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현
김숙현

‘문목탕(蚊目湯)’이란 음식이 있다. 말 그대로 모기 눈알 수프라는 음식이다. 직경이 1㎜도 안되는 모기 눈알을 어떻게 수프로 끓일 만큼 대량 확보하는 것일까? 이 요리가 유명한 곳은 중국 사천성의 성도인 중경인데, 이 지역에는 곳곳에 박쥐가 서식하는 동굴이 있다. 

박쥐 가운데는 피를 빨아먹은 모기를 주식으로 하는 종류가 있는데 그 박쥐도 모기 눈알만은 소화를 못시켜 그대로 배설한다고 한다. 식(食)재료상들은 동굴로 가서 박쥐의 배설물을 모아 눈알만 걸러낸다. 그렇게 완성된 요리는 최상의 진미로 꼽혀 부르는 것이 값이라니, 다리 네 개 달린 것은 의자 빼고 다 먹는다는 중국인다운 발상쯤으로 여겼다.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한 달여 만에 국내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환자가 발생, WHO가 국제 비상사태 선포했다. 감염공포에 온 지구촌이 얼어붙었다. 우한 폐렴을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숙주로 박쥐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전 세계의 박쥐류는 18과에 약 1000여종이 있으며, 포유류 중에서 설치류 다음으로 종수가 많은 동물군이다. 박쥐는 비행 기능이 있는 유일한 포유류로서 이동 범위가 넓은 데다, 가축과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각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갖고 있어 ‘바이러스의 저수지’로 불릴 정도다. 

1979년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견된 에볼라는 야생과일 박쥐의 섭취를 통해, 2002년 30국 8000명에게 발병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박쥐를 먹은 사향고양이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된 것이었다. 한국에서만 36명이 사망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원인도 이집트의 무덤 박쥐 바이러스에서 왔다. 중국어로 박쥐는 비엔푸(蝙蝠)이다. 박쥐를 뜻하는 푸(蝠)와 복을 의미하는 푸(福)의 발음이 같아 박쥐고기가 더욱 선호됐다고 한다. 

우리 민속에서도 박쥐는 오복(五福), 다산 등의 의미를 담고 있어 회화, 공예품, 가구의 길상 문양으로 널리 사용되었는데 이제 기피대상 1호가 됐으니 누구를 탓해야 할까. 

[불교신문3557호/2020년2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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