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내 아이들 전용 ‘방방이’ 어르신 보호센터까지

이웃종교 강세 척박한 환경 속
전법 도량으로 제 역할 해내
어르신 보호소, 공양미 나눔 등
지역 사회와 소통하는 일 최선

사찰 주변 인근 1000여 평 부지
신축불사 등 새로운 도약 앞둬

익산 관음사는 열악한 포교수행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불법을 전하는 역할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은 지역민이 함께 어울리며 따뜻한 자비 나눔까지 실천하는 관음사의 ‘공양미 콘서트’ 모습.
익산 관음사는 열악한 포교수행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불법을 전하는 역할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은 지역민이 함께 어울리며 따뜻한 자비 나눔까지 실천하는 관음사의 ‘공양미 콘서트’ 모습.

1월16일 찾은 익산 관음사(觀音寺)는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해 있다. KTX 익산역에서 나와 큰 길을 따라 걷길 5분 여. 북적스러움을 뒤로 한 채 골목 사이로 들어서자 도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 민가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관음사는 일제강점기인 1912년 창건됐다. 당시 이름은 동본원사(東本願寺).

해방 후 1960년 초 까지는 원불교 교당으로 사용됐다. 이를 안타까워한 정복연화 보살이 교당을 매입한 뒤, 당시 김제 금산사 주지였던 월주스님에게 기부했다. 그 때부터 금산사 말사로 종단 사찰이 됐다. 1998년 일본식 사찰 모습을 해체하고, 지금의 현대식 건물로 단장했다. 

한 건물 건너 하나씩 솟아있는 이웃 종교의 상징물이 대변해주듯 익산은 대표적인 개신교 강세지역이다. 원불교 교세도 여느 지역보다 세다. 이곳이 불교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전북에서도 유독 열악한 곳으로 꼽히는 이유다. 그럼 점에서 불법을 전하려 노력하는 관음사의 중요성이 크게 와 닿는다.

이런 척박한 수행·포교 불모지에서 현 주지 덕림스님은 지난 2008년부터 소임을 시작했다. 그리고 30대 후반, 혈기 넘치는 젊은 스님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성역화 불사 추진 사업’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법당이 있는 건물 한 채가 스님이 처음 마주한 관음사 모습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부처님 가르침을 더 많은 이들에게 펼치기 위해선 성역화 불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묵묵하게 그 일을 시작했다. 은사 스님인 금산사 조실 월주스님부터 현 조계종 총무원장이자 당시 금산사 주지였던 원행스님, 현 금산사 주지 성우스님 등 주변 스님들이 먼저 “익산 불교를 살리겠다”는 젊은 스님의 원력에 힘을 보탰다. 신도들도 적극적으로 스님의 뜻에 수희 동참했다. 그렇게 조금씩 불사금이 모이면 주변 토지를 매입했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불교 세가 약한 곳일뿐더러 번화가 노른자 땅을 사찰 불사를 위해 쉽사리 내주는 이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차례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 번 세운 원력을 쉽게 꺾을 수 없었다. 그렇게 10여 년간 온 정성을 쏟아 부은 결과, 도량 인근 1000여 평이 넘는 토지를 사찰 부지로 만드는 성과를 냈다.
 

관음사가 운영 중인 이리불교대학은 이미 15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지역불교 활성화의 요람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1월 열린 이리불교대학 29기 졸업식 모습.
관음사가 운영 중인 이리불교대학은 이미 15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지역불교 활성화의 요람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1월 열린 이리불교대학 29기 졸업식 모습.

덕림스님은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해낼 수 있었다며 몸을 낮췄다. “불보살님 그리고 스님과 신도들의 정성이 모아져 해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보현행원의 삶을 실천하라’는 은사 월주스님의 원력과 가르침이 바탕이 돼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내실을 튼튼하게 다진 관음사는 지역 사회와 소통하는 일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8년 처음 시작한 ‘공양미 나눔 콘서트’이다. 단편적인 행사가 아닌 지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주지 덕림스님의 생각이 반영돼 있다.

콘서트에 참석한 시민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은 쌀을 지역 내 어려운 소외 이웃에게 전달돼 의미를 더하고 있다. 지역민이 함께 어울리는 자리이자 따뜻한 자비 나눔까지 실천하는 익산의 대표적인 지역축제로 자리매김 중이다.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복지사업도 눈에 띈다. 몸이 불편한 지역 내 어르신을 위해 관음사 경내에 문을 연 주·야간 어르신 보호센터가 바로 그것. 평생을 불자로 살아온 어르신들이 찬송가가 들리는 이웃종교 시설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현실에 안타까워한 주지 덕림스님이 직접 센터 건립에 앞장섰다.

“관음사 신도이자 전북지역 포교사로 활동하던 한 어르신이 나이가 들어 요양할 곳을 알아보고 있는데 불교계 시설이 없다며 한탄했습니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우리가 먼저 나섰죠.” 지난해 가을 개관한 센터엔 현재 10여 명의 어르신이 부처님 품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익산 지역 불자들에게 부처님 법을 가르치는 일도 관음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30년 전 문을 연 관음사의 이리불교대학은 지금까지 17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익산을 대표하는 재가불자 교육기관이다. 졸업생들은 지역불교계를 이끄는 일꾼으로 활약 중이다. 덕림스님은 이리불교대학 학장 소임을 맡으며 재가불자들에게 부처님 법을 전파하는데 진력하고 있다. 
 

익산 관음사 전경.
익산 관음사 전경.

관음사는 주말 자라나는 미래세대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곳으로 유명하다. 매주 약 20여 명의 어린이·청소년들이 관음사에서 불연을 맺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점프를 하면서 뛰어노는 기구인 ‘트램펄린(trampolin, 일명 ‘방방이’)’이 경내에 설치돼 있어 눈길을 끈다. “이거 하나면 아이들이 알아서 절에 찾아온다”는 주지 스님의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

관음사는 올해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간 노력 끝에 확보한 부지 위에 대웅전 건립 불사 기공식을 열 생각이다. 관음사에서 보관 중인 보물 제1842호 목조관음보살입상도 그곳에 모실 예정이다. 대웅전 불사 이외에도 지친 현대인들을 위해 24시간 개방하는 ‘시민선방’과 지역민들을 위한 상설 공연장을 설립해 지역을 대표하는 사찰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도심 속 불법이 살아 숨 쉬는 포교도량으로 만들어질 전망이다. 이 모든 계획엔 전북 지역에 불법이 널리 전해지길 바라는 덕림스님의 마음이 담겨있다. 스님의 묵묵한 발걸음 덕분에 익산에도 불법의 광명이 비추고 있었다.
 

◼ 익산 관음사 주지 덕림스님  

“관음사가 발전해야 익산불교도 승승장구”

덕림스님
덕림스님

덕림스님의 소임은 꽤 많다. 세계 곳곳 어려운 이들을 위해 자비행을 펼치는 국제개발협력 NGO 지구촌공생회 사무처장, 남북불교교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종단의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사무총장 일도 맡고 있다. 그리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불법을 전하는 의미 있는 소임도 맡고 있다.

스님은 마치 포대화상을 연상케 하는 넉넉한 미소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일처리엔 있어선 빈틈이 없다. 관음사 주변 성역화 불사를 추진하는 일부터 지역과 함께 자비나눔을 펼치는 일까지 꼼꼼한 스님의 성격이 배어있다. 특히 관음사에서 보관 중인 보물 제1842호 목조관음보살입상은 스님의 세심함이 더해져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이와 관련해 스님은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줬다. 

막 관음사 주지 소임을 시작한 지난 2008년, 대웅전 법당이 아닌 2층 불교대학 교육관에 안치된 관음보살상에 스님은 보통이 아닌 영험함을 느꼈다고 한다. 이윽고 대웅전으로 옮겨야겠다고 마음먹고 목조관음보살입상을 이운하던 중 발원문 1점, 다리니 2점, 불교경전 2점, 두루마기 고문서 2점 등 총 7점의 불교유물이 발견하게 된다.

스님은 종단과 문화재청 등 해당기관에 의뢰한 결과 불상의 조성연대가 임진왜란 직후인 조선 중기 1605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고 스님은 불상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결국 2010년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2015년엔 보물로 지정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그간 출가생활을 꿰뚫는 스님의 화두는 간결했지만 명확했다. “스님이 뭐 별게 있겠습니까. 출가수행자로서 공덕 짓고 깨달음을 대중들에게 널리 회향하면 되는 거죠. 출가수행자가 되고자 마음먹었던 스무 살 때부터 지금까지 그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스님은 보살행을 통해 중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전북지역 불교 중흥을 위한 스님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관음사가 발전해야 익산불교가 커지고, 전북불교가 발전해야 한국불교가 발전한다는 마음으로 정진하겠습니다.” 

익산=이성진 기자 sj0478@ibulgyo.com

[불교신문3553호/2020년1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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