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코로나19 선제적 대응 나서
초하루 법회 취소 등 이례적 조치에
정부 인사들 감사 인사차 잇단 예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국 사회 곳곳을 마비시키고 있다. 2월25일 오전9시 기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893명, 사망자는 9명으로 집계됐다. 하루만에 60명 늘어난 수치다.

확진자 가운데는 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 대남병원 관련자가 약 75%를 차지했다. 슈퍼 전파자로 의심받는 31번 확진자가 신천지 교인으로 알려지고 이스라엘 예루살렘을 다녀온 한국인 성지 순례객들의 집단 감염 사실이 밝혀지면서 종교계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 어느 때보다 싸늘하다.

급변하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조계종이 2월20일과 23일 두 차례 긴급 지침을 내려 이례적 대응에 들어갔다. 코로나 확산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산문폐쇄까지 언급하는 강수를 뒀다. 종단은 1차 조치로 각종 법회와 성지순례 참석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했다.

3일 만에 내린 2차 조치로는 초하루 법회를 비롯해 성지순례, 교육 등 모든 행사와 모임을 전면 취소토록 했다. 이에 따라 전국 2000여 개 사찰은 3월20일까지 사시예불 등 최소한의 예경의식을 제외한 종교 활동을 멈춘다.

종단으로서는 적지 않은 피해를 감수한 조치다. 당장 스님과 사찰의 전법 및 포교 활동, 신도들의 신행 생활까지 타격을 받게 됐다. 많은 사람이 몰리는 법회 대신 SNS 등을 통한 신앙 생활을 권고하면서 사실상 종단 운영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막대한 손해가 예상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종단은 조용하지만 단호한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중 살림을 해야하는 스님들을 위해 사찰마다 소독을 강화하고 위생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확진자들의 조속한 쾌차와 불안에 떠는 국민의 심신 안정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 다수가 특정 지역을 돌며 예배를 하고 많은 사람이 모이는 수련회에 참석하는 등 종교 활동으로 인한 감염원 접촉이 대규모 전파 사례를 낳는 상황에서 평가도 긍정적이다. 

정부와 지자체 또한 불교계 선제적 대응에 연달아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2월24일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찾아 “코로나 확진자 중 60% 이상이 특정 종교 단체 소속으로 확인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이런 상황에서 조계종이 어느 종교 단체보다 발 빠르게 적극적으로 협조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24일에는 김거성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방문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줘 고맙다”고 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와 KCRP 대표를 맡고 있는 만큼 7대 종교 지도자들과 함께 정부 지침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소외이웃에 대한 관심과 특정 종교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전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세계적인 코로나 바이러스19 확산으로 인해 건강 뿐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과 마주하고 있는 국민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종단 차원에서 (불교 모든 행사를 취소하는)희생이 따르는 결정이었지만 다 같이 힘을 모아 국난을 극복해 하루 빨리 사태가 진정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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