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노출돼 밖으로 드러날수록
구설수나 대중성 휘둘릴 수 있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가서야…

도연스님
도연스님

유튜브 잡(job)스님 2화, 고깃집 편이 방영되고 주변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그런 걸 왜 하느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참신하고 재미있다는 평도 있었다. 특히 국내 주요 언론에 기사화되면서 달린 많은 댓글은 충격적이었다. 왠지 모를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오는 것 같았다. ‘이러려고 이걸 시작했나?’하는 회의감도 잠시 들었다. 

이런 생각들을 가까운 지인에게 털어놓았다. 그는 현재의 상황을 염려하면서도 스스로 성찰하며 부족한 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고 했다.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온라인 네트워크. 일대일로 대면하면서 친밀감을 나누는 오프라인 인간관계. 이렇게 양쪽에서 피드백을 받으며 어떤 길을 가야할지 찾아가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 가수 지코로부터 시작된 ‘아무노래 챌린지’를 시도해봤다. 전에 없던 모습을 본 대중들은 역시 여러가지 반응과 피드백을 줬다.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일단 한번 해보는 크리에이터로서의 필자의 모습을 한번 소개하고 싶다.

유튜브의 시작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님이자 대학생 시절이었다. 그 당시 ‘법륜스님 즉문즉설’이 가장 큰 자극과 동기가 되었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반응이 괜찮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유익함과 재미를 다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다. 요즘에는 필자가 만드는 콘텐츠를 보고 스님들, 불교 및 종교와 철학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마치 법륜스님이 필자에게 영감과 통찰을 주었듯이.

언론 노출에 대해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다. 사람들에게 많이 드러날수록 구설수에 오르기 쉽고, 자칫 본분을 망각하고 대중성에 치우칠 수도 있다. 하지만 구더기가 무서워서 장을 담그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그건 크리에이터의 바른 자세가 아니다.

크리에이터가 되려면 그런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를 ‘에라 모르겠다’ ‘아무렇게나 한 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해본 것이다. 언론이나 방송에 노출이 되더라도 자기중심을 잡고 있으면 괜찮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자기중심이 있으니까 저런 말과 행동을 하겠지?” “속세에 찌든 거 아니야?” 둘 다 맞다. 중심이 있으면서 속세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요즘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틱톡’이라는 어플에 아무노래에 맞춰 춤추는 영상을 올렸다.

“스님한테 입덕했어요.” “사실 교회 다니는데요.” “목사님 딸이지만, 스님 춤은 괜찮네요~”라는 댓글이 인상 깊었다. 세대와 이념의 벽을 넘어서 트렌디하고 문화적인 것을 갖고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너무 높거나 낮은 위치에서는 전달이 안 될 것이다. 함께 놀다보면 그 사이에서 친해지고 자연스럽게 속 깊은 내용이 전해지는 것 같다. 

앞으로 염불이나 만트라(진언)를 대중적인 콘텐츠로 만들고 싶다. 힙합이나 랩이라는 형식도 좋은 것 같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인들을 위한 힐링 음악으로 만들 수도 있다. 염불의 내용은 모르더라도 그냥 듣고 느끼다보면 자연스럽게 저절로 편안해질 수 있도록 말이다. 

앞으로도 잡(job)스님 콘텐츠는 매주 업로드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다소 자극적이고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에 치우쳤다면, 앞으로는 보다 진중한 내용을 다루려고 한다. 묵직하고 깊은 내용을 편안하고 즐겁게 전하고 싶다.

대중과 소통하고 변화하면서 좋은 콘텐츠로 진화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구독자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뉴미디어의 시대에 걸맞게 집단지성으로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아서 참 흐뭇하다.

[불교신문3558호/2020년2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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