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부터 심리학, 경제학
생태·인류학, 종교, 예술까지
달라이라마와 세계지성 대담

‘힘과 보살핌’ 주제 콘퍼런스
내용 정리해 책으로 출간

보살핌의 인문학

달라이 라마 지음 / 이창신 옮김/ 김영사
달라이 라마 지음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티베트의 종교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이끄는 ‘마음과 삶 연구소’ 2016년 9월 유럽연합의 수도 벨기에 브뤼셀에서 ‘힘과 보살핌(Power and Care)’을 주제로 3일 동안 31번째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달라이 라마를 비롯해 뇌과학·심리학·생태학·인류학·경제학·예술·명상 등 다양한 분야의 세계 최고 지성 20명이 모여 세계를 움직이는 근본동력인 ‘힘(power)’과 ‘보살핌(care)’을 중심에 두고 인류의 미래를 위한 희망의 대화를 펼치며 큰 주목받았다.

그리고 수년이 지나 당시 콘퍼런스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펴낸 <보살핌의 인문학>이 최근 국내에 선보여 눈길을 끈다.

이 시대 영적 지도자로 꼽히는 달라이 라마와 떠오르는 젊은 뇌과학자 타니아 싱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 불리는 마티유 리카르, 과학 분야의 고전 <침팬지 폴리틱스>의 저자이자 세계적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 <빈곤의 경제학>로 잘 알려진 세계적 경제학자 폴 콜리어, <어머니의 탄생>으로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인류학자 세라 블래퍼 허디, 노벨 평화상 수상자 조디 윌리엄스 등 각 분야의 세계 최고 지성 20인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당시 행사가 ‘마음과 삶 연구소’가 개최한 콘퍼런스 중 가장 규모가 컸다는 것만 보아도 세계 지성들이 ‘보살핌’의 가치에 얼마나 중점을 두었는지 알 수 있다.

이들은 ‘공감과 위로 능력이 탁월한 침팬지가 어떻게 우두머리가 되는가’ ‘인간은 왜 다른 동물과 달리 타인에게 자식을 맡기는가’ ‘이타심은 훈련을 통해 키울 수 있는가’ ‘종교는 사랑을 말하면서 왜 서로 배타적인가’ ‘인간은 이기적이라면서 왜 서로 돕고 사는가’ ‘보살핌 노동은 사회적으로 어떠한 가치를 지니는가’ ‘예술은 어떻게 인간을 보살피는가’ 등 그동안 자본주의와 힘의 논리에 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외면당해온 ‘보살핌’의 가치를 다각도로 재조명한다.

아울러 보살피는 마음이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쟁, 종교 갈등, 난민 사태, 인종 차별, 경제적 불평등, 기후 변화, 생태 파괴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핵심 가치임을 보여준다. 때문에 이 책은 인류의 보다 나은 미래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생명과 지구의 번영을 촉진하는 통찰과 영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2016년 9월 달라이 라마가 이끄는 ‘마음과 삶 연구소’가 유럽연합의 수도 벨기에 브뤼셀에서 ‘힘과 보살핌(Power and Care)’를 주제로 개최한 31번째 콘퍼런스에서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6년 9월 달라이 라마가 이끄는 ‘마음과 삶 연구소’가 유럽연합의 수도 벨기에 브뤼셀에서 ‘힘과 보살핌(Power and Care)’를 주제로 개최한 31번째 콘퍼런스에서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민은, ‘나는 고통스럽다’ ‘당신은 고통스럽다’ ‘나는 기쁘다’ ‘당신은 기쁘다’ 이런 기분을 ‘함께’ 느끼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위해서’ 느끼는 거예요.” 이들은 “보살핌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민(compassion)’과 ‘공감(empathy)’의 차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신경과학에서 공감은 타인의 사고를 이해하거나 상대의 감정 상태를 함께 느끼고 혹은 그 감정에 감정이입을 하는 것이다. 이는 ‘공감 고통’을 유발할 위험이 있고, 이런 반응이 만성이 되면 스트레스가 돼 힘이 소진돼 버린다.

이와 달리 ‘연민’은 타인을 염려하고 사랑하되, 상대를 심판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태다. 연민 상태에서는 지나친 감정이입으로 인한 공감 고통이 사라지고, 쉽게 소진되지 않는다. 이러한 연민의 상태에서 비롯되는 행위가 바로 ‘보살핌’이며, 남을 보살피고 ‘힘’을 지혜롭게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특성이기 때문이다.

“‘무슬림 테러리스트’도 ‘불교도 테러리스트’도 잘못된 말입니다. 테러에 개입한 사람은 더 이상 무슬림도, 불교도도 아니니까요. 테러리스트는 그저 테러리스트입니다.” 불교를 비롯해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세계 주요 종교에는 동일한 메시지가 있는데, 그건 바로 ‘사랑’이다.

달라이 라마는 사랑이라는 메시지가 조화를 이루는 토대가 되기 때문에, 종교가 사회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면 사랑을 실현할 수 있도록 종교 체제나 전통을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무슬림이자 평화운동가 알라 무라비트는 오랫동안 모든 종교는 대단히 남성적인 영역이었고 남성의 이익을 대변해온 결과, 오늘날 우리 세계에서 종교를 정치적 경제적 힘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말았다고 비판한다. 종교의 이름하에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 분쟁과 테러, 전쟁 등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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