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재정난에도 ‘코로나 극복’ 축원기도 뜨겁다
사찰 재정난에도 ‘코로나 극복’ 축원기도 뜨겁다
  • 어현경 기자
  • 승인 2020.03.11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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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하루법회나 정초방생기도
불교대학 개강까지 미루며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동참

어려운 살림에 성금 후원하며
어느 종교보다 국난 극복 앞장
자비심 발로, 공동체정신 실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일찌감치 법회와 교육을 중단했던 불교계도 예외는 아니다.

초하루법회와 정초방생기도를 취소하고, 불교대학 개강을 미루며 솔선수범한 사찰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감수하고, 코로나19 극복성금까지 종단과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하며, 어느 종교보다 공동체 정신 실현에 앞장섰다.

불교는 특히 어떤 종교들보다 일찌감치 대중법회를 자제하면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북을 대표하는 A사찰은 대구경북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성보문화재를 관람하려는 관람객이 크게 줄어 사찰 수입은 예년의 10분의1 수준으로 낮아졌다.

기도도량으로 알려진 경북 B사찰도 예외는 아니다. 주지 스님은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면서 사찰을 찾는 이들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소 같으면 기차나 관광버스를 이용해 대규모로 성지순례를 오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19 이후 사람들 발길도 끊겼다”며 “지역사회 내에서도 사람들의 이동이 거의 중단됐다. 사찰 문은 열어두고 있지만 불자들도 스스로 조심하다보니 기도를 드리기 위해 오는 불자들도 드물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2월21일부터 산문폐쇄 조치에 들어간 경남의 C사찰은 예불시간 때 스님들 기도소리만 들릴 뿐 적막강산이나 다름없다. 사중 스님 120여명은 현재 사찰 초입을 경계로 스스로 격리 중이다. 연간 국내외 관광객 100만 명이상 찾는 곳이지만, 지금은 외부 출입이 완전히 끊긴 상황이다.

문화재 관람료 수입은 거의 끊어지면서 긴축재정에 들어갔다. 방장 스님은 월 보시금을 전부 반납했다. 교역직 스님들 보시금은 삭감됐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유튜브 법회로 수행정진을 독려하며 극복에 힘을 모으고 있다.

광주지역 도심 포교당인 D사찰도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한 달 간 모든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라”는 종단 지침에 따라 2월23일부터 정기법회 등을 중단한 상황이라, 사중 살림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주지 스님은 “작년 이월금과 지난 달 정초·입춘 기도비용 등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며 “인건비 등 매달 나가는 지출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조만간 재정이 적자가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스님은 “비록 사찰 재정은 타격을 입고 있지만, 바이러스 확산방지를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며 “매일 법당에서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모든 이들을 위한 축원기도를 올리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전국 사찰들도 재정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민들의 안전과 건강이 우선이라는 신념으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봉은사가 코로나 극복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내건 현수막.
코로나19 확산이 장기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전국 사찰들도 재정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민들의 안전과 건강이 우선이라는 신념으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봉은사가 코로나 극복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내건 현수막.

재정난이 예상됨에도 불교계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일원으로서 역할을 고민하고 실천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인드라망처럼 이어진 현대사회에서 각자도생으로는 코로나19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공감이 형성돼 가능했다. 이는 사찰 운영이 힘들어지는 것을 감내하고 국민과 함께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자비심의 발로이기도 하다.

C사찰 주지 스님은 “스님과 불자들이 종단지침을 잘 따라주고 있다”며 “이번 어려움을 잘 극복한다면 불교의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느 종교보다 한 발 앞서 국난 극복을 위해 희생하고 보시행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지금의 불교계의 모습이야 말로 사회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엄태규 기자 che11@ibulgyo.com
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이성진 기자 sj0478@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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