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조계총림 송광사 주지 자공스님

수행과 신행공간 구별하고
생동감 넘치는 사찰로 거듭

방장 스님 받들며 대중 정진
자비나눔 실천 광주불교 중흥

계절의 변화는 늘 설렘을 가지고 온다. 조계산(曹溪山)이 겨울에서 봄으로 옷을 갈아입는 지금 조계총림 송광사에도 새로운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신임 송광사 주지 자공스님이 지난 2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종단의 공익법인 아름다운동행에서 상임이사 소임을 7여 년간 맡으며 국내외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희망을 전달하는데 앞장섰던 자공스님. 이제 출가 인연이 깃든 조계총림으로 돌아와 교구 발전을 위해 진력한다. 218일 조계산 자락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승보종찰 송광사를 찾았다. 각종 현안 업무를 챙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자공스님을 만나 주지 소임을 맡은 소감부터 향후 계획까지 들을 수 있었다.

지난 2월 송광사 주지 소임을 시작한 자공스님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스님은 불자와 시민들을 위한 송광사를 만드는데 진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송광사 주지 소임을 시작한 자공스님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스님은 불자와 시민들을 위한 송광사를 만드는데 진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소임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스님의 근황이 궁금했다. 그러자 스님은 새벽에 3시에 일어나 부처님 전에 예불 올리고, 모두 함께 모여 공양하고 함께 운력하는 등 대중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수행공동체 정신이 살아있는 조계총림 주지 스님다운 답변이었다.

“40여 전 출가했던 그 시절처럼 산천은 그 모습 그대로이지만, 살림살이 규모를 비롯해 시설과 인프라 등은 몰라볼 만큼 크게 성장했다는 스님은 요즘 이곳저곳을 둘러볼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세심하게 신경 쓸 부분도 많을 터. 그렇다면 스님이 구상 중인 조계총림의 모습은 무엇일까.

불자와 시민들 위한 공간 최우선

첫 번째로 내세운 것은 불자와 시민들을 위한 송광사이다. 사찰을 찾는 사람들이 편한 공간으로 도량의 전체적인 구조를 재배치하겠다는 게 구체적인 생각이다. 스님은 송광사의 건물 불사는 이미 잘 진행돼 있다이젠 도량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스님은 현재 사찰 안쪽에 위치한 공양간을 외부 공간으로 옮기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그동안 공양간에 가기 위해선 대중 스님들이 생활하고 있는 방사를 돌아서 가야 하는 등 다소 불편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님은 수행공간과 신행공간을 분리하는 등 사찰을 찾는 시민과 불자들이 편리한 곳으로 만들 계획이라며 이로써 생동감 있는 사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받기보다 먼저 베풀 수 있는 도량될 것

자공스님은 불교의 대사회적 활동인 나눔 실천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스님의 그간 걸어온 발걸음과 맞닿아 있다. 오랜 시간 재단법인 아름다운동행 상임이사로 묵묵히 일해온 스님은 이전 주지 소임을 맡았던 화순 만연사에서 복지법인 연꽃세상을 운영하기도 했다.

사찰에서 만든 고추장과 된장 등을 판매해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했고, 연꽃세상 경로식당을 운영하며 어르신들을 위한 공양 대접을 앞장선 바 있다. 자공스님은 여전히 많은 스님들이 받는 것에만 익숙하고, 남에게 주는 것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비록 작은 것이라도 먼저 나눠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나눔이 꼭 물질적인 부분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스님은 나와 집행부 스님, 그리고 종무원들부터 송광사를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먼저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캠페인을 진행하려고 한다이와 함께 지역민들을 위한 나눔 활동에도 활발히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나주 빛가람포교당 첫 삽 뜨겠다

자공스님은 광주지역 불교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광주불교 발전은 호남불교, 더 나아가 한국불교의 발전과도 연결돼 있는 일이기에 그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광주불교 중흥은 꼭 이뤄야할 중요한 일이라고 역설한 스님은 사암 연합회 활성화 등 지역 불교에 활기를 띌 수 있는 일들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종단에서도 주지 스님 인사고과에 포교항목을 도입한 것처럼, 지역불교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스님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등 구체적인 방안도 언급했다.

수년간 지연돼 왔던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의 포교당도 올해 첫 삽을 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는 전국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송광사는 이곳에 포교도량 건립 원력을 갖고 지난 2015년부터 부지와 예산확보에 나선 바 있다. 자공스님은 빠른 시일 내에 사업 전반을 맡을 관리자를 파견할 것이라며 “21세기 한국불교 미래발전을 위한 초석이 될 포교당 불사에 의지를 갖고 사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화합 중시 목우가풍 이을 것

송광사를 대표하는 또 다른 말은 목우가풍(牧牛家風)이다. 목우가풍의 뜻에 대해 묻자 스님은 화합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모든 송광사 대중들이 문중과 계파를 떠나 서로 서로 송광사의 발전을 함께 꿈꾸고 있다이는 곧 송광사 발전의 큰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님은 최근 진행된 전임 주지 진화스님과 인수인계 이야기도 들려줬다.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업무 인계는 물론, 7직 소임자 등 신임 집행부 스님들을 구성할 때에도 전임 집행부와 함께 협의하며 진행됐다이게 바로 송광사를 움직이는 목우가풍의 힘이라고 역설했다.

자공스님은 승보종찰, 그리고 총림 주지라는 이름이 지닌 무거운 책임감을 잘 알고 있었다. 대중들을 위해 희생하는 자리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이 무게감을 배려의 힘으로 이겨내려 한다. 40여 년의 출가 생활동안 늘 그래왔듯 상대방을 살피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소임을 살겠다고 했다.

배려의 가치로 솔선수범 다짐

주지 임명장 수여 이후 방장 스님께서 대중들하고 똑같이 정진하고, 솔선수범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이처럼 방장 스님의 뜻을 잘 받들고, 대중들이 수행하고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행정적으로 뒷받침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이자 꿈입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뚜렷하고 묵직한 스님의 다짐에서 송광사의 내일이 기대된다.
 

자공스님은…
일각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1979년 보성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80년 구산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16~17대 중앙종회의원을 비롯해 총무원 호법부 상임감찰, 조사국장, 호법국장, 원각사 주지, 만연사 주지 등을 역임했다. 특히 2013년부터 최근까지 재단법인 아름다운동행 상임이사 소임을 수행하며 국내외 어려운 이웃들에게 자비나눔을 실천했다.

송광사=이성진 기자 sj0478@ibulgyo.com
이준엽 광주전남지사장 maha0703@ibulgyo.com

[불교신문3565호/2020년3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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