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기독교의 종탑은 종을 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누구나 알 수 있는데, 불교의 탑은 그 용도가 무엇인가?
 

사리 봉안 ‘스투파’에서 유래
불교의 탑은 사찰 장엄물 아닌
부처님과 동일한 예배 대상


A    불교의 탑은 본래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후, 그의 제자와 신도들이 당시 인도 사회풍속에 따라 화장(다비)을 하고 그 유골(사리)을 봉안했던 조성물인 ‘스투파(stūpa)’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스투파는 죽은 사람의 장례를 치르고 화장을 한 다음 그 남은 재와 뼈를 잘 수습하여 흙과 돌을 쌓아 올린 무덤이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입니다. 인도 고어 산스크리트어 스투파는 또 다른 고어 팔리어에서는 thupa라고 합니다. 이것을 한자로는 ‘탑파(塔婆)’라고 음역했습니다. 탑은 이 탑파의 줄임말입니다.

현재 미얀마에서는 탑을 파고다(Pagoda)라고 부르고, 영어에서도 역시 ‘Pagoda’라고 하고 있습니다. 현대에는 흔히 삐쭉한 고층건물을 탑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엄밀히 말해서 타워(Tower)이지 탑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각종 기념탑·시계탑·광고탑 그리고 서양의 유명한 탑인 이탈리아의 피사의 사탑, 영국 국회 의사당의 시계탑, 프랑스의 에펠탑 등은 랜드마크로 세운 타워이지 불교의 스투파와는 다른 구조물입니다. 그러므로 불교에서의 탑은 ‘파고다’ 또는 ‘불탑’이라 표현해야 타워와 구별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부처님의 시신을 화장한 유골은 당시 여덟 부족에게 분배되었습니다. 이들은 각각 탑을 만들어 유골을 안치했습니다. 이때 유골을 분배받지 못한 부족은 유골을 담았던 병을 가지고 가서 병탑을 세웠고, 어떤 부족은 재를 가지고 가서 회탑을 세웠다고도 합니다. 사리탑이든 병탑이든 회탑이든 탑의 모양은 흙이나 돌들을 산처럼 둥그렇게 쌓아 올린 다음 그 위에 뾰족한 장식을 세운 것이 그 태초 원형이었습니다.

불상을 모시는 문화가 일반화되기 이전까지 탑은 부처님을 대신하는 신앙의 대상이었으며 신자들은 그곳에 공양하고 예배를 드렸습니다. 특히 부처님이 돌아가신 뒤 100여 년 후, 대인도제국을 건설한 마우리아왕조의 제3대 아쇼카왕(BC 273∼232)은 불사리를 안치한 8대탑을 발굴하여 이것을 다시 전국에 8만4000 사리탑을 세워 나누어 보관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인도의 넓은 지역에 불교를 크게 전파시켰습니다.

불교가 여러 지역으로 전파됨에 따라 부처님의 유골을 봉안한 사리탑 이외에도 경전이나 기타 성물들을 모신 갖가지 탑들도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역과 시대에 따라 탑 양식도 약간씩의 변화를 보이면서 오늘날의 각국에서의 탑의 모습에 이른 것입니다. 이와 같이 불교의 탑은 사찰의 단순한 장엄물이 아니라 부처님과 동일한 가치의 신앙 예배 대상임을 알아야 합니다.

[불교신문3559호/2020년2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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