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강좌 개설 군법당 늘어나
열악한 지역포교까지 책임져
신도들 반응 좋아 큰 보람 느껴

일부 사찰 경쟁상대로 여겨 씁쓸
전법의 진정한 의미 새기길…

지용스님
지용스님

불교강좌를 개설하는 군 법당이 점점 늘어난다. 처음에는 신기하면서 걱정도 했는데 꽤 잘된다는 전언이다. 몇 군데는 ‘불교대학’ 이름이 붙었다. 군법당이 마련한 불교대학이라고 해서 군인들만 등록하고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오히려 반대로 대부분이 지역 민간불자들로 장병이나 그 가족들보다 많이 모인다. 군법당이 생소해서 처음 오기가 어렵지 일단 참석만 하면 만족도가 대체로 높다고 한다. 

군법사들은 대부분 대학에서 불교학을 전공한 스님인데다 반복되는 설법을 통해 연마된 분들이라 강의 준비를 어려워 하지 않는다. 그보다 수강생인 신도 모집이 어렵다. 군법당은 군인들만 간다는 선입견이 생각보다 강하고, 법당이 부대 안에 있는 경우 민간인 방문이 쉽지 않다. 이런 어려움이 있지만 부처님 법을 전하려는 사명감에 따라 다방면으로 노력한다. 군법사라고 해서 부대 안에만 머물지 않으려는 것이다. 

필자도 어느 도시에서 작게 불교 강좌를 열었었다. 지역에 사찰은 많았지만 꾸준하게 불교공부 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많은 분들의 부탁에 따라 강좌를 개설했다. 군법당은 시내와 너무 멀고 민간인 출입이 어려워, 시내 이곳저곳 장소를 빌려가며 강의를 했는데 1년 넘게 이어졌다.

처음에는 20명 정도로 시작한 강의가 나중에는 60명이 넘게 꾸준히 찾는 법석이 되었다. 대단한 강의여서가 아니다. 그만큼 공부에 목마른 불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부대를 옮기게 되어 아쉽게 마감해야 했던 그 도시에는 아직 불교대학도 불교강의도 없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주지 스님이 군법당을 경쟁 상대로 여겨 난감한 경우도 있다. 군법당이 개설한 불교대학이 급성장하자 함께 돕거나 격려는 커녕 자기 신도들을 빼앗아 간다며 같은 지역의 스님이 이를 비난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필자 또한 불교 강의를 하면서 비슷한 지적을 많이 받았다.

부처님께서는 한 사람이라도 더 가르치기 위해 “둘이서가 아니라 홀로 전법(傳法)의 길로 떠나라” 하시며 당신 께서도 가장 열악한 지역으로 가신다 하셨는데, 전법(轉法)하는 일을 물건 팔고 손님 끄는 것처럼 신도 확보 경쟁으로 여기는 스님을 보면서 참으로 가슴 아프고 부끄러웠다.

물론 좋은 예도 많다. 큰 사찰에서 여러 스님들이 협력해서 불교대학을 운영해서 군승들이 강사로 참여하고 군법당 간부 불자도 적극 참여하는 불교대학도 많다. 

이제 스님이 성당에서 강론하고, 목사님이 초파일에 법석에 오르는 시대다. 다른 종교 성직자도 이처럼 화합하고 교류하는데 같은 종단 안에서 ‘내 사찰’ ‘네 사찰’ 가른다면 어느 누구가 이해할까.

군법당도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소중한 도량이며, 군법사도 똑같은 승려다. 지역의 스님들이 불철주야 노력하고는 있지만 아직 지역 불자들의 다양한 요구와 원력을 다 담아내지 못하는 곳도 많다. 그런 곳마다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것이 군법사의 마음이다. 

종단도 이러한 실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행정을 통해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군법당은 군내 포교만 책임져야 한다든지, 왜 쓸데없이 민간인 불자 교육까지 들어와 지역 사찰과 마찰을 빚느냐는 식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귀한 지역 포교인력으로 보고 적극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초과정을 군사찰이 담당하고 고급과정을 지역 본사에서 흡수하던지, 지역의 사찰마다 다양한 배움의 장을 마련하던지 하는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이 모두가 협력과 상생을 도모하자는 간절한 포교일꾼들의 바람이며, 오직 정법(正法)으로 세상이 밝아지길 바라는 불자의 발원일 뿐이다. 

[불교신문3553호/2020년1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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