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승한 스님들께 올리는 최고의 공양”
“수승한 스님들께 올리는 최고의 공양”
  • 이경민 기자
  • 승인 2020.02.10 2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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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가사원을 가다…1년에 1500벌 ‘복전의’ 탄생
가사원 운영국장 돈오스님이 2월10일 재단사 조래창 씨와 완성된 가사를 살피고 있다.

복전의(福田衣). 조각을 붙여 만든 가사의 모양이 마치 밭과 같고 그 공덕이 마치 곡식을 내는 것처럼 복밭이 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가사를 이루는 조(:세로로 이어 붙인 천)와 단(:가로선)이 전상(田相)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작은 천 조각들이 섬세한 가사 1벌로 거듭나기까진 하루가 꼬박 걸린다. 10여 개 단계를 거쳐 6명 직원이 만들어 내는 가사는 하루 평균 6. 해마다 조계종 스님에게 지급되는 약 1500벌의 정식 가사 복전의를 만들어 내는 유일한 곳, 2006년 설립된 가사원이다.

210일 찾은 가사원시계는 이날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서울 강남구 법룡사 내 위치한 70여 평 공간, 가사(袈裟)의 원단이 되는 밝은 갈색 천이 즐비한 곳에서 재단사 조래창(62) 씨가 작업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법계에 따라 가사의 조수(조각의 개수)가 달라지는 만큼 큰 스님들 가사는 만들기 까다롭고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사미와 사미니 가사는 만의라 해서 1~2장의 천으로 만들지만 대종사 스님들은 25조 가사를 수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손이 더 가죠.”

원단을 재단하는 일이 가사 만드는 일의 시작이자 끝이다. 대구의 한 업체에서 가사색을 물들여 삼보륜을 새긴 천을 공수해오면 조수별로 크기에 맞춰 자른다. 법계에 따라 체형도 제각각, 때문에 각 원단마다 스님들 법명과 법계, 키와 몸무게 등이 꼼꼼이 적힌 메모가 빠짐없이 붙는다. 기본적으로 가사는 조각조각 난 수십장의 천을 덧대 만든 것이기 때문에 재단 과정에서 단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재단사 조래창 씨가 삼보륜이 새겨진 원단을 치수에 맞춰 표시하고 있다.
연봉은 하나하나 손으로 만든다. 연봉매듭을 짓고 있는 가사원 직원.
가사마다 법명과 법계, 키와 몸무게 등이 쓰인 종이가 붙어있다.
가사원 운영국장 돈오스님.

크기는 대중소로 분류한다고 간단히 설명했지만 재단은 세밀하고 정확했다. 품계에 따라 사미니 가사는 만의’, 10년 미만의 견덕(계덕)7, 10년 이상의 중덕(정덕)9, 20년 이상 대덕(혜덕)15, 25년 이상 종덕(현덕)19, 30년 이상 종사(명덕)21, 40년 이상 대종사(명사)25조로 총 7가지로 분류된다. 그 중에서도 9~25조는 대의라 해서 삼의(안타회, 울다라승, 승가리 등 용도에 따라 세 가지로 구별한 옷)중 법문을 하러 갈 때 입는 승가리(僧伽梨)에 해당하는데 이는 또 다시 상상품, 상중품, 상하품 등 9가지로 구분된다.

각 조에 따라, 개인별 체형에 맞춰 제작된 천 조각들을 서로 덧대 1개의 조로 만들어 재봉한 뒤 다시 이를 수차례 이어붙이기를 반복하면 비로소 하나가 완성된다. 그 테두리에 천을 붙여 다시 다듬는, 일명 난치기라 불리는 작업이 끝나면 연봉(연꽃모양의 단추)과 고리가 달린다. 빳빳이 풀을 먹인 법명과 법계가 새겨진 명찰을 새기면 비로소 한 벌의 가사로 거듭난다.

종단 스님이라면 모두 가사원에서 만들어진 이 가사를 받는다. 법계가 새로 주어질 때마다 새로 제공되는 가사 한 벌에 드는 제작비는 최소10만원에서 최대50만원, ‘통일 의제 사업의 일환으로 현재까진 모두 총무원이 부담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돈이다. 가사원 운영국장 돈오스님은 살아있는 동안 스님에게 가사 공양 한 벌 올리는 일은 공덕 중에서도 최고의 공덕으로 친다가사 공덕의 인연을 맺어 복전을 일구는 불자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사원의 존재를 몰라 개인이 운영하는 승복집에서 가사를 맞추는 일이 왕왕 있는 것에 대해서도 가사만큼은 각양각색이 아닌 종단에서 지정한 의제를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소속감과 일체감 뿐 아니라 승가의 위계질서, 수행자의 위상과도 맞닿아 있는 만큼 가사원을 이용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종단이 운영하는 곳인 만큼 가사원에는 법계 품서를 받은 종단 모든 스님의 신체 치수가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돼 있다. 때문에 전화 한 통이면 해당 스님에게 가사 공양을 직접 올리는 일이 가능하다. 시주하는 사람이 요청하면 시주자의 이름을 가사에 새겨 전할수도 있다. 최근엔 350벌의 가사 공양을 부탁해 온 이도 있었다.

<불설가사공덕경>에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가사불사를 발원하는 사람은 천 가지 재앙이 눈녹듯 소멸되고, 조성하는데 동참한 사람은 백가지 복이 구름일 듯 일어나게 된다.” 가사를 최고의 공덕행, ‘복전의라 하는 까닭이다.
 

서울 법룡사 1층에 자리한 가사원 외부 모습. 종단이 운영하는 유일한 가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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