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스님] 한식진흥원 이사장 선재스님
[우리스님] 한식진흥원 이사장 선재스님
  • 박인탁 기자
  • 승인 2020.02.24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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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맞는 음식보다 심신에 도움되는 음식이 최고죠”

91년 학인 스님 위한 행사서
‘두부 김밥’ 선보이자 호텔서
레시피 요청할 만큼 큰 반향

30년간 사찰음식 대중화와
세계화 위해 오롯이 한 길

종단 ‘사찰음식 제1호 명장’
사찰음식가로 첫 ‘문화훈장’
2월5일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2층 향적세계에서 만난 선재스님은 음식이 곧 약이라며 음식을 통해 사람을 살리는 일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선재스님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사찰음식의 최고 대가다. 여느 스님들처럼 선재스님은 출가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사찰음식을 접하면서 사찰음식과 발우공양의 정신을 지켰다. 특히 선재스님의 음식솜씨는 수랏간 궁녀 출신인 외할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학창 시절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스님은 당대 최고음식인 궁중음식을 만들었던 할머니가 만든 음식을 먹으면서 저절로 맛에 길들어졌다.

선재스님은 1991년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과 리베라호텔에서 학인 스님들을 위한 바자회 성격으로 마련된 사찰음식 대향연에서 사찰음식 솜씨를 대중에게 선보였다. 선재스님이 젊은 학인 스님들을 위한 정진 요리로 두부 김밥을 만들자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두부 김밥 레시피를 달라고 요청할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95년부터 수년간 불교TV에서 가수 장미화 씨와 함께 음식프로그램인 푸른 맛 푸른 요리를 진행하면서 사찰음식 전문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같은해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을 설립한 스님은 사찰음식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면서 각종 강좌와 강연, 시연 등을 통해 사찰음식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진력을 다했다.

특히 패스트푸드 대신 건강한 먹거리로 식습관이 변화하는 등 웰빙문화가 확산되면서 세간의 이목은 선재스님이 만든 사찰음식으로 집중됐다. 그동안 국내외를 넘나들며 사찰음식의 의미와 중요성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선재스님의 이름 앞에는 조계종 사찰음식 제1호 명장’ ‘사찰음식 전문가 최초 문화훈장 수상자’ ‘사찰음식의 대가등의 수식어가 자연스레 하나씩 붙게 됐다.

2018년부터 한식진흥원 이사장 소임을 맡고 있는 선재스님은 지난 설날 연휴도 휴식을 통한 재충전 대신 세계 3대 국제관광박람회인 스페인 피투르 국제관광박람회에서 사찰음식을 전세계인에게 전하는 일로 보내야만 했다. 119일부터 27일까지 스페인을 방문한 스님은 5일동안 박람회 내 한국관광홍보관에서 한국 사찰음식을 잇따라 시연해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특히 박람회 4일차인 125, 한국 전통 명절인 설날을 맞아 떡국발우공양 명상을 선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물한 떡국떡에다가 서울시 장독대에서 생산한 간장을 기반으로 한 사찰식 떡국을 시연한 뒤 한국인들이 기쁘고 슬픈 일이 있을 때마다 떡을 만들어 먹는 풍습과 그 속에 담긴 떡의 의미 등 한국의 음식문화를 세계인들에게 소개했다.

선재스님이 사찰음식과 발우공양을 산문 밖 세상으로 전한 건 두가지 이유에서 시작됐다. 먼저 화성 신흥사 어린이법회와 중고등부법회를 지도하다 만난 문제아가 첫 번째 계기였다. ‘음식이 사람의 성품을 만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스님은 그 아이와 부모와 함께 100일 기도를 올리는 동안 아이에게 맞는 음식을 만들어 먹였다. 그 문제아는 차츰 모범학생으로 변모했고 고교 진학 시 장학금을 받을 만큼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또 다른 계기는 간경화로 1년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사찰음식으로 병마를 이겨낸 선재스님 본인의 힘겨운 투병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은사 성일스님을 도와 화성 신흥사에서 밤낮 없이 사중일과 전법에 매진하던 선재스님은 어느덧 불규칙적인 잘못된 식습관에 매몰돼 간건강이 나빠지는 줄도 몰랐던 것이다.

크리스천으로 주일학교 교사까지 하다가 <부모은중경>을 듣고 출가한 선재스님은 부모보다 먼저 죽는 불효를 저지를 수 없어, 매일 잠들기 전에 내일 아침에 눈뜨게 해달라고 기도를 올릴 만큼 건강이 악화됐던 것이다.

면역력을 키워주고 약이 되는 제철 음식으로 식단을 구성해 공양한 게 병마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됐죠. 1년만에 항체가 형성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죠. 음식으로 새 생명을 얻은 거죠.”

부처님은 모든 음식이 곧 약이라고 했다. 약이 되는 음식을 만드는 스님은 곧 의사인 셈이다. 실제로 옛 문헌 속에는 비구니 스님들이 된장과 지푸라기를 태워 만든 재를 섞어 한센병 환자의 몸에 발라주며 치료했던 일도 전해지고 있다.

선재스님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건강한 몸과 평화로운 마음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이라면 여기에다가 맑은 영혼까지 더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서는 맑고 건강한 음식이 토대가 돼야 가능한 일이라는 게 선재스님의 지론이다.

선재스님은 제철에 맞는 음식을 각자의 체질에 맞게 만든 뒤 천천히 공양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최근들어 암과 당뇨 등 성인병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잘못된 식습관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에만 맞는 음식이 아니라 우리 몸에 약이 되는 음식, 정신을 맑게 해주는 음식을 만들어 공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입만을 위한 음식이 아니라 몸과 마음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 해요. 우엉과 연근 재료를 손질할 때 물에 담그지 않아야 암환자에게도 좋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물어 담가요. 그때부터는 떫은맛이 없어져 입에는 좋을지 모르나 이미 약은 아닌 게 되는 겁니다.”

또한 스님은 맑고 건강한 음식은 우리 자연과 생명이 맑고 건강할 때 가능한 일이라고 피력했다. 성장촉진제와 항생제 등이 남용되고 중금속, 방사성원소 등으로 토양과 물이 오염된 곳에서 나온 식재료로 만든 음식으로는 건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사찰음식에는 육류와 어패류, 오신채, , 첨가제, 제철 아닌 음식 등이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는 유마거사의 가르침처럼 모든 생명이 함께 살 수 있는 길, 함께 나눈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어야만 진정한 사찰음식인 겁니다. 채식이 곧 사찰음식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 거죠.”

선재스님은 한식진흥원 이사장 소임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틈나는 대로 사찰음식 강좌와 특별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조계종 전국비구니회관과 수원 봉녕사에서 스님과 일반인, 전문가를 위한 사찰음식 정기 강좌를 진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특별강연과 시연 등을 통해 사찰음식을 대중에게 전하고 있다.

선재스님은 미래 세대를 위해 생명존중의 의미가 담긴 사찰음식이 보다 대중화될 수 있도록 불교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어린이 뮤지컬을 만들어 무대에 올릴 만큼 어린이포교에 열정을 보였던 선재스님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요리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사찰에서 직접 김치와 각종 장을 담그면서 요리도 해보면서 사찰음식, 더 넓게는 한식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종단에서 국제요리학교를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문화연수원을 활용해 최소 1년간의 요리사 양성과정을 운영함으로써 요리사 지망생에게는 사시사철 제철 식재료를 공부하면서 그를 활용한 계절음식을 만들 수 있는 실습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수료생은 자연스레 음식 포교사로 활동할 수 있다. 연수원 이용객 또한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로 공양할 수 있어 건강할 수 있고 연수원은 자체 이미지가 제고될 수 있어 상생효과도 도모할 수 있다. “

일회성 사찰음식 체험이 아닌 텃밭 등을 통해 직접 사시사철 음식재료를 생산하고 제철 요리도 할 수 있는 지속적인 사업이 돼야 해요. 특히 사찰음식은 지금도 매일같이 전국 사찰에서 만들어 공양하고 있는 살아있는 자연친화적인 공양법입니다. 이같은 소중한 자산을 대사회적으로 회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려 나가야 할 것입니다.”
 

외국인 대학생에게 사찰음식을 지도하는 모습.
외국인 대학생에게 사찰음식을 지도하는 모습.

선재스님은…

1980년 화성 신흥사 성일스님을 은사로 출가 득도한 선재(善財)스님은 봉녕사승가대학과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으며 2017년 중앙승가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출가 전 수원포교당 청년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용주사 청년회 창립 멤버로도 활약했다.

1995년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을 설립한데 이어 전국비구니회 사찰음식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30년째 사찰음식 대중화와 세계화에 앞장선 공을 인정받은 선재스님은 201611조계종 사찰음식 제1호 명장으로 위촉된데 이어 사찰음식 전문가로는 최초로 201912문화훈장(보관)’을 수상했다. 불이상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표창, 서울시장 표창 등도 받았다. 20184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식진흥원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저서로는 10만부를 훌쩍 넘게 판매한 스테디셀러인 <선재스님의 약이 되는 사찰음식><선재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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