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종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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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새해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나고 음력 설도 지났다. 신년 초에 가장 많이 하고 듣는 인사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다. ‘복’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제일 먼저 건강을 떠올릴 것이다. 하는 일이 잘 되는 것 돈 많이 버는 것, 공부 잘 하는 것, 취업하는 것, 시험 합격, 소원성취 하는 것 등등 그런데 이와 같은 것들을 성취하는 것이 참으로 복일까? 

‘복’이란 행복을 얻는 것이다. 행복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마음의 상태이다. 이것을 만족, 즐거움이라고 하며 행복이라고도 한다. 우리는 매순간 언제 어디서나 좋아하는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눈으로는 좋아하는 색과 모양, 귀로는 좋아하는 소리, 코로는 좋아하는 향기, 입으로는 좋아하는 맛, 피부로는 좋아하는 촉감을 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좋아하는 느낌을 주는 대상을 구하려고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에 합격해서 취업해서 일 잘해서 돈 벌고 돈 벌어서 원하는 대상들을 구매한다. 이 일련의 과정에 꼭 필요한 조건이 건강한 몸이다. 모든 것이 결국 자신이 싫어하는 마음에서 좋아하는 마음을 얻기 위해 필요한 일들이고 이런 일들이 원하는 대로 잘 되는 것이 복인 것이다.

몸이 늙고 병들고 죽음에 이른다면 ‘복’이라고 여기는 조건들이 완전하게 성취된다 하더라도 즐거움과 만족이 아닌 괴로움과 불만족을 얻게 될 것이다. 몸은 좋아하는 마음을 얻는 필수도구인 것이다.

그래서 몸을 집착해서 태어나 성장해서 건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시간이 흘러 늙고 병들고 죽음에 이르면 다시 몸을 얻기 위해 윤회를 하는 것이다. 즉 ‘복 많이 받으세요’ 의 ‘복’은 행복이 아닌 늙고 병들고 죽음을 가져다주는 원인인 것이다. 복이 아니라 오히려 고통의 근원인 것이다. 

싫어하는 마음을 버리고 좋아하는 마음을 얻으면 된다. 바로 욕심을 버리고 선행을 하는 것이다. 또한 싫어함, 좋아함 둘 다 내 마음이니 마음의 주인인 나하고는 싫든 좋든 무관한 것이다. 그러니 좋아함을 구할 필요가 애초에 없는 일이다. 좋아하는 마음도, 구할 도구인 건강한 몸도, 원하는 복도 사실 필요 없는 것들이다. 

[불교신문3556호/2020년2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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