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선원 외호대중Ⅲ

무문관 입방하려 전국에서
106명 구름처럼 몰려와

입방 전후 모습 확연히 달라
한국불교 새 역사 함께 다짐

“뼛속까지 스며드는 추위로
힘들었지만 스님 발심 공감”

상월선원 체험관 개원 후 처음으로 스님들도 동참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단 스님들은 12월8일 낮12시 1박2일 일정으로 체험관에 입방해, 22시간 정진 후 12월9일 오전10시 선방을 나왔다. 사진은 체험관 입소 직후 정진하는 스님들 모습.
상월선원 체험관 개원 후 처음으로 스님들도 동참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단 스님들은 12월8일 낮12시 1박2일 일정으로 체험관에 입방해, 22시간 정진 후 12월9일 오전10시 선방을 나왔다. 사진은 체험관 입소 직후 정진하는 스님들 모습.

 22시간 무문관, 누가 체험했나

“뼛속까지 스며드는 추위로 너무 힘들었다. 상월선원 스님들의 정진력에 새삼 감동했다. 한국불교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려는 스님들 발심에 크게 공감했다. (윤성이 동국대 총장)”

“일상을 벗어난 신선한 체험으로 머리가 한결 가벼워졌다. 상월선원 결사로 불교가 중흥기를 맞고, 반목과 갈등에서 벗어나 조화로운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이기흥 중앙신도회장)”

“한국불교의 미래, 청년 불교를 부흥시키기 위해 어떻게 포교해야 할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윤정은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59년차 회장)” 

위례 상월선원 무문관 체험을 하고 나온 이들의 진솔한 수행체험담이다. 체험관은 말 그대로 9명 결제대중들과 흡사한 환경에서 하루 동안 정진을 직접 해보는 곳이다. 춥고 배고픈 데서 혹독하게 공부해야 도심(道心)이 일어난다고 했다. 편리함과 안락함을 모두 내려놓고 홀연히 상월선원으로 들어간 스님들이 없었다면, 비닐하우스 무문관 체험관도 애초에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등 따시고 배부른 곳을 떠나, 이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시쳇말로 ‘어, 장난이 아닌데’ 소리가 절로 나온다는 것을. 낮12시부터 다음날 오전10시 회향할 때까지 냉동 창고나 다름없는 굳게 문 잠긴 체험관 안에서 춥고 배고픔을 견뎌야 한다. 극한의 환경에 자신을 몰아넣으며, 평생에 한 번 할까 말까한 시간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22시간 동안 입을 닫고 있으면, 그동안 별 생각 없이 의미 없이 쏟아내던 말이 얼마나 많았는지도 반성하게 된다. 내부 환경은 정말 단출하다. 텐트와 좌복, 전기포트, 물, 봉지커피 등이 전부다. 노천과 다름없는 곳에서 짧게나마 정진을 마치고 나오면, 9명 스님들의 목숨 건 정진에 저절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체험관이 문을 연 12월7일 처음으로 방부를 들인 이는 교계의 중책을 맡거나, 맡았던 재가불자들이었다. 그 주인공은 윤성이 동국대 총장, 이기흥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선상신 전 불교방송 사장, 임명배 전 한국에너지공단 상임감사. 이들은 스님들과 똑같이 청규를 지키려 노력하며 12월7일 오후2시부터 12월8일 오전10시까지 정진했다.

뒤이어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과 수석부의장 장명스님, 차석부의장 법원스님이 두 번째로 방부를 들이고 22시간 동안 화두 일념으로 정진했다.

제17교구본사 금산사 주지 성우스님도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 스님으로는 처음으로 같은 달 19일 본사 소임자 스님 2명과 함께 입방해 정진 열기를 이어갔다. 12월 연말께는 평생을 수행정진에 매진한 비구니 원로 일법스님과 수현스님이 무문관 체험에 함께했다. 

체험관은 2020년 경자년 새해에도 활짝 열렸다. 새해 시작과 함께 중앙종회의원 우봉스님과 태원스님이 정진에 들었으며, 이어 군종교구 부교구장 성광스님, 만당스님, 태효스님, 도심스님, 지우스님, 오심스님, 도봉스님, 탄문스님 등이 이름을 올렸다.

그 사이 동국대 불교대학 최고위 과정 여성불자 4인을 비롯해 교계 언론사 대표들, 조계사 봉은사 수국사 등 주요 사찰 신도들과 재가불자들도 무문관에 들어가 수행했다. 체험관에 들어갔다 나온 이는 106명에 이른다.  

1월 중순, 동안거 천막 결사는 막바지로 접어들었지만 체험 열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둔 1월21일부터 22일까지는 중학생 아들을 둔 이재현 씨와 아들 이승윤 군이 무사히 체험을 마쳤다. 이어 윤정은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장과 박유진 전 회장도 나란히 무문관에 들어갔다 나왔다. 

체험관에 들어가기 전과 후의 ‘나’의 모습이 사뭇 달라져 있다는 것이 체험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입방 전 종회의장 범해스님은 “상월선원에서 정진하는 스님들 9명이 좋은 환경을 마다하고 천막법당에서 결사를 시작한 것은 한국불교 수행풍토를 일궈내려는 뜻을 품었기 때문”이라며 “종회의장단도 한국불교를 위해 새로운 수행문화를 일으키는데 격려와 힘을 보태고자 한다”며 체험관 동참 취지를 설명했다.

동안거 해제 하루 전날인 2월7일이면 상월선원 문은 열린다. 9명 대중 스님들이 원만회향을 하고 나면, 이제 스님들의 숭고한 뜻을 이어가는 것은 사부대중의 몫으로 남았다. 

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무문관 정진체험자
이기흥 윤성이 선상신 임명배 범해스님 장명스님 법원스님 이경순 이연희 홍나연 정성숙 성우스님 우림스님 응묵스님 김형규 박종수 일법스님 수현스님 여연화 이명화 김재욱 권영길 김성우 조성환 최은주 임미경 황보숙 정혜신 김해덕 백승규 우봉스님 태원스님 성광스님 혜종스님 원돈스님 도성스님 박숙이 이은자 지오스님 덕산스님 원창스님 김석진 안구용 만당스님 태효스님 도심스님 지우스님 오심스님 도봉스님 탄문스님 최종옥 최숙자 장금봉 황금희 권형숙 박복화 우석스님 우봉스님 탄웅스님 정덕스님 묘주스님 원상스님 명준스님 탄문스님 탄묵스님 도운스님 보문스님 신성현 임중연 강영규 이범수 제정스님 무관스님 함결스님 각림스님 서은희 전부진 장우영 한은경 이재현 이승윤 박유진 윤정은 고완선 김형자 최명수 나현아 김은미 밀엄스님 석두스님 송종미 김명숙 여연화 이명화 상락스님 조윤희 조미영 최승례 이유주 김정화 조의연 고태현 김상훈 김철동 박용호 황의홍. 
<2월2일 현재, 체험순> 

 


➲ 무문관 체험 이재현·이승윤 父子

“아들아 춥냐?” “아빠 코나와”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중2병’. 이럴 때일수록 아빠가 가정에서 중심을 잡아야 한단다. 세상에서 가장 예민한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상월선원 무문관을 찾은 부자(父子)가 있다.

주인공은 이재현 씨(동대부고 교직원·사진 오른쪽)와 중학생 아들 이승윤 군(15·사진 왼쪽). 이들은 민족대명절 설 연휴를 앞둔 1월21일부터 22일까지 서로 의지하며 무사히 정진을 마쳤다.

단 하루에 불과하지만,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에 하루 한 끼, 외부와 접촉 차단, 묵언’이 원칙인 상월선원 청규를 지키며 정진에 임했다. 차디찬 추위는 견디기 어려웠을 터. 그러나 혹한의 세계는 부자 사이를 좀 더 가깝게 하는 귀중한 시간으로 안내했다.

멀고도 가까운 아버지와 아들사이 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말들을 필담으로 주고받았다. 쓰다 보니 금세 10페이지가 넘어갔다. 글로써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사춘기 아들과도 많이 친해졌다. “춥냐”고 했더니 돌아온 답. “아빠 코나와.” 

멀고도 가까운 부자사이
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말 
10페이지에 달하는 필담 
주고받으며 “최고의 도반”

그동안 살면서 그렇게나 자주 온도계를 체크한 적도 이번이 처음이란다. 이 씨는 “처음 들어간 날은 따뜻해서 천막 안 온도가 22도까지 올라갔는데 그날 밤11시에 0도까지 떨어졌다”며 “인생에서 20도를 왔다 갔다하는 경험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밖에서 들려오는 응원메시지가 큰 힘이 됐다. 이 씨는 “굉장히 많은 힘이 됐다”는 답을, 이 군도 “(응원소리를) 들으며 (정진) 하니까 시간 가는 게 안 듣고 할 때 보다 좀 더 빨리 갔다”고 말했다. 

체험 이후 승윤 군은 한 뼘 더 자란 모습을 보여줬다. 혹한의 환경에서 아버지와 단 둘이 시간을 보내며 든 생각을 묻자 의젓한 대답도 내놓는다. 

“처음에는 힘들 것 같아서 안한다고 했는데 와보니 그렇게 싫지 않았어요. 스님들 정말 대단해요. 하루 버티는 것도 힘든데 어떻게 3달이나 버틸까요. 저는 체험관에서 살면서 중요하게 여겨야 할 가치에 대해 생각했어요. 저는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사람과 사람은 보이지 않는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걸 연결하려면 신뢰와 믿음이 필요하잖아요. 신뢰와 믿음은 사랑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사랑은 주는 만큼 오는 거잖아요. 남녀 간 사랑을 뜻하는 건 아니구요, 인연이 만들어지는데 사랑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봐요. 그렇기에 사랑을 서로 베풀수록 준 사랑이 돌고 돌아 서로서로에게 나눠지는 거죠.” 

이 씨는 9명 정진대중 스님들의 원만회향을 마음 속 깊이 발원했다. 

“저희는 하루 했는데 아홉 스님은 벌써 지금 꽤 오래 됐잖아요. 다행히 우리 때는 따뜻했던 편인데 그 전에 영하 십 몇 도까지 내려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정말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스님들 힘내시고 2월7일 회향하실 때 건강한 모습으로 뵀으면 좋겠습니다.” 

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 해제 앞두고 일주일 용맹정진 돌입하다

봉은사 수국사 조계사 동국대
외호대중 릴레이 기도정진
2월7일 해제 때 수만명 운집

동안거 해제를 1주일 여 앞두고 상월선원 대중 스님들이 용맹정진에 들어갔다. 스님들은 1월30일 오전4시부터 2월5일 새벽까지 7일 동안 24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참선했다. 

치열한 용맹정진은 선원 밖 천막법당에서도 함께 진행됐다. 외호대중들은 7일간 릴레이 철야용맹정진을 했다. 서울 봉은사를 시작으로, 수국사, 조계사, 구룡사, 연주암과 남양주 묘적사, 김포 연운사, 안양 염불암, 용인 대덕사, 고양 정혜사, 중앙신도회, 포교사단, 동국대 등 스님과 신도들은 밤새워 기도하며 천막결사 원만회향을 발원했다.

용맹정진 기간에도 다양한 법석이 펼쳐졌다. 1월31일 수국사 용맹정진 시간에는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이 법문을 했으며, 난타와 가수 우순실 씨 공연도 진행됐다. 2월1일 학교법인 동국대 산하 학교와 기관 기도일에는 이창재 감독의 영화 ‘길 위에서’를 관람하고, 정각원 합창단과 찬불가를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 

불교음악과 무용, 전통음악을 지도하는 동국대 한국음악과(학과장 법현스님) 교수와 강사, 재학생, 졸업생들은 2월4일 ‘깨달음의 향연’을 주제로 공연을 마련했다. 한국음악과 학과장 법현스님과 영산재 이수자 해사스님 등이 법고춤과 영산재 이수자, 전수자 스님들의 범패와 작법무에 이어, 가야금 연주와 영산회상 현악합주, 민요, 전통무용공연을 펼쳐 큰 호응을 얻었다.

7일간의 용맹정진이 끝나고 2월7일 낮12시에는 석 달간 굳게 닫혔던 상월선원의 문이 마침내 열린다. 기해년 동안거 해제 하루 전인 이날 상월선원에는 수 만 명의 대중이 운집해 해제법회를 봉행한다. 

이날 법회에는 진제 종정예하와 총무원장 원행스님,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 호계원장 무상스님, 교육원장 진우스님, 포교원장 지홍스님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또 교구본사연합회장인 수덕사 정묵스님 등 교구본사 주지 스님과 조계사 봉은사 도선사 등 동안거 내내 상월선원에서 기도정진했던 불자들도 함께 한다. 중앙신도회 이기흥 회장, 공불연회장인 김상규 회장, 동국대 윤성이 총장, 포교사단 방창덕 단장, 주호영 의원 등 정각회 회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도 참석해 상월선원 동안거 원만 회향을 축하한다. 

앞서 법회 전에는 불교음악원과 각 사찰합창단의 음성공양에 이어 상월선원 100일의 영상을 담은 경과보고, 가수 장사익, 우순실, 권미희 씨의 공연도 예정돼 있다.
 

총도감 혜일스님의 장군죽비 봉정 모습.
총도감 혜일스님의 장군죽비 봉정 모습.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 상월선원 밴드·유튜브 빛나는 ‘활약상’

밴드 멤버 4000명 육박
유튜브도 2270명 구독
언제 어디서나 소통·공감 

상월선원 소식이 발 빠르게 대중들에 알려질 수 있었던 건 네이버밴드와 유튜브 역할이 컸다. 차가운 선방에서 묵언하며 하루 한 끼만 먹으며 화두를 든 상월선원 수행자들 곁에 있는 든든한 외호대중이 아닐 수 없다. 

네이버밴드 상월선원은 지난 11월4일 선원 현판식 직후 개설됐다. 멤버 숫자는 현재까지(1월30일 기준) 3815명. 전국 팔도 불자들이 모두 이곳에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회 일정을 공지는 물론, 교계와 일반 언론들의 주요 기사들도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한 마디로 상월선원 밴드 앱 하나만 깔아두면 상월선원에서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게재된 전체사진 숫자만 총 279장이다. 리더 ‘들돌’부터 공동리더 운수행과 장영욱 봉은사 종무실장 등이 하루에도 2~3개 이상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부득이하게 매주 정진기도에 참여하기 어려운 불자들은 밴드에 소식이 올라올 때마다 댓글과 스티커로 동안거에 참여하고 있다. 아홉 스님들이 무탈하고 건강하게 회향하기를 바라는 글과 응원스티커가 대부분을 이룬다. 
 

그런가 하면, 유튜브 상월선원은 11월1일 첫 활동을 개시했다. 새로운 콘텐츠 사용법에 비교적 둔감한 불자들이다보니 처음엔 구독자 숫자가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2270명이 구독하고 있다. 

그간 내비게이션에 검색되지 않는 상월선원 찾아가는 법을 알려줬는가 하면, 결제를 앞둔 스님의 심경을 인터뷰를 생상하게 전해 화제를 모았다. 결사대중의 원력과 발심은 장중하고 엄중하지만, 여기 올라가는 콘텐츠만큼은 누워서 편안하고 즐겁게 시청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오스님 운영방침에 따라 천막법당 기도에 동참하는 사부대중 한 명 한 명을 주인공으로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았다.

무문관 체험을 하기 전과 후의 초췌한 모습까지 생생히 담아, 마치 그곳에 들어갔다가 나온 듯한 기분이 들도록 영상으로 기록해 대중에 공개했다. “기획과 촬영, 콘티제작까지 맡아 24시간이 모자란다”는 정오스님은 세상 사람들에게 불교가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가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불교신문3554호/2020년2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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