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이 오는 길목에서
리드미컬한 BGM 들으며
이뭣고 화두 든 대학생들

처음 총불법당의 문을 열고 들어서던 총불이들의 안쓰럽던 모습, 과장을 좀 보태면 가히 ‘좀비’들의 출현이었다. 그날 밤 그들과 똑 닮아있던 내 20대의 좀비 소환으로 심장 언저리가 뻐근해 잠을 이루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하여, 지도법사를 맡고 맨 처음 마련한 건 온수매트와 다구(茶具), 법요집과 불서들이었다. 법우들이 언제든 달려와 지친 몸 누이고 차 한 잔 마시며, 자신의 현재를 비추어보고 내 외면으로 회복되어 갈 수 있게끔 돕는 쉼터 하나 여기 생겼단 소식.
 

서울대 불교학생회 학생들과 함께 법회를 진행하는 모습.
서울대 불교학생회 학생들과 함께 법회를 진행하는 모습.

만족을 모르는 어른이들 세상의 온갖 기대와 잣대, 강요에 억눌린 채 건조한 공부기계인 양 살아온 이 어여쁜 붓다꽃씨들의 삶에, 총불법당이 조건없는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는 한 송이 꽃이며 선물로 다가가 주길 바라는 서원(誓願) 하나! 

목요일 저녁 7시. 매주 다른 주제로 정기법회를 여는데, 그날은 명상을 하는 날이었다. 5평 남짓한 따뜻한 아랫목 꼬리꼬리한 발냄새 고요히 번져가는 가운데, 머리 정수리로부터 척추와 꼬리뼈, 발끝까지 찬찬히 살펴본 결과, 좌선(坐禪)으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무너진 몸 상태들.

그리하여 따뜻한 온수매트에 부처님과 스님이 함께 몸을 움직이고 누워주시는 와선(臥禪)이 시작되고, 캠퍼스 핫플레이스에 ‘총불이 찜질방 쉼터’가 드디어 문을 연 것이다.

허나 감격을 만끽함도 잠시, 서울대 학생회관 C63동 305호 총불법당 바로 옆에는 락 밴드와 국악동아리, 댄스동아리들이 밀집해 있다는 사실. 부처님께 예불 올리고 명상 좀 해 보려고 하면, 기다렸다는 듯 그쪽에서도 “쿵쾅쿵쾅 둥 두루루루 촤아아앙(드럼소리)~”을 시작한다. 이건 뭐 ‘Noise Meditation(소음 명상)’이란 새로운 명상 영역이 출현할 지경.

허나 이 열악한 환경도 명상을 하겠다는 우리 총불이들의 의지를 꺾을 순 없었으니, 옆방의 소음조차 둠칫둠칫 리드미컬한 BGM(배경음악) 삼아 ‘지금 누가 이 소리를 듣고 있는가(이뭣고 是甚麽)’ 화두(話頭)로 돌리는 우리들.

명상을 안내한 지 5분쯤 지났을까? 문득 심심미묘한 소리 하나가 들렸으니, “크르렁!” 아니 이 고양이 소리는? ‘오홀, 젊은이, 피곤했구려!’ 다시 1분 후, 이번엔 다른 쪽에서 제법 높은 음정으로 “드르러엉” 우리는 온 몸으로 공감의 언어를 보내주며 ‘그래, 힘들만도 하지. 그 많은 시험들을 다 치르고 왔는데.’ 다시 우리가 할 일에 집중. 그런데 이번엔 무려 5명이 동시다발로 “드르렁” “치이익 푹” “어푸어푸” “푸아” 아예 오케스트라 연주를 해주는 것이 아닌가!

지금껏 얼굴이 벌겋게 되도록 웃음을 꾹 참고서 명상에 몰입하던 나머지 법우들은 일제히 “푹~ 큭큭~ 키득키득!” 그러나 코골이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걷잡을 수 없이 장엄해지고, 지도법사는 결국 일어나 앉아 이렇게 말해야 했다. “자~ 모두 한번 웃고 갑니다!” “푸하하하하~ 깔깔깔~” 그날따라 명상벨 소리는 또 어찌나 그윽한지.

캠퍼스 내 훌륭한 지리적 조건과 AI수준의 높은 성능으로 법우들의 현 상태를 늘 알아차림하며 매사 허용하고 이해해주는 지도법사 스님의 찾아가는 서비스가 빚어낸 완벽한 고객만족시스템을 갖춘 총불 찜질방의 Noise Meditation! “지금 기분이 어때요?”란 질문에 ‘좀비월드’를 훨훨 탈출한 총불이들은 이제 신선한 물기 머금은 허브 꽃마냥 파릇파릇 살아나 배시시 웃는다.

예쁘다! 방학 동안 또 얼마나 곳곳을 쏘다니며 중노동에 시달리다 올지, 봄이 오는 길목, 캠퍼스 핫플레이스 Noise Meditation의 장엄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설레며 기다린다. 

[불교신문3561호/2020년2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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