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이기려 걷고 절하다 바짓단 다 헤져
날마다 일종식 실천 평균 체중 10kg 감량


결제하자마자 비가 새 ‘물바다’
하루에 천막 150여 바퀴 포행
덧버선 구멍나 천으로 덧대기도

다각 소임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
뽕잎차 다려 먹이며 대중 ‘몸관리’

상월선원 천막결사는 입제 때부터 화제였다. 방부를 든 9명 스님들이 난방도 되지 않는 천막에서 묵언하며 하루 한 끼 공양하고 14시간 씩 정진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한 까닭이다. 사방이 아파트 공사장인 산 중턱에 덩그러니 놓인 천막 한 동에서 스님들은 어떻게 정진했을까. 회주 자승스님, 선원장 무연스님, 입승 진각스님, 한주 성곡스님, 지객 호산스님, 재현스님, 심우스님, 도림스님, 인산스님 등 9명 스님들의 동안거 결제 얘기를 들었다.

비닐천막에서 혹독한 청규로 한 철을 난 상월선원 스님들은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힘겹고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외호대중의 정진과 기도와 더불어 동안거 90일을 원만회향했다. 스님들의 천막 안 정진 모습.
비닐천막에서 혹독한 청규로 한 철을 난 상월선원 스님들은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힘겹고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외호대중의 정진과 기도와 더불어 동안거 90일을 원만회향했다. 스님들의 천막 안 정진 모습.

결제와 동시에 난관은 시작됐다. 초기에는 비닐하우스에 비가 세 바닥이 물바다가 됐다. 급하게 비닐을 덧 씌워 비는 막았지만, 아침저녁으로 20도를 오르내리는 일교차로 몸은 점점 힘들어졌다. 낮에는 20도까지 올랐다가 해가 떨어지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날마다 반복됐다.

일과표 기상시간은 오전3시지만 정진대중은 오전2시에서 2시 반 사이 모두 일어났다. 뜨거운 물을 많이 마신 탓에 화장실을 자주가다 보니 발자국 소리에 하나둘 다 일어났다. 일찍 일어나 108배를 하거나 참선에 들었다. 오전 7시간, 오후 7시간 정진하고, 오후10시 이후에도 가행정진하기도 했다. 오후4시가 되면 창문을 열고 천막 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운동을 했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스님들은 쉬는 시간마다 움직였다. 하루 천막을 100~150바퀴씩 빠르게 포행하고, 아침저녁으로 절을 했다. 좁은 선원 안에서 수백바퀴를 돌다보니 바짓단은 끝이 다 헤졌고, 덧버선은 구멍이 날 정도였다. 어느 날 대중 스님이 쪽지로 작은 천을 요구했는데 알고 보니 버선이 다 해져서 덧대기 위해서였다.

배고픔도 컸다. 삼시세끼 챙기다가 갑자기 식사량을 줄이다보니 초기에는 항상 공복감에 시달려야 했다. 다각 소임을 맡은 회주 스님이 우린 꾸지뽕잎차를 춥고 배고플 때마다 마시며 견뎠다. 혹독한 수행으로 정진대중의 몸무게는 평균 10kg이상 빠졌다.

호산스님은 10kg 이상 감소해 천막을 나온 직후 65kg을 찍었다. 심우스님도 몸무게가 58kg이 됐고, 진각스님도 18 kg이상 줄었다. 결제 1달 후부터 곡기를 끊고 두부와 채소만 먹은 회주 스님은 바지가 너무 커져서 허리춤을 한 뼘 가량 줄여서 입어야 했다.

스님들의 생활도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좌차도 예상을 뛰어넘었다. 가장 중심에 회주인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앉아있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선원장 무연스님이 중앙에서 가부좌를 틀었다. 화장실과 가장 가까운 맨 오른쪽부터 심우스님, 재현스님, 인산스님, 진각스님, 무연스님, 성곡스님, 호산스님, 도림스님, 자승스님 순으로 앉았다. 승납 순서대로 차례를 정하지 않고, 추위를 많이 타는 막내 인산스님을 배려해 선배 스님들이 먼저 앉았다. 또 회주 스님이 다각 소임을 자청했다. 대중들이 불편함 없이 원만 회향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고 호산스님이 전했다. 

회주 스님은 선원 안에 달력을 걸어 놓고 하루가 지날 때마다 날짜에 엑스를 그렸다. 처음에는 90일이 언제가나 막막했지만, 시간을 흘렀고 2월7일 마침내 회향했다. 용맹정진을 끝내고 오전4시 죽비를 내려놓는 순간, 스님들은 박수로 묵언을 풀었다.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정진해온 도반에게 애정과 격려가 담긴 박수로 백 마디 말을 대신했다. 

[불교신문3558호/2020년2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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