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단 비판하는 중도(中道) 직관하는 중관(中觀)”

김성철 교수가 발간한 ‘역설과 중관 논리’ 표지.
김성철 교수가 발간한 ‘역설과 중관 논리’ 표지.

1900여 년 전 인도의 수행자 용수(龍樹, 150?~250?)가 주창한 중관(中觀)을 불교학자의 시선에서 조명한 연구 성과가 한데 묶여 나왔다.

김성철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는 20여년 넘게 저술하거나 학회에서 발표한 중관학(中觀學) 관련 논문을 모아 <역설과 중관 논리 - 반논리학의 탄생>을 펴냈다.

이 책에는 △집합론의 역설과 중관학의 반논리학 △중관학과 불교논리학의 만남 △무인(無因), 지비지상사(至非至相似) 논법에 대한 중관학적 수용과 인명학적 해석 △중관 논리의 기원에 대한 기초적 연구 등 8편의 논문과 1편의 원전 번역이 실렸다.

수학자 버트란트 러셀(1872~1970)이 발견한 ‘집합론의 역설’과 중관 논리를 비교한 대목이 주목을 끈다. 김성철 교수는 러셀이 주장한 계형이론(階型理論, theory of types)의 자의성(恣意性)을 비판하면서 ‘논리적 정당방위’ 이론으로 극복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역설(逆說)은 담벼락에 쓰인 ‘낙서금지’라는 문구 또는 아이들이 떠드는 교실에서 한 아이가 ‘떠들지 마’라고 소리 지르는 것 같은 상황이다. 선가(禪家)의 ‘문자를 세우지 마라(不立文字)’, ‘마음을 비워라’, ‘욕심을 내지마라’는 것도 역설을 발생시킨다.

김성철 교수는 “용수의 논서 도처에는 이런 역설과 유사한 구조의 논법을 이용해 토론 상대자를 논파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역설 구조 자체는 용수 논법의 중핵(中核)을 이룬다”고 지적했다. 러셀 등 서구 논리철학자들의 경우 자의적으로 자기지칭(self-reference)을 금지시켜 역설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성격이 구성적(constructive)이어서 보편적 진리성이 결여됐다고 비판한다.
 

20여 년간 발표한 증관학 관련 저술과 논문을 엮어 펴낸 김성철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20여 년간 발표한 증관학 관련 저술과 논문을 엮어 펴낸 김성철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논리적 사유 ‘문제점’ 드러내
허구를 자각해 의문을 ‘해소’
인터넷 스마트폰 불교학 전파

김성철 교수는 “이들은 ‘논리학의 장기판’을 만들어낸 것 뿐”이라고 비판한 뒤 “그러나 ‘공성(空性)의 교설’은 상대방이 이 세계를 보고 어떤 개념이나 판단을 ‘오려내는(scissor out)' 경우에 한해, 그것을 비판하는 도구로 구사되어 역설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불교의 중관 논리와 수학의 집합론 역설에서 논리적 구조의 공통점을 제시한 것이다.

1993년 <중론> 역주본을 출간한 이후 김성철 교수는 1995년 중관학 개론서인 <불교의 중심철학>을 우리말로 옮겨 펴냈다.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1996년에는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의 제6회 가산학술상을 수상했다.

김성철 교수는 “이번에 펴낸 책에 실린 논문과 번역문은 순수한 학문적 욕구에서 치열하게 연구하여 작성한 것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관에 대해 “문자 그대로 중도(中道)를 직관케 하는 논리”라면서 “중도는 ‘가운데의 길’이 아니라 ‘양 극단에 대한 비판’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즉 흑백의 양 극단을 비판하는 논리인 것이다.

“다시 말해 이분법적(二分法的)으로 작동하는 우리의 논리적 사유를 비판하는 논리가 바로 중관 논리입니다. … 논리적 사유의 문제점을 드러냄으로써 그런 의문들이 허구의 의문임을 자각케 하여 의문을 ‘해소’시켜주기 때문에 중관 논리는 ‘해소의 논리’인 것입니다.”
 

‘김성철 교수의 체계불학’ 홈페이지 첫 화면.
‘김성철 교수의 체계불학’ 홈페이지 첫 화면.

김성철 교수는 서울대 치과대학을 졸업한 후 동국대 대학원(인도철학)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관사상> <붓다의 과학이야기> <용수의 중관논리의 기원> 등 다수의 저서를 펴내고, <공과 윤리> <중론 주석가들의 연기관> <중관사상에 대한 마츠모토(松本史朗)의 곡해>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인터넷에 ‘김성철 교수의 체계불학’ 홈페이지(www.kimsch.net)를 운영 중이며,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김성철 체계불학)을 활용해 불교학의 저변의 넓히고 있다. 현재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와 한국불교학회 이사장(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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