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정부의 적극적 방역 정책과 시민들의 성숙한 협력 덕분에 잠잠해져가던 ‘코로나19 사태’가 한 종교 단체로 인해 급속도로 확산했다. 확진자가 수백 명으로 늘어나고 사망자까지 나왔다. 더 큰 문제는 끝이 아니라 대유행 단계에 들어설 정도로 확산 추세라는 점이다. 

‘코로나19’가 퍼져가는 경로가 종교단체라는 점에서 우리 불교계도 예사롭지 않은 눈으로 보게 된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만 해도 지역 감염이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었다면, 이번 코로나19는 종교단체, 예배당이라는 점에서 과거 그리고 다른 나라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

기독교 주류가 이단으로 규정한 대구의 한 예배당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나 전국으로 확산했고,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함께 다녀온 모 종교단체 신도들끼리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부산의 어느 교회도 집단 감염의 진원지가 됐다.

종교는 다르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어깨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앉아 소리내어 노래 부르고 기도하는 예배 특성이 바이러스가 이동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한국 사회 커뮤니티가 교회를 통해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서울 종로에서 감염된 확진자들은 특정 교회에서 만나 함께 봉사 활동하는 지인들로 밝혀졌다. 이들 역시 한 명의 확진자가 같은 교회 신도를 감염시킨 뒤 복지관 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로 확산됐다. 종교 활동을 통해 커뮤니티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대구와 성지순례 팀들과 닮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이러한 종교 특성은 앞으로 중대한 변화를 강요받거나 새로운 유형의 커뮤니티를 파생시키는 전환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교통이 발달하고 국제화된 현대 사회에서 바이러스는 한 국가를 넘어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 전 지구적 재앙을 불러온다.

한국의 특정 종교가 보여준 것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소리내어 기도하고 대면 접촉하는 방식의 종교의식, 일상생활을 지배할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종교 활동은 타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촉매와 다름 없다.

세계 언론이 대구에서 집단 감염을 일으킨 특정 종교를 예의 주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종교 스스로 지금과 같은 예배 방식이나 신도들의 생활 양식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대면 접촉을 하지 않는 온라인 종교 활동이 그 자리를 대체할지 모른다. 
 

조계종이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에 정부와 지자체, 시민들의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옥천암가 이번 사태의 극복 염원을 담아 내건 현수막. 사진제공=원철스님
조계종이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에 정부, 지자체, 시민들의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옥천암이 이번 사태의 극복 염원을 담아 내건 현수막. 

그런 점에서 우리 종단을 비롯 불교가 보여준 위기 대처법은 찬사받아 마땅하다. 천년 넘게 내려오는 음력 초하루 법회를 전격 취소한 것을 비롯하여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온 영남지역 사찰들의 발빠르고 적극적인 조치는 종교의 사회적 책임에 걸맞는 모습이었다.

온라인으로 헌금을 받는 일부 종교와 달리 불교는 오직 사회와 신도들의 건강 안위만을 염려했다는 점에서 호국불교의 전통을 지닌 민족 종교다운 자세였다. 일부 종교가 코로나19 확산 주범으로 지탄받는 가운데서도 종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 종단과 한국불교에 박수를 보낸다.

[불교신문3561호/2020년2월29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