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성
홍사성

대장경에 입장된 선서(禪書)들 가운데 정선스님이 편찬한 <선림보훈>은 특히 주목할 만한 책이다. 중국 송대에 활동한 선승 42분의 가르침 300가지를 모아놓았는데 아무데를 펼쳐도 수행자를 위한 훈계, 대중을 이끄는 사람이 지켜야 할 간절한 잠계가 보석처럼 박혀 있다.

“주지는 우선 사욕을 극복하고 상대에게 은혜를 베풀며 모든 일에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금은 등 값진 물건을 썩은 흙처럼 본다면 대중이 존경하며 따를 것이다.”(원통거눌)

“주지는 일이 어려워지거나 결단이 나지 않거든 덕 있고 나이 지긋한 분에게 자문해야 한다....계획은 여럿이 세우되 결단은 혼자 해야 한다.”(회당조심).

“희광스님이 오봉사 주지가 되어서는 자기를 다스리는 데는 엄정하고 대중에게는 관대하게 대하니 오래지 않아서 모든 폐단이 고쳐졌다.”(진정극문)

“수행자는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학식이 높다 해도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인가.”(담당문준)

“도를 배우는 이들이 명성을 드날리지 못하는 것은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범행이 청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오조법연)

“옛사람은 산림에 살거나 시장에 은둔하거나 명리에 끄달리지 않고 바깥사물에 눈멀지 않았다. 그리하여 청아한 기풍은 그 시대에 진동하고 아름다운 명성은 만세에 드날렸다.”(백운수단)

“위로는 하늘을 속이지 않고 밖으로는 사람을 속이지 않고 안으로는 자기마음을 속이지 않는다고 여길 만해야 비로소 되었다 하리라.”(황룡혜남)

“부처님은 비구가 가만히 앉아 공밥을 먹으면서 ‘나는 존경받아 마땅한 비구입네’ 하는 아견을 허락하지 않았다.”(고암선오) “누군들 허물이 없겠는가. 허물을 고치는 것이 사람의 장점이다.”(간당행기)

우리나라에서는 고려말 청주 청룡사, 조선중 순천 대광사에서 개판한 바 있다. 성철스님은 ‘선림고경총서’에 여섯 번째로 이 책을 번역토록 했다. 새해다. 승속을 막론하고 이 보훈을 한 번씩 읽고 한해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불교신문3552호/2020년1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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