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스님 최고의 법의(法衣), 이 손으로 만듭니다”

기관설립 이듬해 2007년부터
지금까지 같은자리 지키며
‘맞춤가사’ 시작과 끝 책임

“속초 목포…전국 방방곡곡
종단 스님 가사 여기서 제작
자부심 원력으로 작업 임해”

조계종 통일가사를 제작하고 있는 가사원에서 1월15일 만난 재단사 조래창 씨는 “7조가 됐든 25조가 됐든, 삼보 중 하나인 스님들께서 입는 최고의 법의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 뿐”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조계종 통일가사를 제작하고 있는 가사원에서 1월15일 만난 재단사 조래창 씨는 “7조가 됐든 25조가 됐든, 삼보 중 하나인 스님들께서 입는 최고의 법의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 뿐”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서는 조계종 스님들의 통일가사는 절대 나올 수 없다. 종단의 가사원 설립과 함께 역사를 함께해온 재단사 조래창(62)씨 이야기다.

종단은 종단 정체성 확립과 수행자 위상 제고를 목적으로 2006년 가사원을 설립해 삼보륜 문양이 들어간 통일가사를 보급하고 있는데, 조 씨는 기관이 생긴 이듬해인 2007년부터 지금까지 같은 자리에서 ‘법의(法衣)’ 제작에 모든 원력을 쏟고 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연말 종단으로부터 공로패를 받았다. 가사원 봉직자 중 재가불자가 상을 받긴 이번이 처음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1월15일 가사원을 찾았다.

세속의 경우에도 신체 치수를 꼼꼼히 측정해야 맞춤옷 한 벌이 탄생한다. 가사도 마찬가지다. 종단은 매년 정기적인 수계식 때 스님 개인의 몸에 맞도록 가사를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조 씨는 이곳에서 ‘맞춤 가사’의 시작과 끝을 책임진다. 가사원에 따르면 1년에 평균 2400~500여 벌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조 씨는 종단 총무부가 제공하는 스님의 키와 몸무게를 기초자료로 규격에 맞게 재단을 한다. 가장 기초적이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작업이다. 재단이 끝나면 조각을 정렬해 바느질이 이뤄지고 조계종 문장과 스님 법명, 법계를 새기는 것을 끝으로 한 벌의 가사가 만들어진다. 조 씨는 마무리 단계에 속하는 다림질도 도맡는다.

이날 만난 조 씨는 스님들 가사에 담긴 뜻을 소중히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불교에서 가사를 받는다는 것은 법(法)을 받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작업대에 놓인 자와 가위 등 손때 묻은 도구들만 봐도 얼마나 정성들여 작업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종단 총무부장 금곡스님을 단장으로 둔 가사원에는 가사를 만들 때 책임지고 일을 지휘하는 도편수 무상스님이 있으며, 실무적으로 일을 맡아 진행하는 운영국에 운영국장 돈오스님 및 간사, 재단사, 다라미, 재봉, 보조 등 8명이 실무적인 일을 진행하고 있다. 재단사는 조 씨가 유일하다.

한 치의 오차도 허락지 않는 세밀함과 꼼꼼함을 요하는 재단일은 그의 천직이다. 야간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재단 일을 배웠다. 10대 시절 양복점에서 혹독한 가르침을 받고 양복재단사가 된 조 씨는 맞춤양복 시절 양복점에서 일하다 기성복 시장이 커지면서 그 일을 접었다. 모친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불교와 인연이 깊었던 조 씨는 승복점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러다 지인 추천으로 가사원에서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그렇게 일한지 벌써 13년째. 그의 말마따나 덜렁덜렁하면 제대로 된 가사가 나오지 못한다. 규격이 딱딱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사가) 딱 맞는다”는 이야기가 들려올 때가 가장 보람된 순간이다.

조 씨는 “속초에 계시든 목포에 계시든 조계종 스님들 가사는 이곳에서 만든다. 그래서 자부심이 크다”며 “태어나서 상은 처음 받아보는데, 건강이 따라줄 때까지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사의 경우 조각 수에 따라 5조(條)부터 25조 가사까지 나누어지는데, 조각이 많이 난 가사를 걸칠수록 높은 지위의 스님임을 나타낸다. 법계가 높은 스님 가사를 만들 때 더욱 신경을 쓰게 되느냐는 우둔(?)한 질문에 조 씨가 허허 웃는다.

조 씨는 “7조가 됐든 25조가 됐든, 저에게는 삼보 중 하나인 스님들께서 입는 최고의 법의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뿐”이라며 “정성 들여 확실하게 만들자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까이에서 조 씨를 지켜본 가사원 국장 돈오스님도 “하루 종일 서서 고된 일을 하면서도 자기 자리를 지키며 열심히 우직하게 가사를 만들고 계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심 깊은 불자로 살아온 그의 하루 일과 또한 부처님께 기도를 올리는 예불로 시작한다. 법명은 도행. 2008년 전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으로부터 받았다. 그 당시 받았던 계첩을 휴대폰에 저장해 틈날 때마다 보면서, 계를 지키려고 노력하며 청정한 마음으로 맡은 역할에 충실히 임한다.

이날 조 씨가 보여준 계첩에는 ‘부모와 스승에게 공양하고, 설법하는 데는 가서 듣고, 길 가다 병난 이를 보거든 버리고 가지 말라’는 등의 28가지 항목이 적혀있었다. 예불 올릴 때도 “스님들을 위한 최고의 법의를 만드는데 심신을 다해 하겠습니다”하고 늘 기도한다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불교의 가르침을 묻자 “일일부작(一日不作) 하면 일일불식(一日不食)하라”는 백장회해 선사의 가르침을 꼽았다. 그에게 정말 어울리는 경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덜렁덜렁하면서는 이 일을 할 수 없다”고 수차례 강조한 그는 “어려운 점은 특별히 없고, 재미있게 일한다. 신심을 내서 한다”며 가사불사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불교신문3553호/2020년1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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