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허스님
원허스님

마음을 여는 절, 서산 상왕산 개심사(象王山 開心寺)를 가 보신 분이 계실 것입니다.
지금은 어떻게 변모했는지 알 수 없으나
오래전에 방문했을 때는 
개심사 가는 길을 오르다 보면 왼쪽으로 계단길이 있고
절을 지키는 듯 한 작은 표지석 두 개가 있습니다.
그것이 일주문을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개심사 심검당(尋劍堂)은 어떠한 꾸밈이나 가식이 없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살려 지은 독특한 분위기를 품고 있습니다.
기둥으로 쓰기에는 너무도 심하게 휘어지고 비틀어진 나무들로 지어진 심검당은 좀 더 화려하고 웅장한 것만을 좇으며 반듯하게 직선으로만 내달리려 하는 우리들에게 소박하고 담백하며 곡선이 주는 느림과 여유의 철학을 가르쳐 주는 흔치 않은 건물입니다.

보잘 것 없는 나무가 산을 지킵니다.
못생긴 나무는 비록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지만 제자리를 지키면서 서서히 자라나서 나중에는 대들보나 기둥 같은 역할을 해내게 됩니다.
개심사 심검당의 기둥처럼.
지금 내가 처한 환경이 힘들고 괴롭더라도
언젠가는 큰 쓰임을 위한 준비 단계라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봄이 오는 길목입니다.
개심사를 참배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불교신문3560호/2020년2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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