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은스님
동은스님

“‘구인’ 공양주부처님을 모십니다. 우리 절에는 경전을 공부하는 학인 스님들과 선방에서 정진하는 스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런데 공양주 보살님이 안 계셔 봉사조가 돌아가면서 공양을 짓긴 하는데 너무 힘이 듭니다. 부디 우리 절에 오셔서 수행과 공덕을 함께 지으실 분의 동참을 기다립니다. 원주 스님 합장.”

몇 년 전 충청도 모 사찰에서 불교포털사이트에 낸 구인광고 내용이다. 그 무렵 우리 절에도 공양주가 없어 구인광고를 내다가 우연히 이 광고를 본 것이다. 우리절도 딱하긴 했지만 공양주를 모시려는 원주 스님의 간절함이 내 마음을 울렸다. 혹시 주변에 좋은 분이 있으면 이곳에 먼저 보내드리고 싶을 정도였다.

비구 스님들이 혼자 살면서 제때 공양 챙겨먹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가끔 스님들 모임에서 공양간의 고충을 듣고 있으면 내심 미안하면서도 한편으론 괜히 뿌듯해지며, 이제 ‘밥신’의 경지에 오른 우리 천은사 공양주 윤주보살님께 더욱 고마운 마음이 든다. 머리만 안 깎았지 수행자나 다름없이 살아가는 모습에 어떨 땐 내가 더 부끄러워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봉암사 선방에 살 때다. 그 땐 스님들이 공양주를 살았는데 나도 공양주 지원을 했다가 대기 순번으로 밀려나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한여름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가마솥에 장작불로 공양을 짓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을 먼저 하겠다는 것은 공덕을 짓고자하는 마음에서다.

부처님을 양족존(兩足尊)이라 한다. ‘복과 지혜 두 가지를 두루 갖춘 분’이란 뜻이다. 복이란 하늘에서 그냥 뚝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복 밭에 씨앗을 뿌려 가꾸어야 열매를 얻는 것이다. 요즘 시대에 공덕이니, 수행이니,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공양주 사는 일은 드물다.

반찬투정 했다가는 다음날 아침 공양주가 사라질 수도 있다. 공양주를 부처님처럼 모시는 마음을 가져야 오랜 인연으로 공동체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대 모든 수행처에서 공양주 소임을 보는 분들의 노고를 찬탄 드리며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기원 드린다. 

[불교신문3561호/2020년2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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