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 작가, ‘윤회 도자화 찻잔에 담기다’展

20년 넘게 윤회매 만든 작가
평면에 매화 아름다움 선보여

“매화는 사람 관계 속 만개
함께 소통하며 가치 찾길”
3월17일까지 광주서 전시

0년 넘게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김창덕 작가가 윤회매를 평면 위에 그려낸 새로운 전시회를 연다. ‘윤회 도자화, 찻잔에 잠기다' 전에서 만나볼 수 있는 김 작가의 작품 모습
20년 넘게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김창덕 작가가 윤회매를 평면 위에 그려낸 새로운 전시회를 연다. ‘윤회 도자화, 찻잔에 잠기다' 전에서 만나볼 수 있는 김 작가의 작품 모습

윤회매(輪廻梅)’. 낯설어 보이지만, 그 유래는 조선시대부터 시작된다. 조선 후기 정조 때 실학자이자 문장가인 이덕무(1741~1793) 선생이 짧게 폈다 지는 매화를 오랫동안 차 마시는 자리에 놓고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만든 예술 작품이자 차 문화이다.

윤회매 속 아름다운 매화의 모습은 벌이 꽃가루를 채집해 꿀을 만들면서 생긴 밀랍에 75도 열을 가하는 과정을 거쳐야 완성된다. 꽃은 벌에 의해 밀랍으로 태어나고, 밀랍은 꽃으로 재탄생하는, 결국 번뇌와 업에 의해 생사의 세계를 끊임없이 도는 윤회 사상과 비슷해 보여 윤회매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이덕무 선생 이후 명맥이 끊겼던 윤회매가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건 200여 년이 훌쩍 지나 다음(茶愔) 김창덕 작가에 의해 재현되면서부터다. 그리고 국내 유일의 윤회매 작가이자, 20년 넘게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김창덕 작가가 새로운 전시회를 연다. 김 작가는 2월14일부터 3월17일까지 광주 은암미술관에서 평면 위에 펼쳐진 윤회매를 만끽할 수 있는 윤회 도자화, 찻잔에 잠기다' 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9년부터 새로 창작한 윤회 도자화작품 3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전시회를 통해 관람객들이 만나는 모든 작품들은 평면화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님 작품 보존 때문이다. 그간 매 전시 때마다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손을 대는 호기심 가득한 관람객들로 인해 작품이 상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비록 작품 보존을 위해 평면화의 새로운 형식이 탄생했지만, 김 작가는 이를 통해 또 다른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도자기 형태와 빛에 대응하는 그림자는 이전 작품에서 만든 미학적 이미지와 달라 더 큰 환희를 느꼈다는 전언이다.
 

0년 넘게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김창덕 작가가 윤회매를 평면 위에 그려낸 새로운 전시회를 연다. ‘윤회 도자화, 찻잔에 잠기다' 전에서 만나볼 수 있는 김 작가의 작품 모습
20년 넘게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김창덕 작가가 윤회매를 평면 위에 그려낸 새로운 전시회를 연다. ‘윤회 도자화, 찻잔에 잠기다' 전에서 만나볼 수 있는 김 작가의 작품 모습

윤회매작품 이외에도 이번 전시에선 다채로운 작품이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이덕무 선생 저술총서인 청장관 전서(3371) 중 제62<윤회매 십전>을 한자와 한글로 필사한 작품도 선보인다. 김 작가는 <윤회매 십전>6개월에 걸쳐 필사하고 접철식으로 이어 붙였다. 한자 필사본은 총 길이가 10m×30cm, 한글 필사본은 총 길이가 22m×76cm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출가수행자 출신으로 작품 세계 곳곳에 불교관 세계관을 투영시킨 김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담백한 삶의 의미를 찾길 당부했다. 그는 대부분의 삶에서 의미들을 추려내 보면, 정수가 되는 의미들은 의외로 단순하고 담백하다제 작품 속 매화를 담고 있는 도자들이 화려하지 않듯이 담백함은 가장 보편적인 미학적 가치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윤회매의 매화는 사람들 간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 비로소 만개한다며 많은 이들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했다. 김 작가는 제가 차를 담는 도자와 매화에 주목하는 것은, 바로 사람들 간의 대화가 만개하는 사회가 이뤄졌으면 하는 미학적 실현상 때문이라며 전시 기간 동안 매주 토요일 오후2시에 열리는 작가와의 대화시간에 참석해 윤회매의 인문학적 가치를 함께 이야기하며 나누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에서 불교미술사를 전공한 다음 김창덕 작가는 선화(禪畵)와 현대미술을 비롯해 퍼포먼스 아티스트, 다도가, 테크노 바라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약 중이다. 특히 인간문화재 제50호 정지광스님으로부터 범패 등을 전수받은 그는 테크노 바라춤을 창시해 해외에서도 널리 이름을 알리고 있다. 지난 2017년엔 광주에 미술과 음악 차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윤회매문화원을 개원해 운영 중이다.

2014년 광주비엔날레 20주년 공연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의 청화백자', 20154월 밀라노 트리에날레 오픈 공연, 20161월 리채 갤러리에서 윤회매 작품전 등 수십 차례 전시회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해에는 제주 서귀포에서 열흘 가는 꽃 없다 말하지 말라전을 열어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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