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인도 구법여행
‘류시화 시인’이 엄선한
시대 초월한 우화 이야기

“인도의 현자에게 듣듯이
천천히 충분히 음미하길”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

류시화 지음 / 더숲
류시화 지음 / 더숲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돼 문단에 나온 류시화 시인은 1982년까지 박덕규, 이문재, 하재봉 시인 등과 함께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했다. 이후 1990년까지 창작 활동을 중단하고 구도의 길을 떠난 시인은 달라이 라마와 틱낫한 스님을 비롯해 오쇼,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바바 하리 다스, 무닌드라, 에크하르트 톨레 등 영적 종교 지도자들의 인연을 맺으며 <티벳 사자의 서>, <성자가 된 청소부> 등 명상과 인간의식 진화에 대한 주요 서적 40여 권을 번역했다.

특히 1988년부터 10차례에 걸쳐 인도를 여행한 시인이 펴낸 인도 여행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은 20여 년 동안 스테디셀러에 오르며 인도 여행 붐을 촉발시킨 책으로 종교를 초월해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이런 류시화 시인이 생의 절반을 인도를 여행하며 읽고 들은 우화와 설화, 신화, 실화를 담은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로 대중 앞에 다시 섰다. 오랜 기간 시인이 엄선한 100편의 우화와 이야기들이 담긴 책으로, 우리 삶에 친숙한 동물, 스승, 왕, 학자들이 인도 우화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삶의 지혜와 진리를 전해 주목된다.

“인도 우화와 이야기들을 통해 삶을 이해하고, 세상을 받아들이며, 이야기로써 진리에 다가가는 법을 배웠다”는 시인은 대서사시 <마하바라타> 속 신과 인간의 이야기, <라마야나>의 ‘내일로 미루지 말 것’과 ‘용서’, 신화에서부터 실화까지 시대를 초월한 100편의 이야기를 정성스럽게 들려준다.

“류시화 시인은 인도의 우화와 이야기를 어쩌면 인도인들보다 더 많이 알고 더 깊이 이해한다”는 스리프리야 란가나탄 주한인도대사의 극찬이 30년 동안 인도를 순례한 시인의 안목에 힘을 보탠다.

“어떤 방법을 써도 그 매는 날개를 펼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조련사의 명령과 애원과 도발에도 불구하고 나는 것에 무관심했다. 왕이 놀라서 이유를 물었지만, 정말로 이유를 알고 싶은 사람은 조련사 자신이었다. 실력 있는 조련사로서 처음 겪는 무력감에 자신에게나 왕에게나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날지 않는 매를 날게 하는 법’ 중에서)

“멀어져 가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수행자는 할 말을 잃고 숙연해졌다. 소녀의 말은 진리 그 자체였다. 기쁨으로 임했을 때 어떤 것도 짐이 아닌 것이다. 비록 그것이 뜨거운 태양 아래 산길을 오르는 일일지라도. 설렘과 행복 대신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은 소녀가 아니라 수행자 자신이었다.”(‘무슨 짐을 지고 가는가’ 중에서)
 

인생의 절반을 인도여행으로 시간을 보냈다는 류시화 시인이 인도우화와 설화, 신화, 실화를 담은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제공=더숲, Ⓒ올라프 하젝 Olaf Hajek
인생의 절반을 인도여행으로 시간을 보냈다는 류시화 시인이 인도우화와 설화, 신화, 실화를 담은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를 최근 출간했다. Ⓒ올라프 하젝 Olaf Hajek

진리에 이야기의 옷을 입힌 것이 인도에서 온 이야기들의 특징이다. 대양 근처에 사는 이는 물고기를 잡을 것이고, 언어는 그런 상징들로 가득할 것이다. 농부라면 농부다운 비유를 사용할 것이다. 고대부터 명상과 요가로 인간과 삶의 비밀을 탐구해 온 인도인들은 진리에 관한 독특한 담론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인도우화를 읽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이며 삶의 진실에 다가가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고뇌나 추구 없이 자기 생각을 주장하는 것만큼 미심쩍은 일은 없기 때문이다. 인도우화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과 그것을 아는 것이 시작이며 거기에 끝은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현실에서는 종종 악행이 칭찬받고 선행이 바보짓으로 취급되지만, 우화 속에서는 솔직함이 지위를 이기고 겸손이 자만을 이긴다. 인간의 사고를 이해하기 위해 인류학자들처럼 화석이나 토기 조각을 연구할 수도 있지만, 우화와 이야기를 읽는 것도 그 못지않게 의미 있는 일이다.

시인은 “이 이야기들을 갠지스 강가나 히말라야에서 인도의 현자에게 듣듯이 삶의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그리고 충분히 음미하기 바란다”면서 “이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미소 짓게 되기를, 각각의 이야기들이 당신의 선한 의지와 지혜를 일깨워 당신이 행복하게 되기를, 이야기들의 주인공이 당신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어 “꿀단지처럼 생긴 내 서재 안에서, 인도의 오래된 책방에서 얼굴을 파묻고 음미한 많은 이야기를, 입에서 달콤한 꿀방울들을 튀기듯이 즐겁게 들려주고 싶다”면서 “그것이 작가라는 호박벌들의 부단한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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