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cm의 기적’ 빛나게 할 불사…이 시대 불교·불자들의 소명

백만원력 결집불사는 한국불교의 희망을 다시 지피기 위한 원대한 계획이다. 지금 시대에 한국불교와 종단이 해야 할 일들을 단기와 장기적으로 나누어 추진함으로써 성장 동력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출발은 불법승 삼보를 바로 세우는 것이며, 그것이 우선적으로 선정된 4대 숙원사업이다. 

‘깨달음의 땅’ 인도 부다가야 분황사 건립과 경주 남산 열암곡 부처님 바로세우기는 ‘불보(佛寶)’ 사업이다. 법보는 계룡시 육해공군사령부가 자리 잡고 있는 계룡대 호국사, 승보는 불교요양병원과 요양원 건립이다. 열암곡 부처님 바로세우기는 4대 숙원사업 가운데 가장 진척이 쉽지 않은 과제로 꼽힌다. 
 

열암곡 부처님으로 불리는 경주 남산 마애불.
열암곡 부처님으로 불리는 경주 남산 마애불.

열암곡 부처님으로 불리는 마애불은 넘어져 바닥을 향해 있는 상태로 2007년 발견됐다. 바닥돌과 불과 10cm 간격을 유지한 채 전혀 훼손되지 않아 ‘10cm의 기적’으로 회자됐다. 열암곡 부처님은 전체 높이가 5.15m, 마애불상이 4.48m 규모의 화강암 괴석에 통일신라시대인 8세기 후반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당국은 수차례 조사를 통해 1430년경 진도7 규모의 대지진과 홍수로 마애불이 있는 바위가 넘어져 파묻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마애불을 바로 세워야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됐으나 발견된 지 13년이 지나도록 난항에 부딪혀 제자리걸음이다. 

문화재청과 경북도, 경주시 등은 2016년 부처님을 바로 세우는 모의시험을 준비하다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경주 남산 전체가 사적 제311호로 지정돼 있다고 하지만 열암곡 부처님은 비지정 문화재여서 예산 확보가 쉽지 않다. 문화재당국이 열암곡 부처님을 단순히 문화재로 인식하고 있고 불교문화재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점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게 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종단이 백만원력 결집불사의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로 꼽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열암곡 부처님을 바로 세우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불자들의 소명으로 종단은 판단한 것이다. 

4대강 사업 공사과정에서 경북 의성군 단밀면 낙단보 건설 현장에 파묻혀있던 마애불이 발견됐다. 당시 종단은 마애불 보존을 위해 범종단적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마애불을 보존·참배할 수 있는 시설이 건립돼 기도처로 각광받고 있다. 열암곡 부처님을 바로 세우겠다는 원력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경주시가 3월부터 2021년까지 지반 안정성 확보와 관람 환경 조성을 위한 주변정비 사업에 들어가 열암곡 부처님이 있는 현장이 폐쇄된다. 종단은 한시적 폐쇄를 앞둔 열암곡 부처님을 찾아 3월6일 중앙종무기관과 산하기관 교역직 일반직 종무원이 참여하는 ‘마애부처님 바로세우기’ 발원법회를 개최한다. 이어 발원 정진단을 구성해 운영한다.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일감스님은 “열암곡 부처님이 넘어진지 600년이 지난 지금, 그것도 손상 하나 되지 않은 채 왜 이 시대에 발현되었는가를 생각한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로 하여금 부처님을 바로 세우고 한국불교를 중흥하라는 역사적 소명을 부여한 것과 다르지 않다”며 “백만원력 결집불사를 통해 열암곡 부처님을 바로 세우고 반드시 한국불교 중흥의 길을 열어가고자 하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불교신문3558호/2020년2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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