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백제 문화 아름다움 여기서 만끽한다

국보 11호 미륵사지서 출토된
유물 등 총 3만여점 보관·전시

‘왕궁리 유적’ ‘제석사지’ 등
익산 출토유물 한자리에 집결
처음 선보이는 희귀 유물 多

국보 11호 미륵사지 석탑 지층 아래로 백제 문화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국립익산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발굴된 지 103년 만에 공개된 쌍릉 대왕릉 목관의 모습.사진=국립익산박물관.
국보 11호 미륵사지 석탑 지층 아래로 백제 문화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국립익산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발굴된 지 103년 만에 공개된 쌍릉 대왕릉 목관의 모습. ⓒ국립익산박물관

백제시대 찬란한 불교문화의 진수를 간직한 국보 11호 익산 미륵사지 석탑.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석탑이라는 평가답게 장엄한 모습을 뽐낸다. 그리고 미륵사지 석탑의 남서편 지층 아래로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았던 백제 문화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고도(古都) 익산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보존·전시·교육하는 국립익산박물관이 110일 마침내 문을 열고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흔히 백제 역사를 한성-웅진-사비 시대로만 구분한다. 그러나 학계에선 '익산의 백제'도 간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서동왕자(무왕)와 선화공주의 설화가 얽힌 미륵사지를 비롯해 백제 마지막 왕궁으로 추정되는 왕궁리 유적, 백제 최대 규모 돌방무덤인 쌍릉이 모두 익산에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 2009년 미륵사지 석탑 해체 과정에서 백제문화의 엿볼 수 있는 유물 9947점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를 전시할 국립박물관의 필요성이 급물살을 탔다.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이와 같은 여론이 커졌고, 같은 해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이 국립으로 전환된 지 4년 여 만에 결실을 맺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속 13번째 지역 박물관이자 공주·부여에 이어 백제 유물을 볼 수 있는 세 번째 박물관이다.
 

국립익산박물관 전경. 미륵사지 석탑의 훼손과 주변 경관을 해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적 밀착형 박물관으로 지어졌다.
국립익산박물관 전경. 미륵사지 석탑의 훼손과 주변 경관을 해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적 밀착형 박물관으로 지어졌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이 있다. 휴대폰으로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키고 국립익산박물관을 찾아가지만, 밖에서 얼핏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다. 바로 국보인 미륵사지 석탑의 훼손과 주변 경관을 해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히든 뮤지엄(hidden museum)’, 일명 유적 밀착형 박물관으로 완공됐기 때문이다.

땅 위에는 최근 20년 만에 석탑 보수 공사를 완료하며 더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미륵사지 석탑이, 그 아래엔 지하 2·지상 1(연면적 7500, 전시실 면적 2100) 규모의 상설전시장 3곳과 특별전시장 1곳이 있다.

상설전시장 3곳은 익산 백제(1전시실)’ ‘미륵사지(2전시실)’ ‘역사문화(3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불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건 역시 미륵사지 전시실이다.

미륵사 터 해체과정서 나온 유물들이 주를 이룬다. 삼국 최대의 불교사원인 미륵사지의 역사와 설화, 토목과 건축, 생산과 경제, 예불 등 다양한 면모를 소개한다. 특히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서 출토된 사리공양구가 주목할 만 하다. 이 중 백제 최고(最古)의 유리 사리병이 처음 관객들을 맞이한다. 발견 당시 뚜껑과 입구를 제외하고 파손된 채 나왔으나 형태를 추정해 복원했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서 출토된 금동제 사리외호의 모습.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서 출토된 금동제 사리외호의 모습.

다만 국립익산박물관 측은 유리 단면 두께가 0.05로 종잇장처럼 얇아 훅 불면 날아갈 정도이기 때문에 이달 말까지만 공개하고 이후엔 재현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혀 발길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익산 미륵사지 치미(고대의 목조건축에서 용마루의 양 끝에 높게 부착하던 장식기와)와 보물 1991호 미륵사지 석탑 사리 내외호, 보물 제1753호 미륵사지 금동향로 보살상 조각도 볼 수 있다. 미륵사지 석탑 출토 사리장엄구는 별도의 전시공간으로 꾸며 관람의 집중도를 높였고, 미륵사지 석탑을 주제로 한 현대미술 작품을 함께 설치해 조화를 이뤘다.

아울러 백제 마지막 왕궁으로 주목받는 익산 왕궁리유적과 백제의 왕실 사원인 제석사지, 백제 최대 규모의 돌방무덤인 쌍릉에서 출토된 자료들을 소개한 익산 백제전시실도 빼놓을 수 없다. 우아하고 완숙한 사비기 익산의 백제문화로 조명했다는 평을 받는다. 또한 문화 교류의 촉진·매개자였던 익산문화권의 특성을 부각한 역사문화전시실 역시 볼거리가 풍부하다. 금강 하류에 위치한 익산의 지리적 특성과 교통로를 통한 문물 교류의 증거를 토기나 도자기, 금동관, 금동신발, 청동기 등 다양한 유물 등을 통해 소개한다.

국립익산박물관의 상설전시실에는 최초로 공개되는 자료들이 많아 이목을 끌고 있다. 1917년 발굴돼 102년 만에 다시 공개되는 쌍릉 대왕릉의 나무관(익산 백제-1전시실), 제석사지 목탑이나 금당 안에 안치되었을 흙으로 빚은 승려상의 머리(익산 백제-1전시실), 익산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구의 공양품을 감쌌던 보자기로 추정되는 비단 직물과 금실(미륵사지-2전시실), 미륵사지 석탑이 백제 멸망 이후인 통일신라시대에도 보수 정비되었음을 알려주는 백사(伯士)명 납석제 항아리(역사문화-3전시실) 등을 이곳에서 최초로 볼 수 있다.
 

제석사지 목탑이나 금당 안에 안치되었을 흙으로 빚은 승려상의 머리. 이 또한 국립익산박물관서 처음 공개된다.
제석사지 목탑이나 금당 안에 안치되었을 흙으로 빚은 승려상의 머리. 이 또한 국립익산박물관서 처음 공개된다.

그밖에 1965년 석탑 보수공사 중 발견되어 오랫동안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전시되던 국보 제123호 왕궁리 오층석탑 사리장엄구, 익산 입점리 고분군 금동관모, 원수리 출토 순금제불상 등 다른 지역에서 보관·전시되던 자료들도 원래의 고향인 국립익산박물관에서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마쳤다.

개관기념 특별전 사리장엄-탑 속 또 하나의 세계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329일까지 열리는 특별전은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장엄(국보 제327)을 비롯해 이성계 발원 사리장엄 등 역대 왕실과 귀족 등이 발원한 사리장엄 9구 등 총 15구를 한자리에 모았다. 국내 불교 사리 장엄구 대표작을 한 데 모은 셈이다.

신상효 국립익산박물관 관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석탑인 미륵사지 석탑과 그곳에서 출토된 사리장엄구를 중심으로 고도 익산의 역사와 문화를 국내외 관람객에게 널리 전시·교육할 것이라며 지역 주민들에게 행복과 만족을 드리는 문화기관으로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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