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기 주는 총무원장스님 담화문

“모두의 마음이 한마음 한뜻으로 모인다면 능히 지금의 위기는 극복될 것입니다. 중앙정부의 컨트롤타워인 재해대책본부를 믿고, 일선 의료현장에서 감염의 위험을 감내하며 촌각을 다투는 시간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자랑스러운 의료진들을 믿고 국민 개인 개인이 할 수 있는 예방수칙을 철저히 준수한다면 오래지않아 이 위기상황은 종식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국민 모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지극한 마음으로 기원 드립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코로나19’가 하루 빨리 종식되기를 염원하며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을 위로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담화문 말미에 담긴 ‘한 뜻으로 마음을 모은다면 위기는 극복될 것’이라는 문구가 고통 해결의 핵심이다. 코로나19로 대한민국은 유례 없는 어려움에 처했다.

사람 사이에 쉽게 전염되는 특성 때문에 사람과의 만남이 거의 중단돼 경제가 얼어붙었다. 자영업자는 물론 여행사, 제조업, 유통업 등 모든 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미취학 아동을 둔 맞벌이 부부들은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가 휴업에 들어가는 바람에 맡길 곳이 없어 발을 구르며, 독거노인 등 주변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저소득 계층들은 사람의 손길이 끊어져 가뜩이나 힘든 처지가 더 힘겹다. 특히 감염자가 집중된 대구와 경북 주민들이 겪는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고통을 함께 나누고 서로를 위하는 길 밖에 없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우리는 감염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체 모르는 한 명으로부터 시작된 전염이 한 국가는 물론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할 정도로 무섭게 퍼져나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구축한 방역망이 한 사람, 한 집단에 의해 모래성처럼 맥없이 무너졌다. 공동체 안위를 생각하지 않는 개인과 집단의 일탈이 낳은 결과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을 향한 비난, 혐오, 배척이 전염병처럼 무섭게 퍼졌다. 

코로나19는 서로를 위하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공동책임으로 받아들이는 이타심, 사회적 협력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총무원장 스님이 일깨운 것처럼 세상은 그물망처럼 서로 연결돼 있어 남을 돕는 것이 곧 나를 돕는 일이다.

나와 전혀 관련 없고 알지 못하는 사람일 지라도 결국 나와 내 주변에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세상은 수없는 날줄과 씨줄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불교의 세계관이다. 이번 전염병 사태가 불교 세계관이 옳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코로나19 사태는 곧 종식 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사례는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방역망을 정비하고 인력을 양성하여 재발 방지책을 세우겠지만 그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려운 사람, 취약한 지역이 없도록 함께 보살피지 않으면 재앙은 또 우리 사회를 덮칠 것이다. 비방 원망 배제가 아니라 화합 격려 포용만이 바이러스를 이기는 힘이다. 이 진리를 잊지 않고 함께 실천한다면 코로나19를 통해 치른 비용이 아깝지 않다. 

[불교신문3564호/2020년3월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