 바이러스의 첫 공격을 한 번도 이겨낸 적이 없었다. 세포 안에 살고 있는 바이러스를 이기려면 세포를 다 죽여야 한다. 이는 결국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

백신이 발견되고, 면역력이 생겨야 비로소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진화하고, 변종한다. 때문에 바이러스는 언제고 다시 나타난다. 코로나19가 사라진 후에도 인류가 접하지 않은 신종바이러스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 

박 원장은 코로나19 사태를 불교적 우주론으로 보면 더 이해가 쉽다고 했다. 우리를 공포에 떨게 했던 사스, 메르스, 에볼라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도 박쥐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그 방아쇠를 당긴 건 인간이다. 인간이 동물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누구에 의한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이 빚어낸 참사인 셈이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개발하고 접근하면서 신종바이러스도 대두된다.

그는 “인간과 동물, 바이러스는 자연에 공존해 있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박쥐와 같은 동물들을 공격한다면 바이러스 역습은 시작된다. 이로 인해 인간은 고통받고 있지만,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지금 열심히 살고 있을 뿐이다. 연기이고 인과다. 일부 기독교에서처럼 과도하게 해석해 죄인에게 벌을 주는 것도 아니고, 종말이 가까워져 오는 현상도 아니다.”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이 다시 찾아온다는 게 예견된 사실이다. 그렇다고 늘 두려움에 떨며 살 수만은 없다. 박 원장은 “바이러스로부터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처방법을 매뉴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방역 원칙이나 바이러스 특징에 따른 병원 대응법과 일반 국민 생활수칙 등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염병을 다루는 정부조직시스템도 이번 기회에 새롭게 개편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인류역사상 바이러스는 늘 있었고, 정확히 알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지 지나치게 공포를 느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 “이 시대 불교, 의료분야 역할 넓혀야”

고려대 83학번인 박 원장은 의과대학 내 불교동아리 회장 출신이다. 할머니가 독실한 불자였던 까닭에 불교가 익숙한 문화였지만 스스로 신행활동을 한 적 없는 그가 불교동아리에 가입하게 된 것은 우연에 가깝다.

“수필동아리에 가입하려고 동아리방을 찾아갔더니 선배가 맞아줬다. 선배가 우리는 가끔 절에도 간다고 하길래 창작활동 하려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한참 설명을 듣고 보니 불교동아리 선배였다. 수필동아리와 방을 같이 사용했는데, 그걸 몰랐던 것이다. 그 인연으로 불교동아리에 가입해 의료봉사도 가고, 절에 가서 수련회도 했다. 2년 동안 회장을 맡아서 동아리 방에서 혼자 아침예불을 올리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바쁘기도 하고, 불교 활동은 어느새 잊혔다. “개업의로 지낼 때는 환자로 만난 할머니 한 분과 인연이 돼 성당에 다니기도 했고, 아내 따라 교회도 다녔는데 왠지 저랑은 잘 맞지 않았다”고 했다. 잊고 살던 불교를 만난 건 2007년 고려대 안암병원으로 돌아오면서다. 

불교동아리 회장 출신으로 처음으로 모교 교수가 됐다며 병원 불자회장을 맡아달라고 했다. 지도법사 지현스님(대치노인복지센터 관장)도 그 때 만났다. 안산 외국인 노동자와 불법체류자를 진료했고, 스리랑카 불자들을 진료했다. 또 서울 서부역 노숙자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했다.

정형외과에서 근골격계종양을 전공한 그는 암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마음속에 늘 삶과 죽음, 생명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 왔었다. 50대 중반을 넘어서면 절에 다녀야겠다고 생각도 했다. 인연은 뜻하지 않게 다가왔다.

“3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49재를 모셔야겠다고 생각해서 형제자매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서로서로 종교가 달랐지만 절에다 모시는 것에는 다 동의를 해서, 봉은사에서 49재를 지냈다. 그 때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과 인연이 닿아 거사림회 부회장 소임도 맡게 됐다. 학생 때 배운 불교가 전부라 다시 제대로 공부하자고 싶어서 불교교육도 신청했는데, 지금 코로나19로 휴강이라 정말 아쉽다.”

부처님 품으로 다시 돌아온 그는 불교를 다시 배우고, 또 불자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한다. 박 원장은 한국불교가 참선 위주의 수행도 좋지만, 대중적인 일, 사회적으로 올바른 일에는 소극적이라 늘 아쉽다고 말했다.

“2019년 세계호스피스의 날 행사에 참석했는데, 호스피스 분야는 기독교와 가톨릭이 주류이고 불교는 한 발 물러서 있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며 “죽음과 맞닿아 있는 불교야말로 호스피스 활동을 주무대로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또 병원도 마찬가지다. 동국대 의과대학과 병원이 있지만, 다른 종교와 비교하기 어렵다. 기독교는 세브란스 병원이 대표적이고, 가톨릭은 서울 성모병원과 수원 성빈센트 병원, 대구 가톨릭병원 등 지역별로 있다.

“언젠가 달라이라마가 서구 종교는 선교의 목적이지만 교육과 의료에 기여한다는 말을 듣고 공감한 적이 있다. 불교도 사회 아픈 곳을 보기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활동 폭을 넓혀서 교육과 의료분야로까지 확대하면, 불교를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 국민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저 역시 불자 의료진의 한 사람으로서 불교병원의 역할을 확장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박종훈 안암병원장은…
1989년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울산대 의과대학에서 생화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 정형외과 전문의 취득 후 경상대병원과 아산병원, 한국원자력병원에서 재직하다가 2007년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로 모교로 돌아왔다. 고려대학교 의료원 대외협력실장, 안암병원 진료부원장과 의무기획처장을 역임했고 2018년 28대 안암병원장에 취임해 2020년 연임에 성공했다. 대한골연부조직이식학회 감사,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의약품부작용전문위원회 전문위원, 한국원자력의학원 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 회장이기도 하다. 2019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농촌봉사단을 조직해 의료지원활동을 펼치고, 산불재해지역인 고성에서 의료지원활동을 펼치며 농림식품부 장관상을 받았다. 같은 해 대한병원협회 정책부위원장으로 보건의료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공로패를 수상했다. 저서로는 <알기 쉽게 이해하는 정형외과학>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등이 있다.

[불교신문3566호/2020년3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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