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은 얼마 전 가사원(袈裟院) 소개 기사를 내보냈다. 전국비구니회관 법룡사 안에 자리한 조계종 가사원은 스님들 가사를 전담하는 종단 기구다. 승복은 스님들이 알아서 장만하거나 신도들이 공양을 올리지만 가사(袈裟)는 종단 가사원을 통해 받는다. 

가사는 종단에서 공식 지급하는 만큼 제작과 운영비 인건비 등 비용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가사 제작에 많은 시간과 각고의 노력이 들어간다. 율장에 기록한대로 부처님 당시부터 내려오는 전통 수작업을 통해 제작하므로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가사 한 벌을 만드는데 하루가 걸리며 제작비는 최소 10만원에서 50만원 까지다. 가사를 만드는데 10여 단계나 된다 하니 그 시간과 들이는 공력이 대단하다. 

산스크리트어 카사야(kasaya)에서 유래한 가사는 이름처럼 괴색으로 밭이나 바둑판처럼 나눠져 있다. 이는 부처님께서 제자 아난에게 밭 모양대로 비구의 옷을 만들라고 지시한데서 비롯됐다. 이 옷을 수한 수행자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라는 표식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과거의 여러 부처님과 제자들, 미래의 여러 부처님과 제자들도 이런 옷을 입으리니 칼로 재단해서 사문의 옷을 이루면 도적에게 빼앗기지 않으리라”고 하셨다. 

일제시대 조선총독부가 법계에 따라 가사와 장삼 색깔 재질 제식 등을 규정하며 25조 가사를 홍가사로 정하면서 해방 후 까지 홍가사를 수하던 것을 해방 후 성철 자운스님 등이 송광사에 모신 16국사의 가사와 율장에 근거하여 현재의 가사를 정립했다. 

수행자는 깨달음을 통해 중생에게 행복으로 가는 길을 일러주고 신도는 의식주를 제공하여 공덕을 짓는 관계다. 가사는 특히 복전(福田)이라고 하여 가사를 시주하면 천 가지 재앙이 눈 녹듯 사라지고 만 가지 복이 구름처럼 일어나는 으뜸 불사로 여겼다. 가사 공양이 인연 있는 신도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관행이 오랫동안 지속됐던 이유다.

그러나 종단 가사원이 종단 스님들의 신체 치수 정보를 갖고 있어 보시를 원하는 스님 명단을 대고 비용을 지불하면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공양할 수 있다. 지금도 가사원에는 한꺼번에 수백벌 가사 공양을 올리는 신도도 있다. 

종단 가사원이 중요한 이유는 통일성과 전통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사원이 없던 시절은 원로 스님을 모셔도 가사가 제각각이서 한 종단 스님이 맞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스님 취향, 승복집에 따라 제각각 만들었기 때문이다.

2006년 가사원이 생긴 뒤 혼란은 사라졌지만 가사는 종단에서 일괄 지급한다는 인식 때문에 공양 올리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신도들이 있다. 하지만 가사 공양 역시 예전과 다름없이 가능하므로 신도들의 많은 후원이 있어야할 것이다. 

신도의 작복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가사의 무게에 걸맞게 수행에 매진하고 자비를 베풀어야 하는 스님들 임무다. 가사를 수하며 읊는 ‘해탈을 이루고 널리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다짐을 한시도 잊지 않고 다할 때 가사 공양 행렬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불교신문3558호/2020년2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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