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행복과 사회적 성공
동시에 성취 강조한 금강경”


성문승가 중심으로 수행하다
재가불자 참여가 확대되면서
발보리심자들 보살승 추구해

등현스님
등현스님

<금강경>, <십지경>, <능가경>은 대승과 선종에서 가장 중요한 경전이다. 대승에서 십지경이 중요한 이유는 보살의 구체적인 수행 방법이 제시되었기 때문이고, 금강경과 능가경이 중요한 이유는 각각 유식과 중관학파를 대표하는 경전이기 때문이며, 또한 선종의 주된 소의 경전이기 때문이다.

반야심경은 중관학파의 사상을, 금강경은 중관학파의 실천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능가경은 유가학파의 사상을, 십지경은 유가학파의 구체적인 실천행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금강경이 어떻게 초기불교의 가르침을 상속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앞서 말한 것처럼 초기불교의 수행은 자아에 대한 오해와 세상에 대한 집착을 다스리는 것이다. 중관학파에서는 자아에 대한 집착은 아공을 증득하여, 세상에 대한 집착은 법공을 증득하여 다스린다. 

그러므로 금강경은 주관적 자아에 집착하지 않는 아공(我空)과 세상이라는 대상에 집착하지 않는 법공(法空)의 수행이 잘 조화된 가르침인 것이다. 금강경과 초기불교를 이와 같은 관계 속에서 이해하여야만 일미(一味)의 불교라 할 수 있다. 

초기불교는 행복을 성취하는 것이, 대승불교는 성공과 행복을 동시에 성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 이유는 수행의 주체가 바뀐 것과 관련되어 있다. 초기불교의 수행 주체는 성문 상가이고, 대승불교의 주체는 보살 상가이기 때문이다.

성문상가의 수행 목표는 삼계라고 하는 감옥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이라는 감옥의 시스템이 얼마나 잘 되어있는가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이 세상이라는 감옥이 괴로우면 괴로울수록 탈출하려는 마음도 더 강해질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기원전 1세기 전후 재가자가 적극적으로 수행에 참여하는 흐름이 있었고, 이때가 바로 초기에서 대승으로 전환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재가자가 수행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이러한 상황은 단지 불교뿐만이 아니었다. 

힌두교에도 이러한 요청과 변화가 있었는데, 아마도 그것은 인도 사회의 경제, 정치, 사회, 문화적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바가바드기타의 출현이다. 오랜 세월 동안 힌두교의 주된 수행은 우파니샤드의 선정 수행이었으나 기원전 1세기 전후 힌두교의 수행은 선정에서 박티(Bhakti), 카르마(karma)의 수행으로 전환되어진다. 선정 수행은 출가자 중심의 수행이고, 박티, 카르마 수행은 재가자도 실천할 수 있는 수행인데, 이를 정립한 것이 바로 바가바드기타이다. 

이처럼 우파니샤드의 수행이 힌두교적 대승인 바가바드기타 수행으로 전환되어졌다. 그러므로 기원후 재가자가 수행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인도 사회의 전반적 현상이고, 그것이 인도 사회에 요청되어진 대승이라는 수행방법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현한 금강경은 마음의 행복과 사회적 성공을 동시에 성취하는 것을 강조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보살 수행인 것이다. 사실 출가하여 세상을 버린 자에게 사회적 성공은 무의미하기에 아라한은 오직 마음의 행복만을 추구하였고, 보살상가는 재가자도 포함되었기에 행복과 성공의 법칙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한 길이 바로 보살승이고, 보살승을 가는 이를 발보리심자라 한다. 그러므로 금강경 2장에서는 보리심을 발한 수행자가 어떤 서원을 세우고 용심을 어찌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불교신문3555호/2020년2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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