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15일과 1975년 11월28일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한민국과 동티모르가 식민지배의 설움을 딛고 국가와 민족의 독립을 선언한 역사적인 날이라는 점입니다. 다만 11월28일은 독립을 선포한데 더 의미가 담겨있고, 동티모르 공식 독립기념일은 5월20일이지요. 

2019년 11월28일,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활동가로서 동티모르의 독립을 기념하는 현장에서 그들과 독립의 기쁨과 행복을 공유하고 축하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날 동티모르의 여러 마을에서 독립을 기념하는 큰 행사를 개최하는데 그 중 하나인 더프라미스 마을지원센터가 위치한 만레우아나 마을에 방문했습니다. 약 8000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이 마을은 숲이 울창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공기가 특히나 맑고 깨끗하답니다. 
 

경쟁과 배척이 아닌 단합과 협력만이 동티모르의 독립과 같은 선물을 갖게 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장대 끝 선물 따기’ 놀이.
경쟁과 배척이 아닌 단합과 협력만이 동티모르의 독립과 같은 선물을 갖게 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장대 끝 선물 따기’ 놀이.

마을의 커다란 공터에서 만레우마을 청년들의 악기 연주와 노래가 시작되었고 아이들은 그 노래에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든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으면 무대에 올라 노래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식민지배의 아픔에서 벗어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게 된 그날을 기념하기 위함임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동네아이들이 긴 장대 아래 모여 어떻게 하면 꼭대기에 매달린 선물꾸러미를 낚아챌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바빴습니다. 먼저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서로를 밀쳐내느라 바빴지만 긴 장대에 미끌미끌한 기름이 발라져 있는 탓에 무작정 뛰어든 아이들은 이내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이 떨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제게 어떤 청년이 “어차피 저 장대는 혼자서는 절대 못 올라가. 아래에서 서로를 받쳐주어 안정적으로 탑을 만들어줘야 선물꾸러미에 닿을 수 있으니까 걱정 마”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서야 달라졌습니다. 덩치가 큰 아이들이 가장 아래에서 등을 내어주고 그 다음 작은 체구의 아이들이 장대를 붙잡고 지지대 역할을 해주면 그 아이들 위로 가장 날렵하고 체구가 작은 아이들이 올라가 선물을 하나씩 밑으로 던져 주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단합과 협력을 통해 선조들이 이루어낸 독립의 가치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배움을 얻었고 ‘나는 어떻게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협력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고민의 답을 찾기 위해 저는 앞으로도 끝없이 현장으로 달려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불교신문3552호/2020년1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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