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선원 외호대중Ⅱ

오후8시부터 새벽5시까지 ‘호법’
12월 초부터 200여 명 동참
한파 무색할 만큼 열기 뜨거워

정적,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인 위례 상월선원에 별빛 같은 불이 빛난다. 낮 동안 전국에서 몰려온 사부대중이 모두 떠나고, 올곧이 남은 9명 스님들을 지키는 이들이 비추는 불빛이다. 호법신장을 연상케 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상월선원의 밤을 책임지는 야간호법봉사단, 그 이름도 놀라운 ‘상월행자단’이다.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한 9명 스님들의 역사적인 상월선원 입방 이후 정진에 함께하려는 재가불자들이 문턱이 닳도록 천막법당을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새로운 결사도량으로 떠오른 상월선원. 이곳의 한낮이 기도정진 열기로 뜨겁다면, 밤은 상월행자단의 호법열기로 식을 줄 모른다.

행자단이 결성된 것은 12월 초. ‘외롭고 힘든 정진에 임하는 스님들을 지키는 자원봉사자님을 기다린다’는 글이 네이버 밴드에 게재된 직후, 자발적 발심 수행자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바쁜 일상 탓에 비록 정진에 함께할 수 없었던 불자들이 나선 것이다.

“누구라도 해야 할 일이면 내가합니다.”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참여 봉사하겠습니다.” “상월선원 호법신장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입니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장한(?) 거사 6명이 발심해 한겨울 찬서리를 녹여가겠습니다.”라는 등등의 동참 댓글도 밴드에 수두룩하게 달렸다. 이들 활동은 한겨울 추위를 무색하게 할 만큼 뜨거운 열기를 불어넣었다.

봉사자가 점점 불어나면서 현재까지 180여명이 이곳을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1월28일 기준 174명이 이곳의 밤을 지켰다. 본업으로 바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사고로부터 스님들을 보호하겠다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야간호법은 오후8시부터 다음날 오전5시30분까지 이뤄진다. 해당 소임 책임자인 탄종스님으로부터 순찰경로와 주의점 등 전반적인 설명을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안전조끼와 손전등, 야광봉을 들고 스님을 따라나서면 자연히 눈은 오직 한 곳만을 주시하게 된다.

매서운 추위와 싸우며 하루 14시간 정진하는 결제대중의 비닐하우스 천막 선방이다. 상월행자단은 이곳을 중심에 놓고, 법당 앞마당에서부터 소원등과 소원지가 빼곡하게 붙은 펜스를 지나 미륵부처님이 계신 곳까지 주위를 크게 한 바퀴 도는 것으로 한차례 순찰을 마친다. 15~20분 정도 소요된다. 

야간호법을 마칠 때까지 절대 긴장을 놓칠 수 없다. 으슥한 지점 구석구석을 손전등으로 비춰가며 돌아야 한다. 한밤중 어떤 사고가 어떤 소동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손전등을 비춰보고 이상한 낌새가 감지되면 “크게 소리를 치라”는 스님의 당부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상월행자단 불빛은 마치 관세음보살의 미소처럼 환하고 밝다. 비닐하우스 선방이 외롭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 다음날 새벽2시께 선원 내부 불이 켜지면 ‘오늘 하루도 무사히 정진하시길’하는 마음도 저절로 샘솟는다. 

오전5시반, 새벽예불을 끝으로 모든 활동은 마무리된다. 봉사를 무사히 마친 이들은 천막법당에서 부처님을 향해 절을 올리며 9명 대중 스님들의 정진 원만회향을 발원한다. 호법에 함께했던 도반들과 헤어지고 각자의 처소로 돌아와서도 쉬이 잠들지 못하는 건 경험해본 사람만 알 것이다. 두문불출하며 화두와 씨름하는 스님들이 생각나서 일 것이다. 

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상월행자단 동참자
강성권 강이일 강준욱 고기홍 고명환 고의규 공승관 곽한종 권기숙 권영덕 권용호 금용구 금유현 길홍모 김건우 김경담 김경석 김경오 김광민 김광수 김광희 김권태 김규헌 김균명 김기홍 김남일 김덕진 김도연 김래종 김민석 김민희 김병무 김병우 김봉석 김상섭 김상훈 김상희 김석찬 김선홍 김성식 김성우 김성원 김성일 김승길 김영림 김영민 김영진 김영환 김용구 김웅 김유신1 김유신2 김윤 김윤창 김재욱 김재윤 김재점 김정준 김창현 김태선 김태하 김태형 김해덕 김현일 김형석 김형수 김형주 김형준 김호진 남궁강 남유철 노태훈 류경현 문규리 문영국 문진성 민보경 박규태 박기련 박기린 박기만 박문규 박상재 박상철 박석진 박선희 박성준 박성환 박세진 박승복 박영근 박유진 박정필 박준황 박진수 박현섭 박현식 배인호 배효재 백건욱 백락관 백승규 변민우 변승재 서성훈 서정원 서종규 손기원 손대국 송민수 송환규 신병수 신서균 신석철 신하균 심상태 안병환 안봉환 안향란 양형진 엄승희 엄정식 오석이 오성택 오영록 오종환 유상재 유상철 유세희 유종우 윤석호 윤성규 윤영조 윤용민 이경철 이광훈 이권학 이규욱 이근혜 이동근 이명근 이미란 이범준 이보응 이상종 이상진 이상혁 이상훈1 이상훈2 이서연 이성진 이성희 이수민 이승욱 이승현 이승환 이영조 이우용 이은숙 이재원 이재현 이정미 이정우1 이정우2 이정표 이준영 이준혁 이지은 이찬영 이창우 이학주 이호상 임원경 임종균 임현준 장우영 장충섭 장필규 전병수 전시웅 전우호 전정란 전태근 전해준 정경섭 정승택 정시화 정용범 정충래 정태우 정향란 정혁수 정현록 조동삼 조봉관 조성환 조영숙 조희군 주성하 주정덕 지성준 지정학 진겸 진차범 차진주 차혁진 최기석 최영수 최원정 최종환 최지연 최창묵 최창윤 최현 최호진 최희선 추상호 탁상민 하정은 한명우 한얼 허부강 형욱 호승범 홍다영 황병락 황일수 황정효 황충기 황학현
<1월30일 현재, 가나다순>

 


➲ 정충래 상월행자단장

“직장 퇴근 후 밤샘야경 불자들…환희심 충만”

정충래

정충래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는 상월선원 야간호법을 책임지는 상월행자단장을 맡고 있다. 1월23일과 24일 연이어 야경을 서고, 1월25일 설날 행사까지 참여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는 정충래 단장은 “치열하게 정진 중인 스님들이 있어 불자로서 환희심을 느낀다고 했다.

정 단장은 “야간호법을 처음부터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결제 첫날밤, 인적이 드문 밤에 천막결사 중인 스님들 안전이 취약하다는 것을 깨닫고 야경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선원에서 비상상황이 생겨도 대처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우선 스님 3~4명이 돌아가며 밤을 세웠다. 재가자들이 동참한 시기는 결제 한 달 후부터다.

“회사를 다니거나 생업에 종사하는 불자들이 업무를 끝내고 와 밤새 야경을 서고 돌아가는 것은 정말 큰 마음이 아닐 수 없다”며 “단톡방에서 날마다 서로 격려해주며 응원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상월선원이 재가불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절감한다고 했다.

간혹 절이 있는 것도 아니고, 훔쳐갈 성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야간호법을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정 단장은 “상월선원에서 가장 귀한 건 정진하는 아홉 스님”이라며 “스님들을 외호해 결사가 무탈하게 이어지도록 하는 게 우리들 책임이기 때문에 야간호법은 어떤 활동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죽기를 각오하고 정진하는 스님들이 오히려 대중을 걱정하고, 격려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숙연하다고 했다. 힘들기보다 기쁘고 즐겁게 참여하고 있어, 끝나면 오히려 허전할 것 같다고 한다.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산하 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다 퇴임한 정 단장은 “부처님께 늘 고마웠는데 이번에 90일 동안 상월선원 결제를 하며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덜어낸 것 같다”며 “한국불교를 새롭게 하는 상월선원에서 제가 함께할 수 있어 기쁘고, 잠을 포기하고 상월행자단에 동참한 불자들에게도 고맙다”고 인사했다.

하남=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 숨어있는 원력보살들

“고열량식 넣어드리면 그릇째 다시 나와요”

왼쪽부터 봉은사 사찰음식팀 정수민, 유은주, 서문미란, 이혜숙, 이정희, 이주영 씨.
왼쪽부터 봉은사 사찰음식팀 정수민, 유은주, 서문미란, 이혜숙, 이정희, 이주영 씨.

상월선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임이 바로 공양 담당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매일 같이 정성을 쏟는 주인공들은 봉은사 사찰음식팀과 상월선원 시자 소임을 맡은 혜민스님이다. 상월선원에 공양간이 없기 때문에, 이들은 선원에서 가장 가까운 사찰인 봉국사 공양간까지 와서 음식을 한다. 기자가 찾아간 1월28일 아침에도 스님들 공양 준비가 한창이었다.

사찰음식팀은 봉은사에서 사찰음식 교육을 이수하고 함께 봉사하며 손발을 맞춰온 베테랑들이다. 혜민스님 또한 백담사 무문관에 정진하는 스님들의 공양을 담당했던 경력자다. 이들은 동안거 결제일인 지난해 11월11일부터 80일가량 주말, 명절도 없이 매일 오전10시50분에 선원으로 공양을 올렸다. 음식을 조리하기 전 늘 기도하는 게 일과가 됐다는 이들은 천막결사 중인 스님들이 건강하게 정진하기를 빌고 또 빈다. 

혜민스님은 “백담사 무문관에서 제공되는 음식을 기준으로 식단을 짰는데, 겨울철은 체온 유지를 위해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기 때문에 열량이 높은 음식도 포함돼 있다”며 “그나마도 최근에는 식사량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 크게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봉은사 사찰음식봉사팀
봉국사서 날마다 공양준비
대덕사 명선다례원 회원들
방문객에 정성어린 茶 보시
천막법당 봉사자도 한마음

이날도 봉사자들이 1번부터 9번까지 번호가 붙은 도시락에 음식을 담았는데, 상당수 도시락에는 밥, 국, 반찬 없이 약간의 채소만 담겼다. 스님은 “고열량 음식을 담고 싶어도 스님들이 요청한 것 외에는 손도 대지 않고 그릇째 나온다”며 “안에서 철저하게 청규를 지키며 정진하고 있어서 공양 준비에도 소홀함 없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찰음식팀 조교 임정희 씨는 “기온은 계속 떨어지는데 스님들 식사량이 갈수록 줄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부디 일주일 용맹정진까지 무탈하게 마치고 천막결사가 원만히 회향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상월선원을 방문했던 이들이라면 용인 대덕사 명선다례원 김종숙 원장과 회원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상월선원에서 기도하는 스님과 불자들을 반갑게 맞아주고, 따뜻한 차와 간식을 대접하는 다도팀 덕분에 방문객들은 마음까지 따뜻함을 느끼고 돌아간다.

천막법당을 정돈하는 봉사자들도 기억해야 한다. 매일 오전9시 천막법당을 청소하고 좌복을 정리하는 박순덕 씨는 설날인 1월25일에도 천막법당에서 봉사했다. “아침에 다기물 올리려고 보면 꽁꽁 얼어 있다. 밤새 스님들 추위에 얼마나 고생했을지 마음이 뭉클해진다”고 울먹이며 “얼마 안 남은 동안 9명 스님들 모두 건강하게 정진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외호대중의 활동은 사실 일일이 꼽기도 어렵다. 죽기를 각오하고 정진하는 스님들에게 감화된 불자들은 법당부터 공양간, 해우소, 다실에서 휴일도 없이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설산에서 고행하던 부처님을 떠올리게 하는 상월선원 정진 대중들의 법력이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용인 대덕사 명선다례원 최영란, 김화옥, 김종숙 원장, 성채원 씨.
용인 대덕사 명선다례원 최영란, 김화옥, 김종숙 원장, 성채원 씨.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천막법당서 날마다 정진”

적게는 하루 평균 1000명, 많을 때는 3000명이 상월선원을 찾아오고 있는데, 기해년 동안거 결제부터 지금까지 상월선원 천막법당을 일심으로 지키는 사찰들이 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요일을 정해 기도하는 사찰들이 주인공이다.

월요일엔 서울 연주암과 호압사 신도들이, 화요일에는 서울 조계사와 염불암에서, 수요일에는 수국사 외에도 오후9시 남양주 묘적사 신도들이 야간기도를 한다. 목요일엔 서울 봉은사, 금요일에는 서울 구룡사 합창단들이 찾아오고, 토요일에는 성남 봉국사 합창단이 와서 연습한다. 

또 서울 개화사 신도들이 격주로 찾아오고, 조계사 봉은사 신도들 외에 포교사단과 여러 사찰들이 연합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일요일 오후에는 수국사 신도들이 기도해준 덕분에 천막법당은 항상 수행열기로 가득 차 있다.

[불교신문3554호/2020년2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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