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는 제 사투리로 말하고
콩밭 콩꽃 제 사투리로 흔드는 대궁이
김 매는 울 엄니 무슨 사투리로 일하나
김 매는 울 올케 사투리로 몸을 터는 흙덩이

울 엄니 지고 가는 소쿠리에
출렁 출렁 사투리 넌출
울 올케 사투리 정갈함이란
갈천 조약돌 이빨 같아야

- 허수경 시 ‘땡볕’에서
 


허수경 시인은 언어의 유장한 리듬을 시로 아주 잘 표현한 시인이었다. 우리 내면의 허기와 슬픔을 아주 잘 표현한 시인이기도 했다. 이 시에서처럼 사투리의 투박하고 낭창낭창한 탄력과 튼 살 같은 삶의 풍경을 그의 초기시는 진솔하게 보여주었다.

소나무와 콩꽃과 어머니와 올케는 사투리로, 그 말투로 일을 하고 말을 주고받는다. 비록 말투가 거칠고 세련되지 못해 보여도 속뜻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대궁도 사투리로 흔들거리고, 흙덩이도 사투리로 흙을 털고, 넌출도 사투리로 뻗는다고 했으니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그 공간의 모든 존재물들이 사투리의 살림이요, 사투리의 공동체인 셈이다. 

[불교신문3557호/2020년2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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