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선원 무문관 앞에서 정진 대중과 종정예하의 모습.
위례 상월선원에서 90일간 무문관 정진한 9명 스님들이 2월7일 세상 밖으로 나왔다. 사진은 상월선원 무문관 앞에서 정진 대중과 종정예하의 모습.

기해년 동안거 내내 자물쇠가 굳게 걸렸던 위례 상월선원 무문관의 문이 90일 만인 2월7일 열렸다. 유례없는 청규로 동안거 결제에 든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포함한 9명 스님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삼배를 올리며 삼천대천세계에 예경을 표했다.

당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우려해 해제법회가 전면 취소됐음에도 이날 상월선원에는 1000여 명이 찾아왔다. 모두 동안거 내내 무문관 정진 대중을 외호한 스님과 불자들로 치열한 정진을 끝낸 수행자들의 모습을 만나겠다는 마음 하나로 추운 날씨에도 몇 시간을 서서 기다렸다.

진제 종정예하와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무문관에 입실해 정진 대중 스님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종정예하의 소참법문 후 천막결사 대중 스님들이 한 명씩 모습을 드러내자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난방기구 하나 없는 냉골 바닥에서 묵언하며 씻지 않고 한 벌 옷으로 생활하면서 하루 한 끼 공양하고 14시간씩 참선하며 한국불교사상 초유의 천막결사를 마친 스님들을 보고 사부대중은 환희심을 감추지 못했다. 추위가 거듭되면서 몇몇 스님은 호흡곤란이 오거나 맥박이 40 이하까지 떨어지는 등 응급상황을 맞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중들은 오로지 무문관 정진 스님들의 건강만을 발원했기 때문이다.
 

삼천대천세계에 삼배를 올리는 상월선원 무문관 대중 스님들.
삼천대천세계에 삼배를 올리는 상월선원 무문관 대중 스님들.

마침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회주 자승스님을 비롯해 선원장 무연스님, 입승 진각스님, 한주 성곡스님, 지객 호산스님, 지전 재현스님, 정통 심우스님, 시자 도림스님, 다각 인산스님 등 9명 스님들은 하나 같이 수척해 있었다. 3개월 동안 한 번도 빨지 않은 승복은 꾀죄죄했고, 머리카락과 수염은 덥수룩하게 자랐으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홀쭉해진 모습에 살이 많이 빠졌음을 알 수 있었다. 3개월 동안 달라진 9명 정진 대중을 본 스님과 불자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천막결사를 원만하게 회향하고 선방 문을 나서 세상을 향해, 부처님을 향해 절을 한 것으로 회향법회는 끝이 났다. 백척간두서 진일보한 수행자의 면모를 보기 위해 원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참석한 스님과 불자들은 “수고했다”며 인사했다. 쏟아지는 격려와 환호를 뒤로하고 무문관 대중 스님 9명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세간으로 돌아온 스님들의 첫 행보는 보시행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되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을 위해 정진 대중들은 후원받은 공양금으로 마스크 1만 개와 손세정제 1000개를 구입,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을 통해 후원할 계획이다. 또 스님들은 신종 코로나 때문에 최근 헌혈이 급감해 비축해둔 혈액 재고가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헌혈도 결심했다. 자신의 몸 일부라도 세상에 필요한 일이 있으면 기꺼이 내놓는다는 원력으로 스님들은 2월8일 헌혈하겠다는 원력을 밝혔다.

한편 이날 무문관에 입실한 진제 종정예하는 9명 스님들에게 소참법문을 했다. 종정예하는“금일 모든 대중과 유정무정들은 아홉분의 진면목을 아시겠습니까”하며 주장자를 들어 보이며 “이 주장자, 이 진리를 바로 보면 일체중생의 스승이 될 것입니다. 이제부터 문을 활짝 열고 광도중생(廣度衆生)에 다 같이 매진합시다”라고 설했다.
 

90일만에 상월선원을 나서는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천막결사 대중들.
90일만에 상월선원을 나서는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천막결사 대중들.
이날 진제 종정예하가 상월선원을 방문해 천막결사 대중들을 격려했다.
이날 진제 종정예하가 상월선원을 방문해 천막결사 대중들을 격려했다.
천막법당에서 삼배를 올리는 상월선원 무문관 스님들.
천막법당에서 삼배를 올리는 상월선원 무문관 스님들.
가장 먼저 무문관을 나서는 회주 자승스님.
가장 먼저 무문관을 나서는 회주 자승스님.
해제법회에 참석한 대중 스님들과 인사를 나누는 자승스님.
해제법회에 참석한 대중 스님들과 인사를 나누는 자승스님.
인간띠를 만들어 상월선원 천막결사 대중을 기다리는 사부대중.
인간띠를 만들어 상월선원 천막결사 대중을 기다리는 사부대중.
상월선원 무문관 정진 대중을 환영하는 불자들.
상월선원 무문관 정진 대중을 환영하는 불자들.

하남=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사진=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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