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연말이 되면 ‘제야의 타종’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큰 범종을 치는 것을 보면 아마도 불교의 영향인 것 같은데, 제야의 타종은 왜 하는가? 
 

서울 보신각종 33번 타종은
불교적 세계관에서 유래해
섣달그믐날 자정에 종을 쳐
1년간 ‘태평과 안녕’ 기원


A    사찰에서의 ‘종(鍾)’은 대중들을 모이게 하거나 때를 알리기 위해 울리고 고통받는 중생들이 종소리를 듣고 모든 번뇌와 시름에서 벗어나게 울리며, 심지어 지옥에 있는 중생들까지도 제도하기 위해 울립니다. 부처의 가르침을 글로 표현하면 ‘불경’이 되고, 부처의 모습을 형상화하면 ‘불상’이 됩니다.

부처의 깨달음의 세계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불화’가 되고, 부처의 음성을 종소리로 담아내면 ‘종성(鐘聲)’이 됩니다. 여기서 종소리를 ‘음(音)’이 아니라 ‘성(聲)’이라고 하는 이유는 부처님의 음성을 실어놓았기 때문입니다.

절에서의 종은 대개 범종이라 부르며, 크기에 따라 소종과 대종으로 나뉩니다. 소종은 법당 내에 두고 사용하며 대종은 법당 외부의 종각에 매달아 놓고 칩니다. 이 대종은 새벽에 28번, 저녁에 33번을 타종합니다. 이 타종의 숫자는 불교의 세계관 속에서 나온 것입니다.

아침의 28번은 시방세계 즉 욕계 6천天, 색계 18天, 무색계 4天 등 28계(界) 세상을 다 열어 부처님의 도량으로 모이라는 소리이고, 저녁의 33번은 제석천왕이 머무는 선견궁을 포함한 도리천 등 33천에 각각 부처님의 음성이 널리 울려 퍼지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제야의 타종은 주로 매년 12월 31일 자정에 서울의 보신각종을 33번 치는 것을 말합니다. 보신각종은 외형은 범종을 닮았지만 사실 불교의 종은 아닙니다. 이 종각은 조선시대 태조 때 도성의 4대문과 4소문 등 8문이 열리고 닫힘을 타종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밤 10시경인 이경(二更)에 28번, 새벽 4시경인 오경(五更)에 33번 종을 쳐서 도성 8문의 통행금지가 시작되거나 끝났음을 알렸습니다.

보신각종의 타종 횟수는 아마 불교의 세계관에서 유래한 사찰의 타종 숫자를 따라 한 것이라고 봅니다. 신새벽 오경에 울리는 33번의 타종은 특별히 파루(罷漏)라 하였는데, 이는 불교의 수호신인 제석천이 이끄는 33천에 고하여 그날 하루 ‘국가의 태평과 백성의 안녕’을 기원하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 연유하여 섣달그믐날 자정에 울리는 제야의 33번 타종은 그날 하루만이 아닌 그해 일 년 동안의 ‘태평과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로 발전되었다고 봅니다. 제야(除夜)란 ‘어둠을 제거한다.’는 뜻으로 어둠을 걷어내고 밝은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입니다.

섣달그믐날 자정의 타종도 사실, 한 해의 마지막 날 밤에 사찰에서 제야의 종을 108번 울리는 전통이 있었는데 이것을 따온 듯합니다. 이처럼 제야의 타종은 불교의 영향으로 온 나라의 안과태평(安過太平)을 기원하는 행사로 발전되었지만 엄밀히 말해 불교행사는 아닙니다.

[불교신문3561호/2020년2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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