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보살은 어디서 오셨는가’
부처님 모든 서원은 중생 향해 있어


마음엔 중생 향한 대비심 가득
보살생과 그에 따른 공덕까지
중생 제도하는 장치이자 준비

혜총스님
혜총스님

지옥을 비롯한 삼악도의 낱낱 중생들에게 선근을 심고자 고행을 스스로 자처하신 부처님은 또한 인간과 천상의 쾌락에 머물지 않기를 서원하시면서 시방세계 모든 부처님께 공양 올려 공덕을 닦고자 하신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응당 이와 같이 하며 헤아릴 수 없이 오래도록 생사계에 머물며 지은 모든 공덕을 부처님께 공양함은 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한 불세계의 먼지수와 같은 모든 공양구로써 시방의 한량없는 낱낱의 부처님께 공양하기를 원하옵니다. 또한 시방의 무량무변한 낱낱의 부처님 처소에서 모든 선한 공덕 얻어지기를 원하옵니다.”

그 공양에 의한 공덕이 보해 범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거룩한 서원의 말씀에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미 보해 범지는 위없는 보리심을 낸 보살이기 때문에 자신을 위한 공덕은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보해 범지의 마음속에는 중생을 향한 대비심으로 가득 차 있기에 모든 서원은 중생을 향해 있고 따라서 보살행도, 보살행에 따른 공덕도 모두 중생을 제도하는 하나의 장치요 준비인 것이다. 

그리고 “낱낱의 부처님 앞에서 항하사 같은 일체 중생들을 교화하여 위없는 보리도에 머물게 하기를 원하옵니다” 하면서 성문과 연각과 불국토의 먼지수와 같은 대승들을 교화하여 위없는 보리도에 머물게 하기를 또한 서원한다.

서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모든 33천 대천세계와 축생계로 확대된다. 

“만약 토끼를 섬기는 중생이 있으면 토끼로 몸을 나투어 교화해서 선한 법에 머물게 되길 원하옵니다.” 

만약 범천을 섬기는 중생이 있으면 범천으로 몸을 나투고, 달을 섬기는 이에게는 달로 몸을 나투고, 금시조를 섬기는 중생이 있으면 금시조로 몸을 나투어 교화해서 선한 법에 머물게 되기를 원한다.

이러한 가없는 서원은 도솔천에서 내려와 전륜성왕과 그 왕비를 부모로 태중에 들기를 원하고, 열 달이 차면 오른쪽 옆구리로 나오길 원하며, 이때 일체공덕으로 성취한 삼매의 힘으로 사바세계에서 아가니타천까지 6가지로 진동하길 원한다.
 

삽화=손정은
삽화=손정은

뿐만 아니라 “제가 궁전에서 결혼하고 궁녀들과 오욕락 탐하는 것을 보여줄 것입니다. 그러면 중생들은 인과응보를 알고 발심하기를 원하옵니다. 제가 밤중에 성을 나와 몸 꾸민 갖가지 금은보화와 영락 버리는 것을 중생들이 보고 외도를 항복받기를 원하옵니다. 제가 분소의를 입고 보리수 아래 좌정하여 삼매에 든 것을 보고, 중생들이 3승법 깨닫기를 원하옵니다. 이 법을 듣고 나서는 깊고 중한 생각을 내어 부지런히 정진할 것을 원하옵니다.”

석가모니부처님의 500가지 서원을 보면 석가모니부처님이 이 땅에 태어나서 열반하실 때까지 일생의 족적이 모두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이 자세히 각본처럼 그려진 서원이 그대로 구현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그 서원들 하나하나는 중생교화의 방편임을 알 수 있다.

지면 관계상 모든 원을 다 옮길 수 없으니 독자는 한글대장경 <비화경>을 찾아 꼭 읽어보시기를 권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대신한다.

[불교신문3563호/2020년3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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