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이 日 고마자와대 교수
동국대 HK 석학초청강연회

“동아시아 불교사 ‘동점’ 보다
복잡한 상호교류의 역사이다”
용례 등 자료 근거해 ‘강조’

동국대 불교학술원 HK연구단 주최로 열린 해외석학 초청강연회에서 발표하는 이시이 코세이 교수.
동국대 불교학술원 HK연구단 주최로 열린 해외석학 초청강연회에서 발표하는 이시이 코세이 교수.

“한역 경론 혹은 중국의 문헌으로 생각되어온 것 중에는 신라 승려가 찬술한 것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2월18일 동국대 불교학술원 인문한국(HK)연구사업단(단장 김종욱) 주최로 열린 해외석학 초청강연회에서 이시이 코세이(石井公成) 일본 고마자와대학 교수는 ‘신라에서 성립된 경론들’이란 발표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이시이 코세이 교수는 중국 당나라 승려가 찬술한 것으로 여겨져 온 <석마하연론(釋摩訶衍論)>의 저자가 신라인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석마하연론>은 인도 마명용수(馬明龍樹)의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에 송(誦)과 논(論)으로 풀이한 주석서이다. 중국과 일본에서 다수의 주석서가 나왔다.

당나라 법민(法敏), 성법(聖法), 송나라 보관(普觀), 요나라 법오(法悟), 지복(志福), 수진(守臻) 스님의 주석서가 전해온다. 일본에서는 공해(空海), 각개(覺鎧), 뇌유(賴瑜), 뇌보(賴寶), 신견(信堅), 순계(順繼), 도범(道範) 스님 등 의 주석사가 확인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석마하연론>이 유포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이시이 코세이 교수는 “‘동아시아 불교사’는 인도로부터 일방적으로 동쪽으로 불교가 전해진 불교동점(佛敎東漸)의 역사가 아니라 각 나라와 지역, 민족들 사이의 복잡한 상호교류의 역사”라면서 “<석마하연론>은 신라의 원효(元曉)와 의상(義湘) 스님의 교학 영향을 받은 것으로 신라에서 성립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안연(安然, 841?~915)은 스승 원인(円仁, 794~864)에게 “신라 승려 진총(珍聰), (또는) 신라 중조산(中朝山)의 월충(月忠)이 지은 것”이라는 기록을 남겼다는 사실도 부연했다.
 

지난 18일 열린 해외석학 초청강연회.
2월18일 열린 해외석학 초청강연회.

신라 스님 역할 연구 필요해
한국불교사 ‘중요 부분’ 상기
연구자들 시야를 넓혀 ‘의미’

이날 강연에서 이시이 코세이 교수는 몇 가지 근거도 제시했다. 그 가운데 하나로 “<석마하연론>의 주석서를 한족(漢族) 승려가 지은 것이지만, 그들의 주위에는 한문과는 어순이 다른 언어가 사용되고 있었다”면서 “<금강삼매경>과 <금강삼매경론> 등이 원효 저작의 영향을 받았고, 신라와 일본에서 보이는 한문이 쓰였다”고 지적했다. <석마하연론>은 신라에서 성립됐다고 봐야 한다면서 다수의 용례를 들어 설명했다.

지난 1월 <석마하연론의 신연구(新硏究)>를 펴낸 일본 하야카와 미치오(早川道雄) 슈치인(種智院)대학 교수가 한역 경론이나 중국 불교 문헌에 ‘시중(時中)’이란 용례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한 사실을 전했다.

이시이 코세이 교수는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천태학을 주도한 승려 가운데 한명인 당나라 석고사 지운(智雲)은 신라 승려일 것이란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속고승전> 등에는 신라 승려를 ‘당(唐)의 신라국(新羅國) 아무개’와 같이 표현하고 있는데, 이를 간략화하면 ‘당의 아무개’라고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시이 코세이 교수는 “어떤 불교 문헌을 중국 승려의 저술로 읽는 것과 신라의 승려 내지 거사의 저술로 읽은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면서 “신라의 경우 당에서 활약한 승려가 많기 때문에 이야기가 복잡해진다”고 향후 활발한 연구를 당부했다. “불교는 국제적인 것인데, 동아시아의 불교는 정말로 국제적이었습니다. 그 국제적인 동아시아 불교에서의 신라 승려와 거사의 역할을 여러분과 함께 조금이라도 더 밝혀보기를 바랍니다.”
 

최근 이시이 코세이 교수가 한국어로 펴낸 ‘동아시아 불교사’ 표지.
최근 이시이 코세이 교수가 한국어로 펴낸 ‘동아시아 불교사’ 표지.

최근 한국에서 <동아시아불교사>(최연식 번역)와 <화엄사상의 연구>(김천학 번역)을 출간한 이시이 코세이 교수는 “동아시아 문화의 저변에는 불교가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불교를 알지 못하면 문학이든 예술이든 사회에 대한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해외석학 초청강연회를 주최한 김종욱 동국대 HK연구사업단장은 “<석마하연론> 등 다수의 한역(漢譯) 경전 저자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이시이 코세이 교수가 자료에 기반해 충실히 알려주었다”면서 “한국불교사 연구의 중요한 부분을 상기하고 연구자들의 시야를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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