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문화재 환수 운동 펼치는
김형근 ‘미주현대불교’ 발행인

불교문화재 훼손 막기 위해
7년 전부터 본격 활동 나서
“문화 환수 매뉴얼 제작 등
시스템 확충 되길” 바람 전해

2월19일 대군주보 및 효종어보 환수에 큰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정재숙 문화재청장으로부터 감사패를 전달받은 김형근 발행인(왼쪽)의 모습.
2월19일 대군주보 및 효종어보 환수에 큰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정재숙 문화재청장으로부터 감사패를 전달받은 김형근 발행인(왼쪽)의 모습.

오랜 시간 미국 땅에 머물다 한국으로 돌아온 조선왕조의 도장 두 점이 219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됐다. 바로 조선 국왕의 존엄과 권위를 상징하는 국새 대군주보(大君主寶, 1882·고종 19년 제작)와 효종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효종어보(孝宗御寶, 1740·영조 16년 제작)’였다.

80대 재미교포 사업가인 이대수 씨가 경매사이트 등에서 매입해 소장 중이었는데, 두 점 모두 도난 문화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에 기증한 것이다. 이번 환수는 기증이라는 우호적인 방식으로 이뤄져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이날 원만한 환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탠 불자 재미교포인 김형근 <미주현대불교> 발행인(사진)도 자리에 있었다. 이날 그는 문화재청으로부터 이와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미국 현지서 불교 문화재 환수운동을 펼치고 있는 그의 이야기 들으려 225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먼저 이번 국새·어보 환수 관련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의 말에 의하면 기증자 이대수 씨가 문화재청에 전달한 두 점 모두 1990년 후반 합법적인 미국 내 경매를 통해 구입한 유물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에서 외국에 유출된 국새와 어보를 도난 문화재로 지정하게 되자 얼떨결에 도난품을 갖게 된 신세가 돼버렸다.

상황을 알게 된 기증자는 고민 끝에 대한민국의 재산을 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기증을 결정했다. 하지만 누구한테 연락을 해야 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몰라 당혹스러워 했다고 한다. 이때 기증자와 인연이 있던 김 씨가 나서 물심양면으로 돕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 정부에 연락하는 일부터 진위 여부를 판별하러 미국으로 온 문화재청 관계자들과 소통하는 일, 다소 까다로울 수 있는 복잡한 절차 등을 조율하는 것 까지. 기증자의 대리인 역할을 자처하며 물밑으로 도왔다. 특히 합법적으로 구입했음에도 도난품을 갖고 있다는 현실에 심리적으로 불안한 기증자를 위로해주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그는 정부 관계자들에게 무엇보다 강제적으로 진행하지 말자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고 한다. 덕분에 그간 주로 압수나 수사와 같은 강압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화재 환수가 이뤄졌다.

언뜻 문화재 환수 전문가로 보이지만, 그는 아직 아마추어라며 손사래 쳤다. “20여 년 전, 취재 차 미국 전역을 다니다 보니 지역 마다 골동품 상점이 많이 있더라고요. 대부분 한국 불상이나 불화 등을 팔고 있었죠. 항상 현지인들로 붐볐는데 당시엔 관련 전문지식도 없다보니 미국 사람들이 한국 불교문화에 관심이 많구나정도 생각했죠.”

시간이 흘러 여전히 골동품 상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국 불상과 불화를 바라보며 문득 저 유물이 한국불교의 귀중한 문화재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우리 불교문화재가 이국땅에서 떠돌고,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의 손에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결심이 그를 움직였다.

7년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불교 문화재 회수 운동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골동품 상점 등에서 불교유물을 구입한 이들의 자발적인 기증을 독려하거나 전문가 감정에 의한 구입을 통해 원래 있던 장소로 보내는 활동이다.
 

2월25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형근 미주현대불교 발행인. 그는 “한국 불교문화재가 외국 땅에서 훼손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문화재 환수 활동을 미국 현지에서 펼치고 있다.
2월25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형근 미주현대불교 발행인. 그는 “한국 불교문화재가 외국 땅에서 훼손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문화재 환수 활동을 미국 현지에서 펼치고 있다.

고려시대 불화나 탱화, 고려 사경 등을 중점적으로 환수하려 노력 중이다. 물론 예산적인 문제 등 어려움도 많지만, 오로지 우리 불교문화재가 사라지는 것은 막아야겠다는 마음뿐이다. 오히려 조금 더 일찍 이 일을 시작하지 못한 점이 안타깝고 후회된다고 했다. 현재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조만간 미국 땅에서 있던 우리불교 문화재가 환수되는 성과가 나올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짧은 한국 일정을 마치고 출국을 앞둔 그가 한 가지 바람도 전했다. “이국땅에 있는 불교문화재를 환수한다는 원력을 갖고 있지만, 전문지식이 없는 이들이 많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런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는 셈이죠. 이를 위한 매뉴얼 제작 등 관련된 시스템이 발전됐으면 합니다. 종단과 한국 불교계의 관심과 지원이 더해진다면 가치 있는 소중한 우리 문화재가 원래 자리로 돌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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