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바이러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발 40여일 만에 5000여 명에 육박하고 증상 의심자만 12만 명을 넘어서는 등 코로나 사태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초기에는 의심자를 격리수용하고 확진자 동선을 파악해 접촉을 피하는 등의 조치가 효과가 있었지만 이제는 확진자가 너무 많아 초기 예방법은 무용지물이 됐다.

지금 할 수 있는 조치는 각자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한편 사람이 모이는 곳을 회피하고 더 나아가 아예 사람 간 접촉을 최대한 줄이는 길 만 남았다. 정부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장하고 국민들도 사실상 자가 격리에 들어간 듯 하다. 그리하여 사람들 왕래가 줄어들고 집회도 사라졌다.

물론 부작용도 많다. 사람 간의 교류로 인해 일어나는 경제가 직격탄을 맞아 너도 나도 아우성이다. 도움을 받아야하는 사람들의 처지는 더 어려워졌다. 그러나 달리 길이 없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건강을 해치고 주변에 피해를 입히는 것 보다 스스로 조심하며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를 통해 교훈을 얻는데 있다. 첫째 바이러스는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는다. 함께 살면서 극복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자면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갖춰야 한다. 이번 코로나19도 건강한 사람은 감기처럼 앓다가 지나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건강한 신체를 유지 하기위해서는 욕심을 줄여야 한다.

부처님께서도 절제해야 괴로움을 줄이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셨다. 불교에서 말하는 여덟가지 고통(八苦) 중 오온성고(五蘊盛苦)는 오감(五感)이 지나치게 왕성한데서 오는 고를 일컫는다. 눈이 가는 대로 즐기고 입이 원하는 대로 먹고 마시며 유흥을 즐기는 것도 큰 고통이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병고와 맞서기 위해서는 평소 절제하고 욕심을 줄여 건강한 신체를 유지해야 한다. 

두 번째는 사람과의 관계를 줄여야 한다. 바이러스는 사람과 사람을 통해 전염된다. 현대 사회는 교통 통신이 발달하여 과거 보다 훨씬 더 다양한 사람과 접촉을 갖다보니 바이러스 전염도 빨라졌다. 불교는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괴로움이 생긴다고 가르친다. 진리를 함께 찾는 도반(道伴)이 아닌 이해관계로 맺어진 불필요한 관계를 지나치게 많이 맺지 않았는지 진지하게 되돌아 볼 때다. 

욕심을 줄이고 사람과의 접촉을 끊기만 하면 은둔 고립과 다름없다. 불교는 여기서 나아가 자신을 들여다 보고 이웃을 생각할 것을 가르친다. 욕심을 줄이는 이유는 남과 조화로운 관계를 위해서다. 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 자신을 희생하며 남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료진과 봉사자를 생각하며 십시일반 돕는 자비심은 꼭 필요하다.

모처럼 홀로 있는 시간 자신의 삶을 관조하는 명상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중앙종무기관 종무원들이 업무시간 짬을 내 30분간 <금강경>을 독송하며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진정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이 속히 낫기를 기도한다. 불자의 바른 자세다.

[불교신문3563호/2020년3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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