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 순례자 시각으로
바라본 스님의 그림일기

세계 130여 개국 다니며
만난 깨달음 모아 출간
“세계 곳곳이 모두 꽃밭”

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네

진광스님 지음 / 조계종출판사
진광스님 지음 / 조계종출판사

나는 본래 음악과 미술 등 예술 방면에는 문외한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이같이 무모한 일을 벌인 것은 순례 길의 소중하고 의미 있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모든 이들과 함께 영원히 간직하고픈 마음에서다. 아울러 불자가 아니더라도 불교를 쉽게 이해하고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이기도 하다.”

2013년부터 조계종 교육원 소임을 맡아 교육원 순례를 맡아 진행해온 교육부장 진광스님. 최근 순례지에서 만난 깨달음의 순간을 펜 끝에 담아낸 서화집 <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네>을 펴낸 스님의 소감이 남다르다.

진광스님은 선방 정진 시절부터 만행 삼아 순례를 하며 세계 130여 개국을 여행하는 행운을 누린 까닭에 이른바 밥값을 하고자 해외순례를 처음 기획한 것이 벌써 7년이 됐다. 그동안 스님이 국내외 순례에 나설 때 마다 새롭게 보고, 듣고, 경험하며 느낀 것들을 벼 이삭을 줍는 마음(滯穗遺秉)으로 한데 모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학창시절 단 한 번도 예술 방면에 소질을 드러내거나 칭찬조차 받아본 적이 없는 나 같은 사람도 나름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고, 또 책을 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스님의 글과 투박하지만 담박한 그림 속에서 한 순간도 소홀히 하지 않는 구도자의 시선이 느껴진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수행자와 순례자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진광스님의 여행기는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평했다. 교육원장 진우스님도 이 책을 통해 꿈과 희망을 품고 여행길에 나서도 충분히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진광스님은 매년 교육원 해외순례를 기획하고 동행하며 작은 수첩이나 다이어리 등 여백이 있으면 가리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 이렇게 틈틈이 순례 중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일기장이 무려 10권이 넘는다. 그 안에 담긴 그림 한 점 한 점에는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여행을 구도의 길이자 깨달음의 길로 삼은 스님에게는 세계 곳곳이 모두 꽃밭이자, 하나의 큰 꽃이다(世界一花).
 

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진광스님의 순례서화집 '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네'가 최근 출간됐다. 사진은 책에 수록된 부탄 팀푸 계곡 체리 사원의 무문관.
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진광스님의 순례서화집 '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네'가 최근 출간됐다. 사진은 책에 수록된 부탄 팀푸 계곡 체리 사원의 무문관.

특히 깨달음의 순간을 날카로운 펜 끝에 담아낸 스님의 그림이 눈길을 끈다. 스님은 화가나 눈 밝은 이가 본다면 실소를 금치 못할 정도로 졸렬하고 황망할 것이며 나 또한 한없이 부끄럽고 욕되기만 하다면서 그렇게 그리고 모은 서화집이 그러나 홀로 즐길 뿐이지 남에게 보여줄 만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라고 스스로를 낮춘다.

더불어 순례지에서 만난 풍경은 물론 스님이 처음 해외 배낭여행을 가게 된 계기부터 인도, 중국, 일본은 물론 부탄, 실크로드, 티베트 수미산 등 혼자서는 찾아가기 어려운 불교유적들을 순례하며 경험한 이야기, 미국과 러시아, 기독교 문명을 대표하는 이스라엘 등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정을 나눈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 있다.

아프리카의 구두닦이, 잔지바르섬의 흑인 청년 미셸, 러시아 딸내미 소피, 모로코 무슬림 여행자 등 만나는 이들의 애환과 즐거움을 미소와 자애의 마음으로 만난 스님에게는 열린 마음으로 누군가와 교감하는 그 순간도 수행이 된다.

1998년 해인사 선원 하안거 중에 화엄사 우석스님이 인도 배낭여행 이야기를 하며 스님은 아마 못 갈 걸하는 한마디에 해외 배낭여행을 결심한다. 도반 스님의 한마디가 여행의 시작이 된 셈이다. 2014년 순례 길에는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접하고 전날 묵었던 소도시에서 국화를 모조리 사 모아 안타까운 마음에 분통을 터뜨리며 눈물의 추모재를 봉행하는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이외도 아프리카 빅토리아 폭포, 러시아 바이칼 호수, 돈황 막고굴, 티베트 카일라스 성산, 페트라 알카즈네성전, 예루살렘 통곡의 벽, 이집트 룩소르, 고비사막에 이르기까지 스님에게는 가는 곳마다 성지다.

1993년 덕숭총림 수덕사에 입산해 법장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진광스님은 원담스님을 3년 동안 시봉하고 전국 선원에서 20여 안거를 성만했다.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 사무국장, 연수국장, 교육국장을 역임하고 현재 교육부장을 맡고 있다. 2016년부터 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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