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안정’ 찾을 수 있고
신심증장에 더할 나위 없어


10여 년 새벽예불 부부, 공덕으로 원만한 삶
천일기도 세 차례한 스님은 ‘천진불’ 그 자체

선행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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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보살의 가호와 함께 장애를 예방하고 제거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구하며, 나아가 참회와 서원까지도 발원하는 것이 기도이겠다. 특히 정월에는 새해를 시작하는 의미에서 많은 기도 입재로 명절의 풍경만큼이나 분주하다.

이곳 통도사는 적멸보궁의 기도로 유명하면서도, 각종 법회와 기도. 거기에 연례적인 행사까지 겹쳐 도량이 늘 풍성한 분위기다. 그렇다 보니 평소 특정한 재일이 아니어도 참배와 기도하는 신도들을 많이 보게 된다.

요즘 아침 공양 후 도량에서 이따금 마주치는 부부가 있다. 이 부부는 도반 스님을 종종 방문하기에 자연스레 근황을 알게 되었는데, 10년 넘게 새벽예불에 참석하여 기도한다고 했다. 그것도 부산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굳이 선입견이 없어도 자체로 느낌과 훈기를 직감할 수 있다.

감사한 마음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동안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 일이 있나 돌아보게 되어 부끄러운 생각마저 든다. 그 정성은 자녀들에게도 통해서 한결같이 안정되게 자리잡고 지낸다고 하니, 기도의 공덕이라 여겨진다.

일찍이 통도사에서 세 번이나 천일기도를 회향하고 지금도 여전히 기도 일념인 스님이 계신다. 십대 초반에 동진 출가하여 승납이 반백년이 되었는데도, 평소 모습은 천진스러움 그 자체다. 일상에 꾸밈이 없고 자연스럽다. 어쩌면 정진이 깊어질수록 동심(童心)과 동화되어, 내로라하던 노스님들도 어린이를 보면 금방 어우러지듯이 친해져, 경(經)에서 이르는 실상(實相) 곧 있는 그대로의 참된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스님은 기도와 함께 그간의 정진 여정이 화려할 정도다. 그 어렵다고 하는 강원을 두 번이나 졸업하고, 한문 경전을 심도 있게 보기 위해(경을 통해 마음을 비추어 본다는 의미에서 경을 본다고 표현한다), 저명한 유학자 문하에서 다년간 공부했다고 한다. 이에 난해한 글도 잘 풀어 때론 종결자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5년 전 백장암 선원에서 1년여 대중을 외호하는 소임을 봤다. 1년이 조금 지나 동안거 중간에 그만 소임을 놓고 줄행랑치듯이 떠나오게 되어, 그때의 중압감이 한동안 돌덩이의 무게로 가슴에 얹혀 있는 기분이었다. 늦게나마 이 자리를 빌러 당시 대중 스님들께 참회 드리는 바이다. 

상황은 그랬다. 시장을 보아야 하는 아침에 통장을 확인하는 순간, 4만원 잔고가 눈에 들어왔다. 그저 난감했다. 그 길로 짐을 싸서 한참을 운전해 오는 동안 많은 생각으로 뒤엉켰다. 어떻게 해야 하나. 출가해 강산이 세 번 변하기까지 정진한 결과물인 듯싶어 허탈함이 더해 초라하고 씁쓸한 심정이었다.

가까스로 짐을 풀고 하루가 지나 겨우 정신이 들었다. 기도였다. 문득 생각난 곳이 남해 보리암 이었는데, 다행히 도반 스님이 소임을 맡고 있어 흔쾌히 거처를 정해 주었다. 한겨울 법당에서 5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기거하면서, 수도관이 얼어 필요한 물은 통으로 짐 져 날라 생활해야만 했다. 그 또한 기도라는 생각에 별반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있는 동안 시간 되는대로 법당에서 절을 하며, 가까스로 마음이 진정되고 추슬러졌다. 비록 한 달 남짓 기간이었지만 위안을 얻어, 이후의 생활이 이어질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여러 정진 처소를 전전하면서도 이렇다 할 기도를 해본 일이 없었는데, 새삼 기도의 위력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평소 원력과 발원으로 기간을 정해서 하는 기도라면 신심증장과 함께 더할 나위 없겠다. 예상하지 못하고 힘든 일에 부딪히기에 앞서 미리 기도의 원력으로 모든 장애가 소멸되기를 축원 드린다. 

선행스님 영축총림 통도사 한주

[불교신문3555호/2020년2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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