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출가열반절 정진주간 ‘금강경’ 독송
3월9일까지 매일 30분 각자 자리에서 정근
코로나19 지혜롭게 극복하자는 염원도 담아
3월2일 오후5시30분, 한국불교 장자 종단인 조계종 중앙종무기관이 들어서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목탁 소리와 함께 <금강경> 독송이 울려 퍼진다. 부처님께서 출가사문의 길에 들어서고 열반에 이르신 의미를 되새김과 동시에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염원을 담은 기도다.
업무를 잠시 중단한 종무원들이 책상마다 놓인 <금강경>을 집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앉거나 일어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로 시작되는 한글 금강경을 읊는다.
이날을 시작으로 총무원, 교육원, 포교원 종무원들이 3월9일까지 업무 시간을 쪼개 하루 30분 기도 정진에 들어간다. 해마다 출가열반절을 맞아 일주일 동안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진행해왔던 신행 교육을 같은 시간, 각자의 자리에서 <금강경> 독송으로 대체키로 한 것.
종무 행정에 봉직하는 종무원으로서, 한 사람의 불자로서 출가열반절 기도는 중요한 약속이자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이기도 하다. 출재가를 넘어 각자의 자리에 선 채로 독송을 시작한 포교원, 사회국장 혜도스님의 목탁 집전 아래 6일 분량을 정해 암송에 들어간 사회부가 먼저 모범을 보였다.
정부가 코로나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한 상태에서 사실상 대한민국 모든 종교 활동이 멈췄다. 감염병 위기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나뉜다. ‘심각’ 단계에서는 정부가 종교 행사를 잠정적으로 금지하거나 국민의 이동을 제한할 수 있다.
종교계에서 가장 먼저 법회 중단을 결정한 조계종이 2월20일 전국 사찰에 법회 중단을 권고하는 지침을 내린데 이어 2월26일에는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소속 16개 교구가 미사를 중단했다. 대형교회도 잇달아 예배를 중단하고 있다.
“법당이 아니더라도 업무를 보는 공간에서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기도를 한다는 것에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종교를 떠나 모든 국민이 힘을 모아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내길 기원합니다. 서로 다른 공간에 있더라도 그 마음만큼은 한 곳에 있을 겁니다.”
집전 후 5분 간 종무원들과 석가모니불 정근을 하느라 습기가 가득 찬 마스크를 닦아내던 사회국장 혜도스님 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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