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스템이론과 불교
공통분모인 상호인과율
두 사상을 서로 융합해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미래사회의 철학 기반”

붓다의 연기법과 인공지능

조애너 메이시 지음 / 이중표 옮김 / 불광출판사
조애너 메이시 지음 / 이중표 옮김 / 불광출판사

2016년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졌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경기는 세기의 대국으로 불리며 세계인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이후 등장한 알파고 제로는 기존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100전 100승을 거두며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SF영화에서나 보던 인공지능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갖게 되는 동시에 인간을 뛰어넘어 인간을 해치는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미 IBM의 ‘왓슨’이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보험회사와 병원에 고용돼 수백 명의 전문가가 할 일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처럼 인공지능 시대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빨리 곁에 와 있었다. 밝은 미래와 암울한 미래의 엇갈린 시선이 존재하지만, 인공지능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불교학, 심층생태학 등을 연구한 생태철학자 조애너 메이시는 최근 출간한 <붓다의 연기법과 인공지능>을 통해 인공지능을 탄생케 한 시스템이론과 인공두뇌학의 기원을 불교의 연기법과 비교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불교생태학의 토대를 일군 평생을 평화운동과 환경보호 운동에 매진한 저자는 서두에 “이 책의 목적은 일반시스템이론과 불교라는 두 사상 체계를 활용해 상호인과율의 특성을 밝히고 자연 시스템의 법칙(Dharma)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인공지능의 개념은 이미 2차 세계대전 때 시작됐고, 인공지능에 영향을 끼친 시스템이론은 유럽 중세시대부터 태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을 더 거슬러 시스템이론과 너무도 흡사한 사상이 2500여 년 전 부처님에 의해 연기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다.

때문에 저자는 “기원과 목적이 너무나도 다른 불교의 연기법과 현대의 시스템이론이 상호해석 가능하며, 이를 통해 두 사상을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두 사상을 연결하는 고리는 상호인과율이다. 여기서 상호인과율이란 쉽게 말해서 원인과 결과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뜻이다.
 

인공지능을 탄생시킨 일반시스템이론과 불교 연기법을 비교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붓다의 연기법과 인공지능'이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출간됐다. 사진은 로봇 수행자를 소재로 한 우리나라 영화 ‘인류멸망보고서’의 한 장면.
인공지능을 탄생시킨 일반시스템이론과 불교 연기법을 비교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붓다의 연기법과 인공지능'이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출간됐다. 사진은 로봇 수행자를 소재로 한 우리나라 영화 ‘인류멸망보고서’의 한 장면.

더불어 저자는 “현대인들에게 인공지능은 매우 어렵게 느껴지지만 어떤 면에서 작동원리는 매우 단순하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이란 결국 인간 사유체계를 기계에 이식했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사유는 체험과 학습을 근거로 이뤄진다. 과거의 체험은 현재의 행동으로 이어지며,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수정 보완이 이뤄지는데 이를 피드백(feedback)이라고 한다.

이 과정은 자연계에서 스스로 유지하고 조직하는 생물학적 시스템의 능력과 유사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피드백은 무기 체계에도 사용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미사일이 스스로 탄도를 감시하고 추적하도록 궤도를 수정하게 해주는 작동원리와 같다.

그러면서 저자는 “불교에서는 이러한 상호작용 속에서 자아가 없다고 말하는데, 이 말은 곧 인공지능이 더 발달해 인간처럼 사유하고 판단하게 되더라도 결국 무아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가 된다”면서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자연 시스템에서도 고정불변의 속성 같은 것은 없다”고 강조한다.

이어 “이러한 사고를 통해 인류는 인식의 대전환을 이룰 수 있고, 생명·생태·윤리의 문제를 분별없이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다”고 의미를 전한다. 상호인과율로 통칭되는 이 이론에서 인간 개개인이 그 상호 발생적 패턴에 참여하고 있음을 인정할 때, 인간의식의 구원은 물론 미래사회의 긍정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불교와 현대과학 이론을 융합해 철학적 토대를 마련한 저자의 통찰력은 우리에게 인류의 미래를 밝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이중표 전남대 명예교수는 “이 책은 불교가 우리시대의 문제들에 주는 답은 무엇이며, 어떻게 실천해야 할 것인지 분명하게 이야기 한다”면서 “저자는 난해한 불교용어를 일반적인 말로 쉽게 설명하고 있는 만큼 불교를 전공하는 사람은 물론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으며, 특히 현대의 여러 문제에 대해 답을 구하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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