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경제사정 불구 가입한 의무 보험
30년 지난 지금 큰 혜택 많은 도움 받아

종단 본인기본부담금 오는 7월부터 시행
인식 이해부족으로 혼란, 홍보 관심 절실
종도들 스스로 적극 참여가 가장 중요해

정운스님
정운스님

30년 전 일이다. 농촌포교 원(願)을 세우고 주민등록증을 옮기던 날, 마을 이장님이 찾아왔다. 주민 되신 것을 환영하고자 인사차 오셨다면서 “농어촌 세대주가 되셨으니 의무적으로 국민의료보험과 국민연금을 들어야 한다”고 일렀다. 경제사정에다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여서 쉽게 답을 할 수 없었다, 며칠 후 이장님은 또 찾아 오셨다.

“저도 잘 모르지만 의료보험은 아파서 병원 가실 때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치료 할 수 있고 국민연금은 지금부터 들어 두시면 노후가 든든할 것입니다. 스님께서도 놓치지 마시고 이번 기회 가입하여 혜택을 받으시길 바랍니다”라는 진정성 있는 권유에 공감은 했지만 농촌 포교당, 그것도 경제적 여력이 전혀 없는 환경에서 보험료는 큰 부담이었다. 며칠만 여유를 달라고 했다. 

많은 고민 끝에 보험료 충당 대책을 세우지 못한 상태에서 가입하기로 했다. 공과금 지출의 최우선 순위를 의료보험과 국민연금에 두었다. 보험료를 낼 수 있도록 기도하며 절약 또 절약 했다. 절약에도 불구하고 몇 년은 고생을 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두 가지 혜택을 체감한다.

의료보험은 병원을 갈 때마다 혜택을 보고 국민연금은 이제 매달 통장으로 들어온다. 참 잘한 일 중 하나였다고 스스로 칭찬한다. 그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놓쳤다면 어떻게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 생각한다. 이는 농어촌 세대주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 종단도 이제 본인 기본부담금을 오는 7월부터 시행한다. 승려복지 수혜대상이 되는 모든 스님이 ‘본인기본부담금’을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취지를 담은 승려복지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정기 중앙종회에서 통과됐다.

그 내용을 보면 “①승려복지 수혜대상이 되는 승려는 승려복지 본인기본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②승려복지 본인기본 부담금을 1년 이상 체납한 승려에 대해서는 승려복지회의 의결을 거쳐 지원을 제한할 수 있다. ③승려복지 본인기본 부담금 납부금액 및 납부방법 등은 종령으로 정한다” 등이다.

2011년 제정 당시 승려복지법에는 본인 기본 부담금이 빠져 있었다. 이번에 승려 정기분한신고 시행 자료에 보면 본인 기본 부담금 자동이체 신청서도 있다. 분한신고가 의무이며 본인부담금 또한 의무이니 놓치지 말라는 뜻이다. 새 제도 도입을 위해 공청회, 입법예고 등 절차를 거쳐 종회에서 개정안이 통과 되었고 1월9일 시행공고까지 나왔지만 그래도 낮은 인식과 이해 부족으로 혼란스럽다고 한다.

출가 당시부터 이런 제도에 익숙했다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본인이 낸 부담금으로 나중에 필요할 때 혜택을 받는다는 인식을 가졌을 텐데 아쉽다. 이미 천주교 원불교 기독교는 자기 부담금을 기본재원으로 자체 복지제도를 만들어 운영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종단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종단 내 복지재원시스템이 분산된 것도 문제다. 종단 승려복지회, 비구니회 복지, 수좌회 복지, 교구 복지회 등으로 같은 기능을 지닌 조직이 여럿이다. 이 때문에 말사 주지 스님들은 본인 복지보다 이중삼중으로 부과되는 복지 부담금에 어깨가 무겁다.

조계종 스님을 대상으로 복지혜택을 주는 취지라면 굳이 여러 조직을 둘 이유가 없다. 중복된 기능을 통합하여 단일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종단 지원을 기대하기 이전에 종도로서 의무를 다 한다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많은 논란과 시행 착오를 거치며 어렵게 종단 복지 시스템이 출발했다. 승려복지는 스님들의 복지 보장을 넘어 승가공동체를 유지하는 선결조건이다. 중앙종무기관과 교구 스님 불자들이 하나가 되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우리 종단의 미래다.

[불교신문3557호/2020년2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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