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보리심, 행복에 대한 발원

보살 수행자는 고통 이해하고
사람에게 연민심 일으킨 후에
인무아 또는 아공 깨달아야

등현스님
등현스님

<금강경>의 주제는 제 2장에서 수부티가 세존에게 질문하는 “세존이시여, 보살승(bodhisattva yāna, 최상의 깨달음)의 원을 일으킨 사람은 어떻게 수행하며, 어떻게 용심을 해야 합니까?”라는 구절이다. 보살 수행의 원은 다른 말로 발보리심(bodhi cittam upadhyate)이고, 발보리심이란 위없는 행복(깨달음)에 대한 발원이다.

그 보리심을 실천하는 방법은 첫째, 모든 중생들에게 연민심을 일으켜서, 둘째, 그 모든 중생들의 행복을 완성시키도록 도와주는 행을 하며, 셋째, 도와주었다는 생색(상)을 내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중생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개념과 믿음 속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행복과 성공을 동시에 성취하는데 보리심을 일으키는 것은 왜 중요한가? 그 이유는 한 생명의 행복과 불행이 서로 의존되어져 있고, 나 밖의 것에 의해 결정 지워지기 때문이다.

첫째, 지수화풍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몸은, 음식과 공기라는 두 가지에 의해서 결정 지워진다. 만일 음식물을 이루는 토지, 공기, 바닷물 등이 오염되면 인간의 몸도 역시 오염되어 몸에 병이 들게 된다. 그러므로 국토의 청정은 곧 나의 몸의 청정이 되는 것이다.

둘째, 관계 속에서 인간은 행복하거나 불행하게 된다. 관계는 나 아닌 타인들과의 관계이고, 만일 나와 관련된 타인들이 고통스럽거나 정신에 이상이 있으면 그들의 고통이 곧바로 나 자신의 고통이 되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이웃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 되는 것이다.

셋째, 마음의 고통 역시 타에 의해 결정되는데, 마음의 고통은 기억 때문에 발생하고, 기억은 6가지 감각 기관의 대상에 대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기억을 생산하는 주체 중 안이비설신과 색성향미촉은 물질이고, 의와 법은 정신에 해당되는데, 물질은 환경에 의해 정신은 관계에 의해 결정지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환경과 관계의 고통이 마음의 행·불행을 다시 결정짓기 때문에 인식 대상의 행·불행이 나의 행·불행을 결정짓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웃 중생이 괴로우면 나 역시 괴로운 것이고, 국토가 부정하여 괴로우면 나의 몸도 부정하여 괴로워진다. 다시 말해서 나의 행복은 이웃의 행복, 짐승들의 행복, 산천초목들의 행복, 대지와 바다 등의 청정과 행복에 의해 구성되어진 것이다. 나의 행복은 이것들을 떠나 스스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을 떠나서 나라고 하는 것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리심을 발한 보살이 온갖 중생들을 모두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도록 서원을 발하는 이유는 그들의 행복에 의해 나의 행복이 결정되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중생이 아프기 때문에 내가 아프다’는 것이 성립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나와 중생은 둘이 아니다. 둘이 아닐 뿐만 아니라 하나이고, 하나일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나와 중생은 존재하지 않는다(오온개공). 그들은 모두 오온의 병렬적 행진이고 나와 남은 오직 나의 개념과 관념 속에서만 존재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환이란 말은 아니다. 물질, 지각, 인식, 느낌, 욕구 등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인연에 의해 동시생 동시멸하는 것이고 그 자체에는 자타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들을 나와 대상이라고 구별하는 것은 나의 생각일 뿐이고 개념일 뿐이다. 그러므로 “보살은 온갖 중생들을 모두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도록 이끌지만 실은 제도를 얻은 중생은 아무도 없느니라. 그 이유는 보살에게 4상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금강경> 3장에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살 수행을 하려는 자는 먼저 고통을 이해하고, 그 고통을 겪는 이에 대해 연민심을 일으킨 후에 인무아 또는 아공을 깨달아야 한다. “왜냐하면 수보리야, 만약 보살이 ‘나’라는 상(相), ‘남’이라는 상, ‘중생’이라는 상, ‘수명’에 대한 상이 있으면 곧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금강경이 무집착을 통한 행복의 길과 육바라밀의 실천과 서원을 통한 성공의 길의 두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신문3559호/2020년2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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