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동력 꺼지지 않도록 불 지피는 역할 했을 뿐”

매주 화·토요일 신도들과
한마음으로 다라니 독송
동안거정진 원만회향 발원
“한국의 부다가야 됐으면”

2월5일 상월선원에 정진 중인 스님들이 일주일간 용맹정진을 마치고 새벽 4시 죽비를 놓던 날, 100여 명의 대중들과 함께 선원 울타리를 돌며 석가모니불 정근을 하고 있는 원명스님.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 인터뷰 / 상월선원 토요정진법회 지도법사 원명스님

“스님들은 천막에서 수행하고, 신도들은 아래 법당에서 법석을 동시에 펼치는 이런 형태의 수행결사는 처음 있는 일이다. 불자들의 독경이 시끄러운 소음으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결사의 동력이 꺼지지 않도록 불을 지피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불교의 수행이 혼자가 아닌 더불어 함께 하는 것이라는 좋은 내용도 만들어냈다. 천막결사 회향을 계기로 9분 스님들의 ‘대승적 깨달음’이 확산되길 염원한다.”

상월선원 외호대중의 중심에서 정진기도에 활력을 불어넣은 서울 조계사 부주지 원명스님은 지난 90일간의 대장정을 떠올리며 이같은 소회를 밝혔다.

스님은 토요법회 지도법사를 맡아 결제대중들이 지치지 않고 수행할 수 있도록, 선방 아래 천막법당에서 신도들과 한 몸이 되어 매주 정성스레 기도를 올렸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화요일과 토요일 위례신도시로 달려와 원만회향을 발원하며 목탁을 잡았다.

원명스님은 2월10일 인터뷰를 통해 9명 스님들 덕분에 신심이 절로 솟는 기도를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온 세상의 평화와 화합, 한국불교 중흥을 발원하는 천막결사의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한 신도들도 한 마음으로 이곳이 ‘한국의 부다가야’가 되길 발원하는 모습을 보며 고마운 마음이었단다.

원명스님은 “우리가 수행을 하면 겸손해지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싹트게 된다”면서 “스님들께선 천막에서 나오자마자 정진 회향에 도움을 준 삼라만상에 고마움을 표하며 삼배를 올렸다. 이런 수행 정신은 우리 사회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에 하루 한 끼 드시면서 옷 한 벌로 냉방에서 3개월 동안 수행하는 것은 보통 원력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9분 스님들께서 건강한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나타나 고마운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원명스님은 “상월선원 정진결사, 한국불교 중흥결사, 대한민국 화합결사, 온 세상 평화결사의 4대 결사 정신으로 한국불교가 활짝 꽃피길 바란다”며 “기도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준 조계사 신도들도 고맙다”고 말했다.
 


이세용 조계사 종무실장.

➲ 인터뷰 / 외호대중 이세용 조계사 종무실장

“9200번 버스 타고 먼 길 와준 신도님들 고마워요”

2월10일 조계사 경내 종무소에서 만난 이세용 종무실장은 9명 스님들이 비닐하우스 천막선원에서 문을 열고 나오던 그 날의 감동과 환희심이 밀려오는 듯 눈시울을 붉혔다.

이세용 실장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극한의 상황을 이겨내고 스님들께서 천막 안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오셨다. 지금도 그 장면이 생생하다”며 “역사적 현장에 함께했던 그 환희심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천막법당에서 사부대중과 한 마음으로 원 없이 기도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신묘장구대다라니는 기본이 21독, 한글 금강경도 4~5번을 합송하다보니 점차 한 목소리가 되고 기도 하는 스님들도 신명이 나서 기도에 몰입했다”며 “천막 동안거 정진 회향계기로 수행결사의 정신은 불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의 스님과 신도 10만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해제법회를 준비했으나, 우한 폐렴 확산 방지를 위해 취소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2월7일 해제법회는 간소하게 진행됐지만, 스님과 신도 1000여명이 현장에 모였다.

이 실장은 “힘든 정진을 마친 스님들과 긴 시간 동안 기도하며 마음을 보탠 신도들을 위해 환희심 나는 법석으로 보답하고 싶었는데 취소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매주 화요일 토요일마다 기도에 함께해 주시고, 먼 길 마다않고 9200번 버스를 타고 상월선원에 와 주신 분들까지 마음 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스님들께선 천막에서 나오자마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헌혈이 줄면서 혈액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헌혈을 통해 세상에 회향하겠다고 했다”며 “9분 스님들의 결사정진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감동적이다”고 말했다.
 


동안거 결제 기간 종무소 운영을 책임진 봉은사 종무원들이 해제 후 밝은 모습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윤태 주임, 장영욱 종무실장, 정웅채 사무관. 사진 김형주 기자
동안거 결제 기간 종무소 운영을 책임진 봉은사 종무원들이 해제 후 밝은 모습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윤태 주임, 장영욱 종무실장, 정웅채 사무관.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 인터뷰 / 장영욱 봉은사 종무실장

“10만여 소원등 물결…행복했다”

2월7일 상월선원 천막결사가 원만히 회향한 후에도 여전히 분주한 곳이 있다. 바로 상월선원 종무소다. 장영욱 봉은사 종무실장을 필두로 정웅채 사무관과 이윤태 주임 등 봉은사 종무원들은 지난 90일 동안 상월선원으로 출퇴근하며 궂은일을 도맡았다.

열악한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무문관 정진 대중과 10만 명에 달하는 천막법당 기도하러 온 스님과 불자들을 외호했다. 해제 후에도 야간호법을 서며 선원을 지키며 가건물 철거작업 중인 장영욱 종무실장을 2월10일 봉은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장 실장은 상월선원 천막결사 원만회향을 기뻐했다. 추운 겨울 난방도 안 한 천막에서 건강하게 정진한 9명 스님과 일심으로 그 곁을 지킨 봉은사 대중 등 모든 게 고마울 다름이다.

그는 겨우내 총무원과 봉은사, 상월선원을 오가느라 바빴지만, 고된 기억으로만 남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접하기 힘든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사찰 종무소와 달리 여러 스님과 신도단체들로 이뤄진 외호대중의 의견을 조율해 일을 하고, 또 전국에서 찾아오는 스님, 신도들 수천 명과 SNS로 소통하기도 했다.

물론 힘든 일이 더 많았다. 봉은사와 상월선원 두 사찰 살림을 살다보니 양쪽에서 그를 찾았다. 당초 상월선원 종무소는 날짜별 방문 사찰과 신도들 명단을 취합해 정리하고, 감사 문자발송을 맡아, 종무원 1명을 파견했다.

그러나 갈수록 방문객이 늘어나고 하루에 천명 이상 찾아오는 날이 많아지면서 명단 취합만도 큰일이었다. 결국 종무원이 추가로 파견되면서, 봉은사 종무행정에도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었다.

장 실장은 “상월선원 천막결사가 새로운 수행문화를 형성하는 데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봉은사의 경우 회주 자승스님과 총무 진각스님 2명이 천막결사에 동참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지 원명스님과 국장 스님, 신도들과 종무원 모두 의지가 남달랐다고 한다.

스님과 신도들은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천막법당에서 기도했고, 국악합주단 공연이나 ‘소리길 여행’ 같은 프로그램을 상월선원과 연계해 진행했다. 또 방문객들을 위한 소원등과 ‘상월선원’이 새겨진 단주를 만들어 나눠주기도 했다. 사찰음식팀은 90일 내내 정진 대중 공양을 책임졌다. 생각하면 하나 같이 고마운 사람들뿐이다.

그러나 무문관에서 정진하는 9명 스님들의 건강만큼은 그도 어쩔 수 없었다. “위급 상황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는 장 실장은 해제 때까지 건강하게 회향했으면 좋겠다는 한 생각만 갖고 있었다. 그래서 해제하는 날 스님들이 밝은 모습으로 나와 세상을 향해 삼배를 올릴 때는 울컥했다고 한다.

봉은사 신도들과 직원들 중에는 눈물 흘리며 감탄하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그는 “결제 전보다 홀쭉해져 옛날 스님들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정진 대중들 외양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며 “용맹정진 후 부러져서 나온 장군죽비가 더해져 스님들이 열심히 정진하고 서로 경책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상월선원에서 그는 한국불교가 나갈 방향을 봤다고 했다. 결제 때마다 정진하는 2000여 명의 스님에 대한 존경심과 함께 그는 신도들을 위한 수행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 또 ‘상월선원 천막결사’ 밴드와 유튜브를 운영하며 사부대중이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SNS포교방법의 변화도 모색하고 있다.

남은 건 이제 상월선원 불사다. 현재 설계 중이며 오는 8~9월이면 착공에 들어간다. 장 실장은 “9명 스님들 결사는 3개월로 끝나지 않고 도심포교로 이어진다”며 “원로, 중진 스님들이 신도시 거점포교 도량인 상월선원 불사를 위해 격려해주고 있는데 불자들도 불사가 원만히 회향할 수 있도록 관심을 보내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불교신문3557호/2020년2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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