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나쁘고 블록체인은 좋다?

“19세기에 자동차가, 20세기에 인터넷이 있다면 21세기에는 블록체인이 있다.”
- 미래학자 돈 탭스콧(Don Tapscott)

 

보일스님
보일스님

인터넷에서 블록체인으로

“아니, 수수료가 왜 이렇게 비싸.” 누구나 한 번쯤은 은행송금을 하거나, 행정기관에서 서류를 발급받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이 경우에 수수료는 송금업무나 서류발급업무 자체에 대한 대가이기도 하면서 그 해당 거래나 사실에 대한 증명의 대가이기도 하다. 일종의 중간 거래자 또는 중간 매개자 역할을 통해 다양한 계약 또는 거래가 이루어진다. 현실 세계는 말할 것도 없고 인터넷상의 디지털 공간에서도 말이다. 

그런데 만약 이 중간매개자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아니 더 정확히는 그 거래명세에 대한 증명을 하나의 중간매개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나눠서 그 증명을 하게 된다면 더 확실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 속에서 등장한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몇 년간 ‘비트코인(Bitcoin)’이라는 암호화폐로 인해 더불어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용어다.

사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변화와 혁신을 얘기할 때 가장 어려운 주제가 이 블록체인이다. 기술을 이해하기 어려움이라기보다는 변화 속도 때문이다. 오늘 논의할 만한 주제가 내일은 이미 그 실효성을 다한 기술로 여겨지는 일이 다반사이고, 수시로 이해당사자들의 입장과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제는 가상화폐를 반대했다가 오늘은 찬성하기를 손바닥 뒤집듯이 한다.

일반대중들은 새로운 기술이 가져온 변화에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온갖 근거 없는 헛소문에 설왕설래한다. 한편에서는 ‘암호화폐’ 시장에 투기성 자금이 대량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서민경제의 안정과 보호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한 규제 필요성을 주장하는가 하면, 반대편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신기술로서 적극적으로 장려해 왜곡된 인터넷에 기반한 금융, 유통구조를 혁신함으로써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

그래서, 소위 ‘전문가’들 조차도 이 새로운 기술과 변화에 대한 명료한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그 규제 찬반 논쟁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었다.

그 와중에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 기술,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양한 시스템이 새로 등장하면서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사람들 모두가 ‘비트코인’이라는 암호화폐 논쟁에 시선이 쏠려있는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은 인터넷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급격한 기술변화를 거치면서 혁신을 거듭해 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암호화폐’를 규제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고자 아님을 분명히 해 둔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다만,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중의 하나인 블록체인 기술의 철학, 즉 중앙 통제에서 분산 관리, 투명한 정보 공유라는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블록체인(Block Chain) 

블록(block)도 알겠고 체인(chain)도 아는 단어다. ‘블록을 체인으로 이었다는 말이겠지’라고 누구나 상상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데이터 뭉치를 사슬처럼 연결해 놓은 분산된 데이터 처리기술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블록(Block)은 거래 당사자 사이에 일정 기간 이루어진 거래 내역 데이터를 담고 있다.

중간에 이 데이터 처리를 통제하거나 관장하는 중앙 서버가 없어도, 이 시스템의 참여자들은 ‘P2P(동등 계층 간 통신망: Peer to Peer)’ 방식으로 서로의 거래 장부를 공유한다. 이런 의미에서 ‘분산 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이라고도 한다.

사람들 간의 거래 기록을 중간 거래소에서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에 연결된 다수의 컴퓨터에 실시간으로 복제, 저장하는 기술이다.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은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고, 추가적인 거래가 발생하면 각 참여자의 승인을 받도록 한다. 매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그 정보를 공유하여 대조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데이터 위조나 변조를 어렵게 된다. 거래 내역을 담은 장부 자체가 인터넷에 개방되어 있고 수시로 검증이 이루어진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고등학교 동창들끼리 SNS 카톡방을 개설했다고 하자. 회원들 중 사업자금이 부족한 A가 B에게 1000만 원을 빌렸고, 같은 반이었던 60명의 친구가 모두 채팅창 메시지를 통해 이 사실을 확인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A가 운영하던 사업이 실패해서 빌린 돈을 갚을 수 없게 되자 A는 돈을 갚지 말까하고 생각해 본다.

하지만 A가 B로부터 돈을 빌렸다는 증거를 없애기 위해 A 자신과 B가 채팅방에 남겨놓은 거래 내역만 삭제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 거래 사실이 채팅방에 그대로 남아있어 동창회원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나머지 동창회원들 전원의 채팅 메시지도 삭제해야만 한다. 한 마디로 잡아떼기가 어려워진다.

친구들의 원성과 평판이 나빠질 것이 두려워진다. 물론 이 채팅방 자체가 불록체인은 아니다. 거래 사실을 동시에 다수의 참여자가 공유할 경우, 위조나 변조를 시도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말이다. 
 

블록체인은 데이터 뭉치를 사슬처럼 연결해 놓은 분산된 데이터 처리기술을 말한다. 중간에 데이터 처리를 통제하거나 관장하는 중앙 서버가 없어도, 이 시스템의 참여자들은 ‘P2P(동등 계층 간 통신망; Peer to Peer)’방식으로 서로의 거래 장부를 공유한다. 사람들 간의 거래 기록을 중간 거래소에서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에 연결된 다수의 컴퓨터에 실시간으로 복제, 저장하는 기술이다. 출처=www.shutterstock.com
블록체인은 데이터 뭉치를 사슬처럼 연결해 놓은 분산된 데이터 처리기술을 말한다. 중간에 데이터 처리를 통제하거나 관장하는 중앙 서버가 없어도, 이 시스템의 참여자들은 ‘P2P(동등 계층 간 통신망; Peer to Peer)’방식으로 서로의 거래 장부를 공유한다. 사람들 간의 거래 기록을 중간 거래소에서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에 연결된 다수의 컴퓨터에 실시간으로 복제, 저장하는 기술이다. 출처=www.shutterstock.com

무엇이 다른가?

그럼 이 새로운 방식의 기술이 이전 시스템과 무엇이 다른가. 모든 거래에는 기본적으로 중간매개자가 존재한다. 그 중간매개자는 정부가 될 수도 있고, 기업이 될 수도 있고 은행이 될 수도 있다. 그 중간매개자가 누가 되었든 거래 당사자가 신뢰할 수 있는 매개자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중간에 매개자의 존재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성이다. 믿었던 정부 기관 서버가 해킹 당한다든가, 신뢰했던 금융기관이 중간 수수료로 폭리를 취하는 경우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인터넷이 인간에게 평등하고 편리한 세상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중간매개자를 자임하는 거대기업, 거대 금융기관은 더욱 비대해지고 계층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A가 B에게 현금 10만원을 송금을 할 때, 은행이 중간역할을 해 준다. 그 과정에서 은행은 이 송금에 대한 모든 거래 내역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은행의 중간역할은 A가 B에게 10만원을 지급했다는 사실은 증명해줘야 한다. 은행이 중간매개자로서 기능하면서 모든 정보가 은행에 집중되는 구조이다. 이것이 기존의 거래 방식이다.

블록체인 방식을 도입하면 어떻게 달라질까. 우선 기본적으로 A와 B의 거래내역을 은행이 저장하고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 전원에게 전송되고 저장된다. 만약 100명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속해 있다면, 100명에게 A와 B의 거래내역을 100명이 나눠서 저장하는 것이다.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은행은 필요 없게 된다.

그 거래내역을 확인하고자 하면, 100개의 블록으로 나누어 저장한 데이터들을 연결해 대조해 보고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거래내역에서 생성되는 정보자체가 투명해지고, 그 사본이 반복되는 동기화 과정을 거치면서 수만 개, 수십만 개의 사본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거래내역이 사라질 확률은 희박해진다.

만일 해커가 이 거래내역을 삭제하거나 훔치려고 한다면, 최소 51% 이상의 저장된 블록을 모두 해킹해야 한다. 예전 같았으면, 중간매개자인 은행 중앙서버만 공격하면 끝났을 일이다. 

분리해서 설명하기 곤란

불과 몇 해 전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이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논쟁이 뜨거웠다. 누구는 비트코인 ‘열풍’이라고 하고 ‘광풍’이라고도 표현했다. 지인이 ‘비트코인’에 투자해서 대박이 터졌다는 등의 얘기를 들으면서, 그렇잖아도 어려운 경제 현실에 한 번쯤 혹하는 마음을 품었음 직하다. 그만큼 ‘비트코인’ 바람은 한국 사회를 한바탕 떠들썩하게 휘몰아쳤다.

당시에 은행들은 비트코인이 가진 투기성으로 인해 금융시장 질서를 교란한다는 이유로 전략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은 옹호하는 대신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경계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갑자기 쏟아지는 찬반양론과 수많은 정보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혼동하거나 같은 말로 혼용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같은 말이 아니다. 블록체인은 참여자들끼리 합의를 통해 거래내역을 관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수시로 거래내역이 진실인지 합의하고, 그 데이터를 저장한다. 이 과정에서 직접 거래 당사자들만 있고 그 거래내역을 확인하고 저장해줄 다른 참여자가 없으면 그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유지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직접 거래 당사자 이외에 그 거래를 증명해줄 참여자를 끌어들일 방법으로 고안된 것이 바로 ‘암호화폐’ 이다. 다수의 참여자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열심히 참여할수록 그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견고해지고, 그 보상으로 높은 가치의 ‘암호화폐’를 참여자들에게 주고, 점점 보상이 커질수록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자신의 컴퓨터를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 보상구조로 인해 ‘블록체인’이라는 시스템이 자발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블록체인 시스템에 참여 대가로 주어지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분리되어서 설명되기 곤란하다.

한마디로 블록체인은 보상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인 셈이다. 따라서 “비트코인은 나쁘고, 블록체인은 좋다”는 말은 성립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불교신문3555호/2020년2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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